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아침 해장국으로 양선지국으로 먹었다. 오래 전부터 아침에는 계란 두 개만 먹는 것이 습관이 있었는데, 어제 온 손님은 계란 두 개로는 양이 안 차는 모양이었다. 항상 아침에는 해장국을 먹으로 가자고 한다. 필자가 계란 두 개 삶는 것이 안쓰러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계란 두 개로는 조반 대용으로 부족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양선지 해장국을 먹으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으로 우리말인데 이해하기 힘든 것이 많다.
우선 양선지라고 할 때 ‘양’은 소의 위장을 말한다. 대부분은 제대로 된 ‘양’을 넣는 것 같은데, 우리 학교 앞에서는 처녑을 넣는다. 또 다른 곳에서는 곱창을 넣는 곳도 있다. 소의 위는 네 개(되새김질을 하기 때문)인데, 양, 처녑, 벌집위, 막창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막창이라고 하는 것이 이것을 말한다.
해장국은 일반적으로 술 마시고 난 다음날 속을 풀어준다는 의미로 해장(解腸 : 장을 풀어주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옳지 않은 말이다. 원래는 해정(解酲 : 술 때문에 걸린 병을 풀어준다. 이독제독의 원리)이었는데, 사람들이 ‘해장’이라고 잘못 말하던 것이 이제는 표준어로 굳어버린 형태다. 오호 통재라! 무식한 말이 원래의 말을 밀어내는 형국이로다.
선지는 한자에서 유래된 단어가 아니다. 보통은 “짐승을 잡아서 받은 피”를 의미하는데, 특히 소를 잡아서 받은 피를 말한다. 피가 식어서 굳어진 덩어리를 국이나 전, 찌개 따위에 넣어서 끓인 국을 선지국이라 한다. 예문으로는
숙취로 속이 쓰를 때는 선지로 끓인 국이 최고다.
라고 쓴다. 선지는 ‘선디’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옛문헌을 보면 “선디와 도태 간(鮮血猪肝 : 신선한 피와 돼지의 간)”(<諺解痘瘡集要上47>에서 인용),이라는 표현이 있고, ‘선지(凝血 : <석보상절30)’라고 나타난 것이 있다. 그러니까 ‘선디>선지’의 과정을 거쳐서 오늘에 이른 단어다. 만주어에는 피를 'sənggi'라고 하는데 이 발음이 우리말 ‘선지’와 유사함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어에서도 피를 ‘tsi(血)’라고 한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언어는 이와 같이 주변의 나라와 비교해 보면 정확한 유래가 드러날 때가 있다. 그러므로 선지의 원래말은 ‘선디’인데, 만주어에서 유래하여 우리말로 정착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순대에 대한 어원까지 알아보도록 하자. 순댓국도 선짓국 못지않게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다. 돼지의 창자 속에 쌀, 두부, 파, 숙주나물 등을 양념하여 이겨 넣고 삶아 익힌 음식을 순대라 한다. 한때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한참 동안 안 먹었는데, 망각의 힘으로 다시 찾게 되었다. 순대의 기본 재료는 역시 돼지의 창자(腸)다. 역시 옛문헌을 통해 그 어원을 살펴 보자. 창자나 내장은 옛말로 "대살(內臟)(법화경 2 :105)”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여기서 ‘살'은 그 원형이 ‘삳’이다. 그러니까 ‘살’이 변하여 ‘삳’으로 바뀐 것이다. 우리가 흔히 배알이라고 할 때도 ‘배살’이 변하여 된 것이다. 배알은 다시 ‘밸’로 축약된다.(서정범, <위의 책>) 다시 순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순대는 원대 ‘숟대’였다가 ‘수대’로 변하고, 다시 여기에 ‘ㄴ’음이 개입되어 ‘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순대’의 뜻은 내장이나 창자의 의미를 지닌 것이다. ‘숟+애’의 형식이 기본이다. 우리말에서 ‘애’가 창자를 일컫는 다는 것이 이미 얘기한 바가 있다. “애간장을 태우다. 남의 애를 끊나니” 등에서 보이는 ‘애’가 창자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숟(창자)+애(창자)=숟애>수대>순대’의 형식으로 변화를 거쳤다고 본다.
어원을 고찰하다 보면 오히려 어려운 점이 있기도 한데, 우리말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고, 우리문화가 무르녹아 있는 것이 우리말의 어휘임을 생각한다면 많이 알수록 힘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말은 우리의 영혼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소중히 간직하고 바르게 가르치고 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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