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출산한 신생아를 화장실 변기에 넣어 살해하려고 한 대학생 엄마에게 징역형이, 아이를 발견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지만 살리지 못한 친구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 27일 대구지법 형사11부 이상오 부장판사는 자신이 낳은 아기를 살해하려 한 혐의(영아살해 미수 등)로 기소된 A(21·여)씨에게 징역 4년을 엄마 A씨가 방치한 아기를 살리려 자신 집으로 데려갔지만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영아유기치사)로 기소된 친구 B(21·여)씨에게는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3월 11일 경북 경산시 자신의 원룸 화장실에서 남자 아기를 낳고는 변기에 내버려 둔 채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외출했다. 다행히 친구 B 씨가 같은 날 A 씨 집에 찾아갔다가 방치된 아기를 발견하고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아이를 데려간 B 씨는 담요로 덮어 전기장판에 올려놓고 체온을 재어가며 아이 상태를 살폈지만 차가운 화장실 변기에서 장시간 방치된 탓에 저체온 상태에 빠진 아이는 다음날 오전 결국 숨졌다.
그러나 아이가 숨졌는데도 친구 B씨는 A씨가 낙태한 사실이 드러날까 봐 119구조대에 신고하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친구 관계인 A 씨와 B 씨는 A 씨 임신 이후 서로 상황을 공유하고 낙태를 계획, 시도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아기를 출산해 양육하겠다고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이에 대한 보호나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아이가 삶의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하고 숨진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친구 B씨는 "아이를 살리고자 노력했던 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유기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A씨의 범행에 가담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했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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