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판결문 속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가담 여부에 대해 정반대 해석을 내놓았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무고함을 밝혀주는 자료"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법원이 김 여사의 혐의를 인정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대통령실은 14일 서면 자료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판결문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정치공세용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면서 "추미애, 박범계 장관 시절 2년 이상 탈탈 털어 수사하고도 기소조차 못 한 사유가 판결문에 분명히 드러나 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십 명을 강도 높게 조사하였으나,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관련 연락을 주고받거나 공모하였다고 진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라며 "그 결과 범죄사실 본문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판결문 중 범죄일람표에 김건희 여사가 48회 등장한다며 마치 범죄에 관여한 듯이 거짓 해석을 하고 있으나 48회 모두 '권오수 매수 유도군'으로 분류되어 있고 차명계좌가 전혀 아니다"라며 "권오수 매수 유도군이란 표현 그대로 권오수 대표와 피고인들이 주변에 매수를 권유하여 거래하였다는 뜻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수를 유도'당하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했다.
나아가 "일부 언론은 2차 주가조작 기간에 48회나 거래했다고 부풀리고 있으나 매매 내역을 보면 2010년 10월 28일부터 12월 13일까지 기간에 단 5일간 매도하고, 3일간 매수한 것이 전부"라며 "아무리 부풀려도 '3일 매수'를 주가조작 관여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상 주가 조작 기간은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로 2년이 넘는데 2010년 11월 3일, 4일, 9일에 매수한 것 외에 김건희 여사가 범죄일람표에 등장하지 않는 것은 피고인들과는 매매 유형이 전혀 달랐다는 뜻"이라며 "오히려 무고함을 밝혀주는 중요 자료"라고도 밝혔다.
이어 "특히 판결문에서 주목할 것은 김건희 여사보다 훨씬 더 큰 규모와 높은 빈도로 거래하고, 고가매수 등 시세조종성 주문을 직접 낸 내역이 있어 기소된 '큰 손 투자자' B씨의 경우에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였다는 것"이라며 "같은 논리라면 '3일 매수'로 주가조작 관여 사실이 인정될 리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김건희 여사의 구체적인 가담 사실을 특정할 내용이 전혀 없어 공소사실을 작성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거짓 의혹 제기와 억지 기소에 대해 사과를 하기는커녕 판결문 내용을 왜곡하여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같은 대통령실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공판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사실인데도 전 정부에서도 기소조차 못했던 사안이라며 너무나 억지스런 변명을 늘어놓는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제라도 대오각성 하라"며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공소장에 200번 이상, 공판 과정에서 300번 이상, 법원 판결문에도 37번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언급됐다"며 "김 여사의 어머니 최모 씨도 판결문에 27번이나 언급됐지만 검찰은 단 한 차례의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범 의혹이 제기된 지 1년이 넘도록 서면조사조차 없었다"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남편과 사위로 둔 모녀는 검찰이 입혀준 치외법권의 방탄복을 껴입고 공소시효만 끝나길 기다렸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부는 사건 판결문에서 총책이 바뀌는 시점에 따라 범행을 1단계와 2단계로 구분하며 두 단계에 모두 동원된 계좌는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씨 명의의 계좌가 유일하다고 적시했다"며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1단계를 제외하고도 김건희 여사의 계좌 3개가 유죄로 본 주가 조작 거래에 48건에 쓰였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에도 김 여사의 계좌가 활용됐다고 확실히 판단했다"며 "김 여사의 주식을 거래한 2차 작전 주포 이모 씨에게도 유죄를 선고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법원이 김 여사의 혐의를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수사로 밝혀야 할 혐의가 중대하다"며 "남은 선택지는 오직 특검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지난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 1심 판결을 통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실패한 시세 조종 행위"이라고 판시하는 한편, 공소시효가 지난 1단계 주가조작 외에 유죄가 인정된 2단계 주가조작 때 김 전 대표의 명의 계좌가 쓰인 부분은 인정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