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몬터레이 파크의 한 댄스 교습소에서 21일(현지시각)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사망자가 11명으로 늘었다. 해당 교습소 회원 대부분이 아시아계로 희생자 중 아시아계 비중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CNN 방송,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틀 전 몬터레이 파크에 위치한 댄스 교습소 스타 댄스 스튜디오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부상을 입은 1명이 23일 목숨을 잃어 사건 희생자 수가 11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9명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5월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래 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도주하던 총격범 휴 캔 트랜(72)은 2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5살 여성 마이 느한, 63살 여성 라일란 리, 57살 여성 시우주안 유, 68살 남성 발렌티노 알베로 등 23일까지 희생자 11명 중 4명의 신원이 밝혀졌다. 몬터레이 파크 지역 인구의 65%가 아시아계인 데다 총격이 발생한 교습소 회원 90%가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보도가 나와 희생자 중 아시아계 비중이 상당할 것으로 추측돼 우려가 커진다. CNN은 희생자 중 중국 시민, 필리핀계 미국인, 대만계 미국인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중국 <신화> 통신은 희생자들이 음력 설을 축하하기 위해 21일 해당 교습소에 모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50~70대 고령층으로 추정된다.
총격범 또한 아시아계 미국인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민 서류 검토를 통해 용의자가 베트남에서 태어나 1980년대 말 미국으로 이주한 뒤 90년대 초에 귀화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루나 LA 카운티 보안관은 23일 브리핑에서 용의자가 가진 개인적 질투심이나 적개심 등에 대한 소문을 조사 중이지만 "아직 범행 동기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목격자들을 조사하고 있는 수사관들에 따르면 사건 당시 용의자가 특정 인물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체는 익명을 요청한 관리를 인용해 피해자 중 몇 명은 용의자가 아는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무차별 총격에 맞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몇 년 전까지 용의자가 해당 교습소를 즐겨 찾았으며 교습소를 찾은 다른 이들에게 강사의 실력 등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곤 했다고 덧붙였다.
용의자는 몬터레이 파크 범행 20분 뒤 북쪽으로 3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앨햄브라에 위치한 다른 댄스홀 라이라이 볼룸앤스튜디오에서 또 범행을 시도했지만 현장에 있던 시민이 이를 저지해 추가 피해를 막았다. 추가 범행을 막은 라이라이 볼룸 스튜디오 경영자 집안의 일원인 브랜던 차이(26)는 <뉴욕타임스>에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용의자가 "해를 끼치려는 것을 숨기지 않은 채 주변을 둘러봤다. 눈빛이 위협적이었다"며 "나는 그가 강도짓을 하러 들어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차이는 곧바로 용의자에게 달려 들어 약 1분30초 간 몸싸움을 벌인 끝에 용의자로부터 총을 빼앗는 것에 성공했고 용의자는 도주했다. 힐다 솔리스 LA 카운티 감독관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차이를 "영웅"이라고 칭했다.
루나 보안관은 범행 당시 용의자가 스타 댄스 스튜디오에서 대용량 탄창을 장착한 반자동 총기를 사용해 42발을 난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용의자가 사용한 총기가 캘리포니아주에서 합법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 금지법을 의회에서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CNN은 몬터레이 파크 사건을 포함해 올해 첫 3주간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이미 38건이나 일어났다고 전했다.
한편 몬터레이 파크 총격 사건이 일어난지 이틀 만인 23일 캘리포니아주에서 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약 50㎞ 떨어진 하프문베이 지역 농장 등에서 이 지역 주민 자오춘리(67) 용의자가 총기를 난사해 농장 노동자 등을 사망하게 한 뒤 체포됐다. 매체는 아시아계 노동자들이 이 지역에서 많이 일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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