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대법원 배상 판결 이행 해법 마련을 위한 한일 간 국장급 협의가 열린 가운데, 정부는 소송 당사자들과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정부 안을 설명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서울에서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 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간 한일 국장급 협의가 열렸다. 협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특정한 결과가 나온 건 아니라며 향후 국장급보다 더 고위의 당국자 간 협의를 포함해 다양한 층위에서 다각도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쓰비시 중공업과 일본제철 등 피고기업이 배상금 기여에 참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가장 핵심인 사안인데 지금 단계에서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양국 간 핵심 쟁점에 대해 인식 차이, 격차가 있다. 좀 더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피고 기업의 참여 요구는 여전히 일본과 협의하는 사항에 포함돼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의 관심 사항이 그 부분이기 때문에 저희는 항상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실무급에서 다양한 형태, 방안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교환 중인데 제가 결론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더 고위급에서도 협의해 봐야하고 전체 그림을 봐야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직 해법이 마련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소송의 원고 측 당사자을 직접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상 판결이 확정된 15명의 원고 중에 생존자 3명을 포함해 재산권 등을 승계받은 유족을 개별적으로 접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원고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정부 안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시작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미일 간 안보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영역에서의 협력을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강제동원 문제를 조속히 정리하고 한일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것과 설득하는 것 모두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정부가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방안이 나올거 같다는 것을 수시로 말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자 3명이 피고기업의 사죄와 그에 따른 기업의 배상금 참여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유족들은 배상금의 지급 자체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사자 간 다른 성향을 바탕으로 정부가 정부안에 더 많은 당사자가 동조하도록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2015년 일본군 '위안부'합의 당시 특정 단체에게만 사전 설명을 진행했을 때 이 설명이 전체 위안부 피해자에게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번 사안은 위안부 합의 때와는 달리 법률적으로 개개인의 권리 문제가 있는 만큼, 이 부분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금까지는 정부가 소송대리인이나 지원단체를 주로 접촉했는데 (원고의) 유족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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