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회계 투명성'을 이유로 노조 회계 장부를 제출하라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야당이 "명백한 자주성 침해", "기업 소원수리를 해주려 만든 대책", "노조 혐오에 따른 노조 때려잡기" 라고 맹폭했다.
9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같은 야당 의원의 질타에 "노조의 자주성을 보장하고 자율성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행법대로 확인하는 절차"라고 반박했다.
앞서 노동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이유로, 오는 15일까지 조합원수 1000명 이상인 노동조합은 재정에 관한 장부·서류 등 비치·보존 의무 이행 여부를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노조의 점검 결과서를 검토해 서류 비치·보존상황에 미비점이 발견되는 등 법 위반사실이 확인될 경우 노조법에 따라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등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어떤 노력도 없이 기업의 소원수리나 해주려고 만든 대책이 대다수"라며 "이런 지적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세력들의 싹을 제거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방침이 "노조 혐오에 따른 노조 때려잡기"라고 규정하며 "노조법 2·3조 개선, 단체협약 효력 확장, 파견업이 만연한 이중구조 해소 등이 노동부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대통령이 지향하는 바에 대해 홍보하려는 역할을 할 게 아니라 노동자들을 위한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용기 의원도 "노조 회계장부를 들여다본다고 했는데, 모든 노조가 부패했다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하며, "당연히 불법은 근절해야지만 전체적인 노조 예산, 회계 내용 보겠다는 것은 명백한 자주성 침해다. 노조가 국가나 사용자 등 노동조직 이외의 세력에 종속되면 그 목적이 왜곡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한국노총 출신인 이 장관을 겨냥해 "장관께서도 노조에 계실 때 정부가 일일이 노조가 어디에 예산 집행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나"며 "일부 부패를 운운하며 노조 전체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노동부 직원 1명이 사고를 치면 노동부 전체를 부패집단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고 보조금을 받는 한국경총과 무역협회 등 사용자 단체의 회계도 조사하라고 맞불을 놨다. 전 의원은 "노동조합도 예산 관련해서 이렇게(감사를)하면, 사용자 단체도 해야하지 않겠나"라며 "(사용자 단체의 회계를 조사한다면) 정부가 노조만 때려잡는 게 아니라는 게 사실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은 "국민 혈세이기 때문에 허투루 쓰고 있는지는 노사불문하고 다 봐야 한다"면서 "회계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자율적으로 하도록 유도하고 사용자단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총이나 무역협회는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측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최근 노조 회계 장부 제출 건도 그렇고 비영리단체 사업 보조금 전수조사도 그렇고 정치적 편향이 있지 않을까 걱정들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 편향, 고려 없이 한다고 결과치에 대해서도 장관이 약속할 수 있나"라고 물었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엄정하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