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강화한 가운데 중국이 첫 보복 조치 대상으로 한국을 택한 것은 지난해 한국 국회의원들의 대만 방문과 한국 경제의 높은 중국 의존도 탓이라는 중국 학자의 의견이 나왔다. 중국 관영 언론도 유독 한국의 입국 규제를 꼬집으며 보복 조치 정당화에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현지시각) 이날 중국이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 단기비자 발급 중단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스인훙 베이징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한국 경제가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한국인이 더 쉬운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중국에 취할 수 있는 맞대응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 교수는 "중국의 관용은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극도로 나쁜 짓을 저질렀을 때만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서겠지만 한국은 작은 조치만 취해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 교수는 이어 중국이 "다른 서방 국가들에 대한 보복에 나서더라도 그 강도는 한국에 대한 조치보다 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지난 2일부터 중국발 입국자 전원에 대해 도착 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스 교수는 지난달 한국 국회의원들의 대만 방문도 이날 중국의 보복 이유 중 하나가 됐을 것으로 봤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지난 5일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달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여야 의원들이 대만을 "무단 방문"한 것에 대해 "결연한 반대와 강력한 항의"를 표명하는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냈다. 11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의 중국발 입국 규제를 비난하는 사설에 관련 기사로 한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을 비난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한국의 중국발 입국자 규제를 비난하며 보복 조치 정당화에 나섰다. 11일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공항에서 중국발 단기 입국자에 노란색 목걸이형 표식을 착용하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한국 언론이 "범죄자를 추적하듯" 중국인 여행객들을 촬영하고 입국시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긴 대기 시간을 거치는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11일 사설에서 한국이 중국발 입국자들이 느끼는 "모욕감"에 대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매체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감염이 급증하고 있는데 한국이 유독 중국발 입국자에게만 입국 규제를 도입했다며 이 조치가 "과학적 증거"가 아닌 "감정"에 기반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매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중국 관광객이 한국 관광산업의 주 수입원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바이러스의 방해를 뚫은 양국 간 경제와 무역 협력이 양국 모두에 이익을 주고 한국 산업망에 안정성을 보장해줬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중국이 해외입국자에 대한 방역 완화를 발표하며 한국·일본 외에도 인도·방글라데시 등 주변국을 비롯해 미국·EU 등 세계 각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규제를 도입했다. 코로나19 관련 엄격한 봉쇄 정책을 고수하던 중국은 지난달 방역 전면 완화로 돌아섰다. 그 뒤 감염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증언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기준을 바꾸고 일일 신규 확진자 통계 공개도 중단하는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탓에 확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각국의 중국발 입국자 입국 규제에 대한 보복을 시사해 온 중국은 10일 한국을 첫 보복 조치 대상으로 삼은 데 이어 일본 국민에 대한 일반 비자 발급도 일시 중단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0일 중국이 더 많은 국가에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지만 해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그 나라에서 가한 제한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1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한 정례브리핑 중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취한 비자 중단 "보복 조치"에 대한 사무총장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 "회원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며 모든 결정은 "과학적 근거"에 의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10일 한국 국민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 중단 발표 당시 한국의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입국 제한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며 해당 조치가 한국의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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