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검사 70여 명이 동원돼 수백 번을 압수수색했는데 돈 받았다는 내용이 영장에 전혀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도착한 21일, 이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직접 연단에 올라 무죄를 주장했다. 27일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 대표가 의원들에게 직접 결백을 호소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당 내 여론은 '부결'로 기울어진 분위기다. 이에 당 지도부는 실효성 논란이 따르는 부결 당론 채택 대신 자유 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李 "없는 죄 만들 줄은 몰랐다"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영장 청구서의 허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관련해서 영장 내용을 보니 결국 이재명 대표가 돈 받은 게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는 이 대표 발언을 소개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개발 이익 환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배임을 적용한다고 하면 아예 환수를 안 한 부산 엘시티, 양평 공흥지구 이런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검찰이 제시한 70% 이익 환수 기준과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그렇게 되면 앞으로 정책 결정을 할 때 검찰에게 사전에 물어보고 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대선 끝나고 나서 (검찰) 특수부 수사가 들어올 거라고는 예상했다"면서 "그런데 (투입된 검사가) 70여 명이니까 우리나라 검찰력의 5%가 된다고 하고 수사 인력 수백 명이 들어갔는데, 이렇게 없는 죄를 만들 줄은 몰랐다"고 소회를 밝혔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의원들에게 "이것은 이재명의 대선 패배의 업보"라며 "그래서 당 대표로서 의원들에게 마음의 빚을 갖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영장 내용을 아무리 살펴봐도 그동안 얘기했던 무슨 (천화동인 1호 약정 수익) '428억', '그분 돈' 얘기가 전혀 없지 않느냐"며 "그동안 얼마나 무리한 언론 플레이를 통해서 저를 음해하고 거기서 무슨 부정이익을 취한 것처럼 공격했는지를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장동 50억 클럽' 일원으로 알려진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죄 무죄 판결을 언급하며 "조그마한 도움을 준 사람의 아들도 수십 억씩을 받았는데 제가 그 사건에 부정하게 관여했다면 이렇게 한 푼도 안 받았을 리가 없지 않느냐"며 "여러분께서 잘 판단해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체포동의안에는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관련 혐의인 '배임', '공직자의이해충돌방지법위반', '부패방지및국민권익위원회의설치와운영에관한법률위반'과 함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관련 혐의인 '뇌물',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이 기재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이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무부가 검찰로부터 체포동의안을 받아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날 오전 국회에 보낸 것이다.
박홍근 "당론 논의조차 필요 없어"…부결 확신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도착함에 따라 여야는 오는 24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27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할 경우 가결된다.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체포동의안에 찬성 입장을 밝힌 터라 만일 민주당 내에서 찬성이 28표 이상 나올 경우 체포동의안은 통과된다.
이날 이 대표의 신상발언 이후 진행된 자유토론에서는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통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정부의 체포동의안 제출이 매우 부당하다는 점을 의원들의 총의로 확인했다"면서 "따라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관련 당론 채택 여부는 논의조차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 모두가 자율적이고 당당하게 투표에 임해서 검사독재정권의 무도한 야당 탄압을 함께 막아내자고 뜻을 모았다"면서 "오늘 확인된 이러한 총의가 27일 표결 과정에서, 또 결과에서 흔들림 없이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의 이같은 확신은 검찰의 영장 청구서가 부실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부결을 강력히 주장한 몇몇 의원을 제외하면 당 내 상당수 의원은 '영장 청구서가 오면 판단하겠다'며 체포 동의 여부에 판단을 유보했다. 그런데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의 경우 영장 청구서에 '428억 약정'과 같은 핵심 내용이 빠지면서 이 대표에 비판적이던 의원들조차 영장 내용만으론 이 대표의 범죄 사실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는 상황이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 이렇게 허무맹랑하고 대하소설 같은 건 경험상 처음"이라며 "이 청구서는 법적인 요건에 따라 범죄의 소명, 도주 우려 및 증거 인멸의 염려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건 영장청구서에 기재돼 있는 이 대표의 혐의 사실과 관련해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배임죄와 같은 재산범죄인데 영장청구서 어디에도 이 대표에게 돈이 흘러간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그렇게도 떠들썩하게 언론플레이를 했던 428억 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도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일단은 새로운 사실이나 이런 거는 없었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이 아니라 유동규 씨라든지 다른 사람에 대한 영장을 읽는 듯한 느낌"이라면서 영장에 기재된 이 대표에 대한 범죄 혐의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동훈 장관이) 특별히 설명할 내용이 없을 것이다"면서,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도 낮게 봤다.
대표적인 비명계로 꼽히는 설훈 의원도 이날 자유 발언을 통해 "확실히 부결시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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