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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소라색’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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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소라색’ 유감

춘천에서 아이가 실종되었다가 충주에서 찾았다고 한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아이를 잃었던 부모의 심정이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모서리가 쳐진다. 과거에 치매걸린 장모님을 모시고 살 때 4번을 가출(?)하신 적이 있다. 얼마나 속을 태웠는지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다. 한 번은 추부에서 옥천으로 가는 버스를 타시려고 하는 순간에 만난 적도 있다. 타고 가셨으면 평생 못 만났을 텐데, 다행히 농협 앞에서 4시간을 헤매다가 기적적으로 찾았다. 그날 속이 상했던 것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늦게나마 아이를 찾았다고 하니 눈물이 흐르려고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춘천에서 발송한 재난 문자에 대한 유감을 표하려고 이 글을 쓴다. 먼저 재난 문자를 보자.

'이00 양은 긴 머리카락에 키 140㎝, 몸무게 35㎏ 정도에 ……실종 당시 소라색 후드티에 바지를 입고 흰색 부츠를 신었다고 알려졌다. ……잠실 부근에서 작은 소녀를 보셨다면 얼른 인근 경찰에 인계 부탁드린다.'

라고 되어 있다. 춘천시에서 발송한 재난문자라고 하는데 아마도 부모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인지 시청 직원이 알아서 대충 문자를 보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색깔에 대한 우리의 정서를 모르고 작성한 것이 아닌가 한다.

‘소라색’이라고 하면 남자들은 거의 바닷가에 잡은 ‘고동’을 생각할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커다란 소라를 먼저 생각했으니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여성들은 조금 다르다. 평소에도 소라색이라는 표현을 자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귀 기울여 듣지 않아서 그렇지 백화점에 갔을 때 주변의 여성들이 옷을 구매할 때 소라색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때 소라색이 무슨 색일까 잠깐 생각하고 잊은 적이 있다. ‘소라’색은 우리말이 아니다. 일본어에서 유래한 단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이라고 알고 사용하는 것 같은데, 한자로 ‘공(空 : 하늘)’을 일본어로 읽으면 ‘소라’가 된다. 그러니까 ‘하늘색’을 소라색이라고 한다. 요즘은 연두색도 소라색이라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정확하게는 하늘색이라고 해야 한다. 우리말도 아니고 일본에서 유래한 말인데 춘천시에서 발송한 단체 문자에 이러한 표현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 ‘하늘색 후드티’라고 해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소라색에 관한 예문을 보자.

태호야, 이번에 우리 엄마 생일 선물로 소라색 원피스 하나 살까?

하늘색이면 하늘색이지 소라색이 뭐니?

와 같이 쓸 수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소라색이라는 표현은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예전에 ‘살색’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다문화사회가 되면서부터 살색이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색깔에 대한 관념이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신호등도 푸르다고 한다. 지금은 ‘푸른 신호등’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없어졌지만 과거엔 엄청나게 인기가 많았던 방송이다. 이제는 색깔을 정확하게 구별해서 표현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한 번 설명한 적이 있어서 간단하게 ‘다홍색’에 관한 얘기를 하고 마무리하자. 다홍색도 원래는 ‘대홍(大紅)’색이다. 사전에는 “주황색에 가까운 밝은 빨강”이라고 되어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 부르는 정식 명칭은 ‘밝은 빨강’이다.(위키백과 참조) 중국인들이 그들의 발음으로 ‘따훙(大紅)’이라고 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말이 된 것이다. 이 또한 ‘밝은 빨강’이라 하는 것이 좋다.

걱정이 하나 생겼다. 정훈 시인의 <동백>이라는 시에 보면 “백설이 눈부신 / 하늘 한 모서리 // 다홍으로 / 불이 붙는다”라는 구절을 ‘밝은 빨강으로 불이 붙는다’라고 하면 시의 맛이 살아날까 궁금하다.

오호 애재라! 우리말이 갈수록 어려워지나 보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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