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의 신간을 출간하며 논란을 일으켰던 실천문학사가 사과와 함께 시집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는 20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번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은의 신간 시집을 서점에 공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천문학사는 앞서 지난 9일 고은의 신간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출간하며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고은이 신간을 발행하는 등 문단에 공식 복귀한 것은 지난 2017년 성추행 폭로로 그가 문단을 떠난 지 약 5년 만의 일이다. (관련기사 ☞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 "괴물의 귀환" … 고은 복귀에 문화계 분노)
윤 대표는 입장문에서 "시집 간행 전에 충분히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시집 출판을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실천문학 2022년 겨울호에 게재된 '김성동 선생 추모 특집 2' 건에 대해서 사전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구효서 주간님과 편집자문위원님들께도 깊이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실천문학사는 지난 2022년 겨울호 <실천문학>에도 고은의 김성동 작가 추모시를 게재한 바 있다. <실천문학> 편집자문위원인 이승하 시인은 앞서 지난18일 '해당 호의 책임편집인이 고은의 추모시 게재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시인은 또한 실천문학사의 고은 신간 출간에 대해서도 '편집자문위원들과의 논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실천문학사 내부서도 비판 "고은의 변호인 노릇하는가")
이에 윤 대표는 "본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걱정을 끼쳐드린 그간 실천문학사와 여러 인연을 맺어온 실천 가족 선생님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1월17일부터 국내 모든 서점의 고은 시인의 시집 주문에 불응하여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표는 공급 중단 기간에 대해 설명하면서는 "공급 중단은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공급 중단 결정이 출판 과정에서의 윤리적 고민 보다는 여론의 압박 때문이라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이번 고은 신간 출간의 배경을 "자연인이면 누구도 가지는 헌법적 기본권으로서의 출판의 자유와 고은 시인과 실천문학사 사이의 태생적 인연이 있었"기 떄문이라고 설명했다. "본사의 출판 의도와는 다르게 시집은 현재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도 했다.
윤 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천문학사의 계간 <실천문학>도 휴지기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 그는 <실천문학> 발간 일정에 대해 "이미 청탁이 끝난 2023년 봄호까지만 정상적으로 발간하고, 이번 일에 대한 자숙의 의미로 2023년 말까지 휴간 기간을 가지고 좀 더 정체성 있고 발전적인 체제를 위해 심사숙고한 다음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 것"이라고 말했다.
휴간 공지를 포함한 "일체의 개선책"은 <실천문학> 2023년 봄호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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