"평등과 협력의 경기도 교육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올해 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경기지부는 당시 신년을 맞아 경기도교육청이 내놓은 '2023년 경기교육 주요업무계획'에 큰 유감를 표했다.
당시 전교조는 "경기교육의 핵심 원칙인 '자율'이라는 이름 하에 경쟁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결국 학교 최일선 교사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걱정했다. 0교시, AI튜터의 맞춤형 학습, 에듀테크 기반의 기초학력 보장이 문제은행식 풀이로만 귀결돼 학생들간의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내부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교를 위해 △교권보호 △갑질근절 △학교자치를 바탕으로 교원업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전교조 경기지부는 '평등과 협력의 교육'이 되길 기원하며 임태희 교육감 취임 이후 △0교시 부활 반대 △일제고사 반대 △IB학교 도입 반대 △초등전일제 학교 반대 등의 우려를 담은 '전교조 경기지부 12대 요구' 서명 등을 비롯해 70여 일간의 천막농성 등 현 도교육청의 정책에 대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오고 있다.
이처럼 새 교육감을 맞아 급변하는 경기교육에 다양한 의견과 우려를 나타내는 전교조 경기지부는 '평등과 협력의 교육'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정진강 전교조 경기지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 도교육청의 정책에 대한 의견과 향후 전교조 경기지부의 계획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은 정 지부장과의 일문일답.
- 신임 교육감 취임 후 내세웠던 교원들의 사기 진작 및 권익 향상안과 관련해 현장 분위기는
여러 선언은 해온 바 있지만 현장 자체에서는 아직 체감을 못 하고 있다. 체감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역시 교원단체들과 협력해서 뭔가를 모색하려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실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이든 학교 업무 정상화든 현실화를 이뤄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의 메커니즘을 잘 알아야 되고,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될 것인가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 특히 교사들을 대표하는 교원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같이 토론해야 현장에서 안착될 수 있다.
이에 현 교육감 체제에서 선언한 부분들이나 구조적으로 개편한 부분들이 있지만, 핵심적인 부분들에 대해 교원단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모습들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 현장에서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원들의 사기 진작 및 권익 향상이 현실화되려면 결국 담당자들이 전교조와 같은 교원단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좋은 방안을 마련해보겠다는 자세들이 필요하다. 현재로써는 만나고는 있지만 굉장히 형식적인 만남에 그치고 있다.
단순히 만남을 지속하는것 뿐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 현재까지의 내용들로는 전교조와 도교육청이 서로 파트너십이 돈독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교권이라는 것은 어떤 교육할 권리로써,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자는 차원에서 위임된 권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학습권을 지키기 위해 교사의 권리도 보장돼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단순히 그저 교사의 권익만 바라보는 모습이다.
우리가 주장하는 교권은 교사로서의 시민적 권리뿐만 아니라 교사로서의 교권도 있고, 교육과정 편성권이나 평가권 등이 모두 해당된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도교육청에서 교권에 대해 너무 편협하게 인지하고 있어 안타깝다.
- 현 교육감이 추진중인 IB교육과 관련해 의견이 있다면
현재 교육부에서 나오는 정책들이 자율이라는 명목 하에 학교를 서열화시켜 놓았던 과거와 비슷하다. IB 학교 같은 경우도 특권학교로 갈 수 밖에 없는 길을 열어주는 거고, 자사고 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IB 학교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도교육청에서 IB 학교를 만들고 싶다면 '경기도형 IB 학교'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역사와 문화가 다른 만큼 국내 실정에 맞게 추진하면 되는 것이고, 거기에 국제 인증은 중요한 여부가 아니다. 어찌보면 사대주의적인 철학인 셈이다. 디테일한 면에서 크게 다를 것도 없고,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경기도형 IB 학교라고 한다면 그냥 혁신학교나 다름없다.
교육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정말 IB 학교를 도입하고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학교에 다 영향을 미치는 내용에 대해서는 심사 숙고해야 된다고 본다.
그러나 평가 지표 같은 경우가 굉장히 문제가 있다. 정해진 기간 내 처리해 버리려고 하는 행위 대신, 어떤 영향을 미칠 건지 혹은 어떤 교육적 의미가 있는 건지 긴밀하게 토론해야 한다. 학교에 전체적으로 도입됐을 때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토론과 논의는 물론 공청회를 열고 이야기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현재로써는 날짜를 정해놓고 그에 맞춰 추진하는 모양새다.
더 문제인 점은 도교육청 스스로가 IB 학교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에서 가장 학교가 많고,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경기도 교육에 섵불리 정책을 추진하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되고 납득이 가지 않는다.
- 과거와 달라진 교원단체의 의미가 있다면
노동조합이라는 게 두 가지가 있잖아요. 하나는 조합원들의 권익을 신장시키는 부분, 또 하나가 자기의 정체성 부분이다. 이게 양 바퀴로 굴러가는 것이다.
권위와 정체성 둘 모두 한쪽으로만 기울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노동조합에서 이런 것들을 잘 찾아가야 되는 부분들이 중요하다.
이에 저희는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조합의 주인으로 서야하는 만큼 교육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의 권익을 신장시키는 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들은 물론, 교사들을 어떻게 교육의 주체로 세우느냐 하는 부분이 조합으로서 가져야할 하나의 큰 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교권은 물론 평가권, 교육과정 편성권 등 이런 부분들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내용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정체성, 즉 참교육이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다양한 가치들이 있다. 전교조 입장으로서 이 진보적 가치들을 실현하는 게 교육자로서의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후위기나 인권, 노동 등 이런 부분들에 대해 우리가 앞장서서 연구하고 실천하며 노동조합으로서의 자기 권위 또는 교육의 주체로 교사를 세우는 것은 물론,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적 철학과 철학을 연구하는 것 이를 실천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노동조합으로서, 또 교원단체로서 가야 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전교조도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재정비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지
그동안 외적인 여러 조건들로 인해 타 노조가 생기거나 하는 등의 변화가 있지만, 현재 전교조 경기지부는 조합원 수가 조금은 늘고 있다.
이전까지 조합원 수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성찰이 있었다. 내부 토론도 많이 오갔지만, 가장 큰 문제는 법적인 문제로 인해 7년 가까운 기간 동안 교사의 권익을 주장하지 못한 것이다. 법외 노조였기 때문에 물리적·현실적인 한계들이 분명히 있었던 셈이다.
최근에는 아까 말씀드린 두 가지 축을 발전시키는 점은 물론 조합원들의 요구, 더 나아가 교사들의 이해와 요구가 무엇이냐에 집중을 했다.
아울러 교권에 대한 문제나 업무 정상화 문제 등 현장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전교조가 앞장서서 해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
방금 말한 것처럼 교육할 권리라는 것은 우리의 권익을 찾는 부분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교사가 스스로의 교육의 주체로 서고, 또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며 전인적인 발달들을 위한 것인 만큼,우리의 정체성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에 현재는 퇴직자들이 매달 100여 명 가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20~30대 조합원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부분은 전교조가 노동조합답게 집중과 실천한 결과들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축 부분도 있지만, 전교조도 새로운 세대들이 들어오고 있는 만큼 이분들이 주체가 돼야 된다고 본다.
교육 퇴행이 이뤄지는 부분들에 대해 전교조가 주도적으로 막으면서, 현장의 교육적인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투쟁을 이어나가 교육의 변화에 대한 물고를 계속 터놔야 한다.
- 앞으로의 진보 교육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사실 진보 교육 시대가 열린 뒤 진보 교육 의제들이 다수 실현됐던 부분도 있고, 진보 진영이 같이 협력해 진행했던 부분들이 있지만 현재는 뭘 어떻게 해야 될지 애매한 상황이다.
현재 전교조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진보 교육 단체들과의 토론을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와 지향은 물론, 진보 교육을 지키고 더 확장시켜 학생들이 현재와 미래의 행복들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것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다.
수 차례에 걸쳐 논의한 뒤 마지막에는 대토론회를 열어 투쟁을 포함한 학교 현장에서의 실천 등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사실 지금 어떻게 보면 패배감, 상실감에 많이 빠져 있는 부분들도 있다. 이런 것들을 다시 추스려 세우는 것을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그걸 통해 실천적인 영역까지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또 조금 어려운 문제지만 대입 제도가 현재 이 형태로 존재하는 한 진보 교육이든 어떤 교육이 됐든 한계는 분명히 있다고 본다.
초·중·등 교육은 그냥 완결된 하나의 교육 구조다. 대학을 전제로 한 교육은 아니며 여기서 끝내야 한다.
끝난 다음 대학이 학생 선발을 알아서 해야 되지만, 우리는 종속돼 있다. 그래서 '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고, 수능이라는 일제식 평가가 있어 이를 극복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 하나의 커다란 한 파장과 흐름을 형성한 게 사실은 혁신교육이라고 본다.
다만 더 발전돼 나아가야 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지만 현실에 막현던 부분이 있어, 이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
현재 수능은 점수다. 그러나 혁신교육, 진보교육 등 우리가 주장하는 부분과 맞지 않아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현재 수능 자격 고사가 됐든, 국립대학 네트워크가 됐든 진보적인 안들은 다 나와있는 만큼, 대입제도를 어떻게든 손을 봐야 하지만 다양한 현실적·정치적인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향후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 멀리 미래를 바라보고 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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