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와 관련해 "국민의 혈세인 수천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가진 주례회동에서 "노조 개혁의 출발점은 노조 회계의 투명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보고받고 "기득권 강성노조의 폐해 종식 없이는 청년 미래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이 장관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회계 장부 비치·보존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207개 노동조합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 327곳에 회계 장부 비치 여부와 관련한 자율점검결과서와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207곳이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14일 동안 시정기간을 부여한 뒤 미이행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지속적으로 보고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선 질서위반규제법을 적용해 현장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또 "올해부터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노동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하고, 그간 지원한 전체 보조금을 면밀히 조사해 부정 적발시 환수하는 등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노조 회계 공지시스템 구축 추진, 조합원 열람권 보장, 회계 감사 사유 확대 등에 관한 제도 개편안을 마련해 3월 초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법 개정 전이라도 노조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서는 과거 20%였고, 현재 15%인 노조 조합비 세액 공제를 원점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회계 투명성을 고리로 정부가 압박 수위를 높인 데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이날 자율 점검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며 "노조 공격을 위한 노조법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관계의 특성을 반영한 노조법이 아닌 질서위반규제법을 들어 노조에 대한 현장 조사를 운운하며 협박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노총은 "'인격권이 포함된 노동은 종속된 관계에서 이뤄지기에 특별히 노동관계법으로 규율한다'는 원칙이 노조를 향한 총공세를 벌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붕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정부가 자율점검 결과를 제출하도록 한 (민주노총 산하) 노조 61곳 중 60곳(98.3%)이 자율점검 결과서를 제출한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정부가 자율점검을 목적으로 제시한 만큼, 그 목적에 부합하는 서류제출에 한정돼야지 "굳이 속지까지 촬영해서 전송하라는 것은 부당한 요구"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조의 자주성은 외부 개입이나 지배 외압을 철저히 경계하고 스스로 결정한다"며 "이미 국제노동기구에서조차 행정기관 개입을 제한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제출을 거부한 것은 노조 자체 조합비 운영과 관련한 사항"이라며 "어디까지나 노조 내부에서 알아서 할 것이지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노동탄압'이라는 노조의 반발에 이 장관은 "법을 노사불문 엄정하게, 일관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동계가 부당노동행위 근절, 체불임금 근절과 사업주 처벌 등을 말하면 그건 사용자 탄압인가"라고 했다.
또한 "과거 정부가 노조를 약자로 보고 법에 나온 정부의 책무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는데 여러 산업 현장의 불법비리와 공정성을 바라는 MZ 세대의 등장 등을 감안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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