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국이 해외입양의 책임을 질 것이라 믿습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국이 해외입양의 책임을 질 것이라 믿습니다"

[372명 해외입양인들의 진실 찾기] ⑬ 진실화해위의 해외입양 조사의 중요성

저는 한국에서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스웨덴으로 입양된 이후 계속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의 사회적 상황과 안녕, 정신 건강을 위하여,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고 내 입양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는 괴롭힘을 당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인종차별을 겪어야 했으며, 자신의 과거를 모른다는 공허함, 어려움과 평생 동안 싸웠습니다. 상담 치료를 받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고, 입양 트라우마를 스스로 해결해 왔습니다. 저는 아직도 제가 어떻게, 왜 버려졌는지에 대한 답이 없는 채 삶을 살아가고자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갖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친가족과 버려진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한국의 지지나 정보 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해야 했습니다. 저의 생모와 한국인 친가족과 관련하여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아무런 해답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이런 경험들을 겪었다는 것이 이를 완전히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은 수많은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낸 나라로 이제 그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자 좋은 기회를 맞았습니다. 저는 이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의 한국 해외입양 조사 개시 결정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화해하고, 사과하고, 더 나아가 성인이 되어 이 모든 것을 혼자 살아낸 입양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하는 것은 한국과 한국인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치유의 과정이 될 것입니다. 이는 생물학적 역사, 삶의 시작부터 우리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진실과 사실, 이에 대한 정확하고 추적 가능한 정보를 주지 않고 내버려두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왜 버려졌는지에 대한 진실 말입니다.

또 우리를 낳았지만 해외로 입양 보내야 했던 한국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명예, 문화, 수치심의 도전에도 아이를 입양 보내는 대신 자녀를 양육하기로 결정한 한국 양육미혼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자녀를 지키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은 존경과 지원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생물학적 어머니의 사랑은 전세계 공통의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들은 그럴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그들에게 지지와 자부심을 주어야 합니다.

오늘날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자 경제대국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이며 유엔의 일원입니다. 한국은 풍요로운 문화와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있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저는 한국이 더 발전할 것이며, 좋은 가치관과 윤리를 토대로 인권과 성평등을 지지하는 현대 민주사회임을 세계에 보여줄 능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으며 한국을 신뢰합니다.

▲이 글을 쓴 남지수 씨ⓒ 남지수

지난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12월 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