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가장 힘든 것이 존대법이고 다음으로 어려운 것이 조사와 어미에 관한 것들이다. 특히 한국의 호칭은 어렵다. 미국으로 유학간 한국 아이가 선생님을 부를 때 “Teacher! Teacher!” 하고 불렀더니 아무도 안 돌아보더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름을 부르는 서양문화와 직책이나 호칭을 부르는 우리 문화와는 차이가 있다. 한국의 남자들은 ‘오빠’라는 단어도 참 좋아한다. 오죽하면 동남아 골프장에 가면 캐디들이 오빠를 입에 달고 다닌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그들의 눈으로 볼 때는 보통 명사나 삼인칭인데 한국인들은 그것을 일인칭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늘은 오빠가 쏜다.
오빠가 맛있는 저녁 사 줄게.
라고 하면 외국인들은 정말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이럴 경우 주어는 항상 ‘나(I)’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각으로 보면 ‘오빠’는 단순한 명사에 불과한데, 한국인들은 그것을 일인칭 주어로 쓰고 있으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가 하면 ‘우리 어머니’, ‘우리 선생님’, ‘우리 마누라’, ‘우리 동생’처럼 ‘우리’라는 말을 즐겨 쓴다. 공동체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마누라’라고 하면 외국인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마누라도 공유하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한국인들은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부부 간의 호칭도 제멋대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오빠’가 ‘아빠’가 된다는 말도 있지만 ‘오빠’나 ‘아빠’는 남편에 대한 호칭은 결코 아니다. 필자 주변에는 벼슬이 높은 양반들이 많다. 가끔 부부 모임도 있고, 때론 모임 후 한 잔 하면서 친목을 다지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상당히 직책이 높은 부인이 자기 남편을 부를 때 “아빠!, 아빠!”라고 하였다. 참으로 보기에 민망했다. 아이들의 아빠일 뿐이지 자신의 아빠는 아닐진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이런 경우가 지금 주변에서도 많이 보이고 있어서 안타깝다.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기본이고, 이름을 부르는 것도 많이 보았다. 오늘은 아빠의 어원과 아버지의 의미를 찾아보면서 아울러 호칭도 바로 잡아보자는 의도에서 쓴다. 우리 옛문헌에 보면
“아바 아바 처용 아바.”<고려시대의 처용가>
라고 나타나 있다. 아빠라는 용례로 가장 정확하게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다가 15세기 들어오면서 ‘아바’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요즘은 ‘아빠’라는 말은 유아들이 쓰는 말로 규정했다. 즉 7세 이전에 쓰는 말이라는 뜻이다. 사실 필자도 ‘아빠’라는 말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하고 자랐다. 어린 시절에도 ‘어버지(아부지)’라고 불렀다.
여성들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친정어머니는 ‘엄마’라고 부르고, 시어머니는 ‘어머님’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된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거의 대부분의 여인들이 친정어머니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 친정아버지는 ‘아빠’이고 시아버지는 ‘어버님’인가?
아버지를 ‘아바’라고 부르는 것은 성경에도 나타나 있다. ‘아바 아버지’라고 했고, 60년대의 유명한 그룹사운드 ‘ABBA’도 거기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아바’라는 단어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두루 퍼져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터키어에서도 ‘abai’(터키어에서 형은 ‘abi’라고 한다.)라고 하고, 몽골어에서도 ‘aba’라고 하니, 같은 어원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에도 ‘아바’라고 나오는 것으로 보아 수메르어가 널리 퍼진 것으로 유추할 수도 있다. ‘아버님’은 ‘아바’에 존칭접미사 ‘님’이 붙인 것으로 역사가 오래 된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세계적인 단어이기도 하다.
요즘은 반려견을 많이 기르다 보니 개아범과 개어멈도 참 많다. 필자도 가끔 ‘개할아범’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오호 통재라! 이름이 바르게 서야 국가가 바르게 서는데, 호칭이 갈수록 혼탁해지니 어찌해야 하는가?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서 바르게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