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행동 대상이 된 기업들의 주가가 대부분 큰 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 변동이 생기거나 주주제안을 받아들인 기업은 주가가 급등했지만 주주 제안을 거부한 경우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들도 주주제안을 위해 뭉치는 가운데 주주 보호를 위해 궁극적으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에스엠·오스템 주가 급등에 은행도 상승…KT&G 홀로 4% 하락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주가는 11만4700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49.54% 급등했다.
에스엠은 이수만 대주주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에 '일감 몰아주기' 등 형태로 부당한 이득을 줘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의 공격을 받아왔다.
지난해 9월 16일 에스엠이 라이크기획과 계약 종료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주가가 18.60% 뛰었고, 지난해 말 계약 조기 종료에 이어 이 씨의 독점 프로듀싱 체제가 끝나는 등 얼라인의 요구가 실현되면서 주가가 추가 상승했다.
최근에는 카카오의 2대 주주 등극에 이어 하이브의 인수 추진까지 경영권 분쟁이 시시각각 격화하면서 지난 10일 주가가 재차 16.45% 급등했다.
에스엠의 중장기적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하이브가 제시한 에스엠 공개매수 가격(12만 원)까지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
사모투자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가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공개 매수를 진행 중인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올해 들어 주가가 35.99% 상승했다.
MBK·UCK 연합이 인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과거부터 오스템임플란트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최규옥 회장 퇴진 등을 주장해 온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권 간섭을 시도한 것도 주가 상승을 자극했다.
지난 10일 KCGI가 공개매수 참여를 공식화하며 경영권 경쟁에서 물러났고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 역시 18만7800원으로 공개매수 가격(19만 원)에 근접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기존 투자자들은 이득을 보게 됐다.
아울러 얼라인이 주주환원 정책 도입 등을 촉구하며 주주행동을 벌인 은행 지주 7곳의 주가도 올해 들어 모두 올랐다.
JB금융지주(27.00%), 신한지주(16.76%), 하나금융지주(16.17%), KB금융(14.85%), DGB금융지주(11.30%), 우리금융지주(9.52%), BNK금융지주(8.15%) 등이다.
주주행동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들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대부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반면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주주행동을 벌인 KT&G의 주가는 올해 들어 4.15% 하락했다.
지난달 27일 KT&G가 KCG인삼공사 분리 상장, 사외이사 확충 요구 등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는 소식에 주가가 2.49% 하락했고, 이후에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주총 앞두고 소액주주 연대도 활발…"주주 보호 위해 상법 개정 필요"
행동주의 펀드들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이 합심해 주주제안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현재 소액주주 연대가 주주제안을 한 기업은 △DB하이텍 △사조산업 △알테오젠 △오스코텍 △이수화학 등이다.
소액주주들은 이들 기업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감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최근 기업 이사회는 과거와 비교해 소액주주의 의견에 수용적인 편이지만, 근본적인 주주 보호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정한 상법상 의사의 충실의무(382조3항)가 걸림돌로 꼽힌다.
이와 관련,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용우·박주민 의원이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의원은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하도록 했고, 박 의원은 회사뿐 아니라 '총주주'도 위하도록 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현행 상법상 특정 안건이 회사에 유리한 것이라면 일반 주주들은 손해를 입어도 소송 등에서 이기기 어렵다"며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사회가 회사나 지배주주만을 위해 일방적으로 일반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전원에게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낙선 운동 등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배달증명으로 보낼 것"이라며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도 함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한 주주행동이 특정 요구 사항에만 쏠려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인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 등이 수익률 극대화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단기적인 관점에서 배당 확대 요구만 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도움이 될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가치 개선을 위한 구조적 개혁 등을 고민하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M 경영권 분쟁 시나리오는?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 인수 발표를 계기로 에스엠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에스엠 경영권 분쟁은 창업자인 이수만 대주주 겸 전 총괄 프로듀서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 연합, 현 경영진과 카카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측 간의 복잡한 대결 구도로 압축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10일 어느 쪽이든 단기간 내 우호 세력을 많이 확보한 측이 이번 분쟁의 승기를 잡을 것이라며 앞으로 지분 확보 경쟁이 지속되면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에스엠과 100% 자회사 디어유, 하이브, 카카오 등 관련 기업 주가도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에스엠 놓고 승기 잡은 하이브…'단기 지분확보가 관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초점은 최대 주주인 이수만 측과 현재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사봉을 쥐고 있는 현 경영진 간 힘겨루기로 요약된다.
이수만-하이브 연합과 현 경영진-카카오-얼라인파트너스 연합 측이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우호 세력(지분)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승기는 하이브 쪽으로 기울게 됐다.
하이브는 다음 달 6일까지 에스엠 창업주인 이수만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고 소액주주를 상대로 최대 25% 지분을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매입 가격은 주당 12만 원이다. 통상 3월에 있을 정기 주총 전에 지분 인수를 끝내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카카오는 에스엠의 현 경영진과 손잡고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스엠 최대주주 이수만-하이브 연합 구도가 형성된 것은 이수만 씨가 이사회-카카오-얼라인 연합과의 지분 경쟁을 위해 우군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우선 14.8%를 인수할 예정이다. 이수만 보유 지분은 카카오에 배정하기 위한 증자 발행 등으로 인한 주가 희석을 고려하면 16.8%로 낮아진다. 하이브는 추후 남은 이수만 보유 지분을 모두 매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에스엠 지분 4.2%를 확보한 컴투스도 이수만 측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이 연구원은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돌입하면 에스엠 지분을 40%까지 확보해 온전하고 유의미한 경영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하이브가 에스엠의 1대 주주가 된 상황"이라며 "하이브가 매입에 성공하면 지분 40%까지 확보할 수 있어 최종적으로 에스엠을 가져가는 그림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하이브의 경우 자금 여력이 경영 분쟁의 승리를 굳히기 위한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해외 레이블 인수 계획 등을 고려하면 에스엠 지분 40% 인수를 위한 자금 여력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신주발행 등 추가적 자금조달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브 입장에선 주식 발행으로 주가가 10%가량 희석된다고 해도, 에스엠 기초여건(펀더멘털)을 고려하면 15∼25% 수준의 주당순이익(EPS) 성장을 기대할 수 있어 실보다 득이 크다는 계산이 나온다. 에스엠 지분 인수를 마치면 K팝 최대 사업자의 지위가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에스엠의 주가다. 현재 주가는 경영권 분쟁에 불이 붙으면서 이날 장중 11만7000원까지 올라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런 속도로 가면 주가가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 12만 원을 넘으면 공개매수에 응할 주주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에스엠 경영진 측에 서 있는 얼라인파트너스는 "공개매수 가격인 12만 원은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 실행에 따른 효과를 고려할 때 낮은 가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이브와 이수만의 연합으로 카카오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 됐다. 이수만 대주주 측이 제기한 제3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지분 인수 계획을 새로 짜거나 이번 분쟁에서 고배를 마셔야 할 수 있다.
물론 카카오가 발빠르게 우호 세력을 규합하거나 추가로 에스엠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역시 자금 여력과 가격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추가로 에스엠 지분을 어느 정도 매입하느냐에 따라 하이브가 1대주주로 올라설지 여부가 갈릴 것"이라며 "지분 경쟁이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대 주주인 이수만 씨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이 무산되고 양쪽 진영 모두 지분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에스엠·디어유 등 관련주 주가는
증권가에선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한 가운데에 있는 에스엠 주가에 주목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에스엠은 종가 기준으로 작년 말 7만6000원대에서 이날 11만4700원으로 49.5% 올랐다. 100% 자회사 디어유도 작년 말 2만8000원대에서 이날 4만935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하이브는 장중 약세로 돌아서 1.51% 내린 19만5300원에 마쳤고 카카오는 4.65% 하락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진영 모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율을 갖지 못한 상태"라며 "에스엠의 주가 확보 경쟁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에스엠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할 것"이라며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12만 원에 근접할 때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하이브가 지분을 확보하고서 경영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중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이 어느 사업자에 어떤 가격에 넘겨지더라도 에스엠 주가는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 자회사인 디어유는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된다"며 "하이브로 경영권이 넘어가면 디어유는 위버스와 통합할 가능성이 있으며 글로벌 1위 팬덤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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