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일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국회에 소추안을 제출한 뒤 이날 오후 예정된 본회의에서 소추안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당론으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오늘 오후 바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앞서 지난 2일 의총을 열고 탄핵 추진과 관련한 의견을 모았으나 입장이 갈리면서 최종 결정을 이날로 연기했다. 원내지도부는 주말 사이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리거나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견 수렴 결과에 대해 "정확한 숫자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제가 생각한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반드시 (탄핵이) 필요하다', '부득이하다'는 의견을 주셨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의총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주당) 내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드렸다. 지난해에 비해 5% 이상, 중도층은 더 그 이상으로 (탄핵 찬성) 의견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장관이 정치적, 도의적으로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나길 바랐지만 거부했다. 그 이후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파면해주길 바랐지만 이 또한 거부해, 부득이 해임건의를 했지만 이마저도 대통령은 거부했다"며 "그 사이 국정조사는 끝났고 경찰 수사도 끝났다. 이 장관은 오롯이 책임질 일만 남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이 같은 판단의 배경으로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헌재가 '대통령과 달리 다른 공직자는 파면해도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아울러 "일반 공무원과 달리 정무직 공무원(장관)은 언제든지 차관으로 대체할 수 있고 다음 장관을 임명하면 된다. 따라서 명백한 헌법·법률 위배와 함께 파면에 따른 손익비교형량을 보아서도 헌재가 충분히 인용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애초 탄핵 당론 추진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박홍근 원내대표는 그간 당내 반대파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해 왔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개최한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도 "반드시 무고한 159명의 생명을 잃게 한 이 정부 책임과 재난 주무 장관의 책임을 묻겠다"며 탄핵 추진 의사를 밝혔다.
주말 사이 장외 규탄대회와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제를 거치며 당 내에선 이 장관 탄핵 여론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3선 김민석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책임회피와 유족의 아픔이 도를 넘었다. 책임이 분명하니 탄핵해야 하고 탄핵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다"라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국민과 역사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초선 김한규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설사 헌재에서 탄핵 기각이 될 가능성이 있어도 사유가 있다고 믿으면 진행하는 게 국회의 역할"이라며 "이태원 참사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지난 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탄핵은 최후의 수단인데 적절한 시점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며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난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 내 중진인 우원식 의원도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하는 것으로 끝이 나면 상관 없지만 그게 아니라 헌법재판소 판단을 구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인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맡길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장관 경질을 요구하고 압박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마치고 추가 집회 개최 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장외 집회에 나선 것은 '박근혜 탄핵 촉구 집회' 이후 6년 만이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구체적인 투쟁의 방법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거리에 나가서 거리 투쟁을 벌여야 되는가라고 하는 데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하는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당이 하나로 합심 단결해서 지금 무도한 권력의 행사, 더구나 민주당의 야당의 대표를 조작 수사로 옭아 넣으려고 하는 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맞서서 투쟁해야 한다고 하는 데는 일치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 당이 국회의 문을 걸어 닫은 채 장외 투쟁만 계속한다고 그러면 국회에서 다뤄야 될 여러 가지 민생 입법이라든지 민생예산이라든지 이런 걸 다루지 못하니까 민생을 도외시한 채 투쟁만 일삼느냐라고 하는 비판이 일견 타당할 수도 있겠지만,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가운데에 투쟁도 병행하는 것 아니냐"면서 "원내외 병행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인데, (여당에서 제기하는 '방탄' 프레임이) 부담스러울 게 뭐가 있나. 마땅히 해야 될 투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앞서 당 내에서는 "지속적인 장외 투쟁은 바람직하지 않다"(정성호 의원), "장외투쟁이 장기화 돼서는 안 된다.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는 원내"(박지원 전 국정원장), "국민들이 보기에 결국은 민주당이 맞불을 놓고 똘똘 뭉쳐 방탄하기 위한 것 아닌가로 비출 수 있다"(조응천 의원) 등 친명·비명계를 막론하고 장외 투쟁을 지속하는 데 대한 부담감 섞인 반응이 나온 바 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날 의총에서는 추후 규탄대회 개최 여부와 관련해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한편 지난 4일 규탄대회에는 민주당 추산 30만 명, 경찰 추산 2만여 명이 운집했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 동원령을 내리면서 당 지도부와 함께 현역 의원 100명 이상이 참여했다.
규탄대회 참여 인원과 관련,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론 보도를 보니 우리 당 의원 90~1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분 말고는 대부분 많은 의원들이 참석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장외 집회 개최에 반대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추가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는 이 대표는 규탄대회 연단에 올라 "이재명은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말라"면서 "국민의 처절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대표의 3차 소환 조사 날짜는 이번 주말인 11일이나 12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 수석대변인은 "주말에 출석을 해서 필요하면 조사 일정은 출석해서 조사받는 것으로 이야기됐고 그 부분은 변호인과 협의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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