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영유아들의 발달 격차를 해소하고 부모들의 교육 부담을 덜기 위해 '유보(유아교육+보육)통합'을 본격 추진해 오는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원화 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해 하나의 교육기관으로 만들고 질 높은 보육·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공립유치원 교사들 중심으로 통합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교원단체 반발의 핵심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자격과 처우, 양성체계 등을 통합하는 문제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레시안>은 유보통합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기고를 싣는다. 이를 통해 영유아 발달에서 유보통합의 중요성과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유보통합의 문턱에서 극한의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연일 보도되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기사들을 접할 때면,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유보통합은 다시금 먼 나라의 일로 순식간에 종지부를 찍어버릴지도 모른다’라는 두려운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임용을 통해 병설유치원과 단설유치원 교사로 재직하는 15년간의 경험 속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정책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이원화 문제였다.
대학에서 약 17년간 영유아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도 안타까웠던 정책 또한 보육과 교육의 이원화 문제였다. 개인적으로 영유아기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경험했던 유치원교사 입장에서, 영유아기의 양육을 경험한 두 아이의 부모 입장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취업하려는 학생을 지도하는 대학교수의 입장에서, 손자, 손녀를 기다리는 조부모 입장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보통합의 실현은 매우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입장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의 핵심은 ‘우리 대한민국 모든 영유아들의 행복한 삶의 보장’이다.
‘그렇다면, 왜? 유보통합이 시급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1980년대 유아교육 관련자로 입문하였을 당시에도 유보통합의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며, 필요하다는 인식이 매우 높았다. 그러기에 유보통합은 곧 5년 이내에 이뤄질 것으로 생각되었다. 어린이집 관계자와 유치원 관계자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약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불씨를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그라지고 사그라지기를 반복하였다. 그런데 2013년 교육과정이라도 먼저 통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유치원 교육과정과 어린이집 보육과정을 통합하는 누리과정이 발표되었다. 이때에도 진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육과정의 통합은 누리과정 교육 내용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유보통합의 실현을 위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큰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변화이다.
유보통합 실현의 문턱에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바로 지금. 행·재정적 관리부처의 통합으로 진정한 유보통합이 이뤄질 수 있는 단초(端初)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이지?’라고 질문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모든 영유아는 동등한 권리와 복지를 보장받고 있는가?’라는 반문을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한 예로, 해마다 학기가 시작되기 이전 대한민국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중심으로 각 정책위원회를 통해 영유아들의 교육 및 보육료 지원금 인상률을 결정한다. 2023년도 지원금도 결정되었으나 지자체별로 인상률에서 차이가 있다.
2022년 대한민국의 물가상승률은 공식적 발표에 의하면 약 6%이다.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 2.5%에 비하면 엄청난 상승률이다. 영유아 보육과 교육을 지원하는 각 기관에서는 겨울 난방비 폭탄을 맞고 이 비용을 어디에서 충당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각종 식자재도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관계자들은 반문한다. ‘보육지원금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면, 그 비용을 아이들의 식비에서 줄일 것인가?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23년 보육 및 교육지원료 지원금의 차이는 이원화 체제에서 갖는 수많은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유보통합을 30년 이상 기다렸던 입장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제3의 유보통합을 약속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로드맵은 매우 기대되는 설렘이다. 정부에서는 2025년 관할부처의 관할권 통합을 시작으로 유보통합의 적극적인 추진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 유보통합을 고대했던 입장에서 2025년도는 늦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관할권 통합 이후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 산재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사 자격 기준 및 교사 양성 체제의 변화, 교사 처우 문제 개선, 영유아 돌봄서비스 선진국화 등 수천 가지의 문제들이 그것이다.
특히, 복지 및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영유아의 문제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현장에서 이 열악한 상황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누구도 유보통합의 당위성을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고작 15년 교사 경력으로 뭘 다 아는 것처럼 말할 수 있는지 반문할 수 있다. 현장을 떠나 현재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 현장과 끈을 놓은 적이 없다. 매년 각 기관을 방문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유보통합의 시급함을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실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1990년대 초반, 40명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한 병설유치원에 재직했을 때의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원아 모집 기간 중, 만 3세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유치원 원서를 제출하려 방문한 부모님을 만났다. 원서를 제출하기 전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여자아이의 오빠인 뇌병변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를 유치원에서 받아줄 때 딸아이의 취원원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장애아동의 특성을 전혀 몰랐을 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장애유아 통합교육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예측할 수 없었다. 12대 1 비율의 장애유아 통합교육을 실천하는 것은 매일, 매시간, 매초가 전쟁이었다. 경험하지 못하고는 이해조차 불가하다. 그때부터 장애유아 통합교육과 대한민국 아동의 권리와 복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유보통합에는 장애유아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이 시점에 우리는 다시 ‘우리 대한민국은 영유아의 행복한 삶을 지원하는 복지선진국인가?’라는 질문에서 유보통합의 답을 찾아야 한다. 유보통합의 핵심은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아이와 교사가 행복해야 부모도 행복하다. 그러나 교사는 아이와 부모가 행복하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조건이 성립되어야 한다. 이 또한 유보통합에서 풀어야 할 과제이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와 부모가 행복하다. 아이와 부모와 교사가 행복한 나라일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다.
굳이 교육선진국인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아도, 우리 대한민국의 나아가야 할 영유아복지 및 교육의 선진국화에는 누구도 주저하거나 망설임이 있을 수 없다. 부모, 교사, 지역사회, 그리고 지차제 및 국가가 행·재정적 일원화로 하나의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그 끝에는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 영유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 부모, 교사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유보통합의 성공적인 실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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