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과반이냐, 결선투표냐…국민의힘 당권경쟁 본격화

김기현·안철수 공방전, 나경원 출마 채비

설 연휴가 마무리되면서 3.8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기현, 안철수 의원은 24일 서로를 향해 날선 견제구를 던지며 입지 다지기에 주력했다.

김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에 나가겠다고 결심하고 대선 행보를 계속하는 사람이 당대표가 된다면 자신이 진 빚을 갚을 노력을 하지 않겠느냐"며 "그럼 우리당을 위해 충성해온 분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슬로건인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말장난"이라고 비판한 안 의원을 반박하며 이 같이 말하고, "철새 정치인이나 여기저기 기웃한 정치인의 삶을 살아오지 않아서 나는 그렇게 말할 자격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는 안 의원에 각을 세운 뒤 "당이 쪼그라들때부터 지금까지 당을 지켜온 분들을 잘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한 "당 정체성을 지키며 통합과 화합의 노력을 해왔다"며 "정통성에 기반을 둬서 중도의 외연을 더 넓히기 위한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역시 당적 변화가 잦았던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안철수 의원도 "연포탕을 외치다 갑자기 진흙탕을 외치니까 당혹스럽다"고 맞받았다. 그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한다며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김치냉장고를 산다고 하다가 하루 만에 '김장연대는 없다'는 식으로 바꿨다"고 했다.

또한 안 의원은 "내년 총선, 특히 수도권 총선을 이길 수 있으려면 수도권 민심도 잘 알고 수도권에서 선거를 치러보고 승리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냐"고 영남권에 기반을 둔 김 의원을 비판했다.

그는 "수도권의 중요한 부분인 중도 표심과 2030 표심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되고 공천 갈등 부분에 대해서도 잘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이 날선 공방을 주고받는 가운데, 출마를 고심 중인 나 의원은 25일 오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당내 '친윤(親윤석열)계'와 충돌한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기간동안 잠행하면서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비공개로 만나는 등 출마 채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이 공식적인 출마선언으로 당권 행보를 본격화하면,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김기현, 나경원, 안철수 3파전'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압도적인 지지를 얻는 후보가 없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 2위 후보끼리 재투표를 실시하는 결선투표가 당권 경쟁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김 의원이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인지도의 열세를 극복할지, 수도권과 '비윤' 표심은 안 의원과 나 전 의원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향할지 등이 관건이다.

설 명절 직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나 전 의원의 하락세와 안 의원의 만만치 않은 양자대결 경쟁력이 두드러졌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8~19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김기현(28.2%), 안철수(19.3%), 나경원(14.9%), 유승민(8.4%) 순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의 격차는 8.9%포인트로 오차범위 내(95% 신뢰수준에 ±5.4%포인트)였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18~19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당 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김기현(22.8%), 안철수(20.3%), 나경원(15.5%), 유승민(8.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결선투표를 가상한 양자대결에서 '김기현 대 나경원'인 경우 김기현(42.8%), 나경원(33.8%)으로 집계됐으나, '김기현 대 안철수' 대결에선 안철수(43.8%) 의원이 김기현(37.6%) 의원을 앞섰다. (한국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흐름을 의식한 듯, 김 의원은 1차투표를 나 전 의원이 빠진 사실상 양자 대결로 압축해 과반 득표하는 상황을 최선의 시나리오로 설정한 반면, 안 의원은 1차 투표는 다자대결로 치르되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거는 흐름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지금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실제 표심을 그대로 다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주역 중 한사람인 저에 대한 당원들 지지가 높다는걸 알 수 있다"며 1차 투표에서 승부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안 의원은 "(경선 룰이) 당원 100%로, 여론조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다보니 일반 국민들은 우리 당의 전당대회에 대해 관심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당을 위해서라면 여러 사람들이 출마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촉구했다.

그는 "다양한 후보들이 나와서 당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면 국민들도 거기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나 전 의원의 출마로 1차 투표에서 표심이 분산돼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투표에서 비윤 표심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안철수 의원이 지난 11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