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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외롭게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반드시 밝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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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외롭게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반드시 밝혀달라"

‘극단 선택’ 경기교육청 직원 유족 '진상 규명' 촉구… 교육청, 사고 두달 지나 감사원 지시 내려온 뒤에야 감사 시작

"죽음에 대한 의혹이 있는데, 사망원인을 명백하게 밝히는 것이 도리 아닙니까."

지난해 10월 경기도교육청 예산 담당부서에 근무하던 주무관 A씨(당시 45세·행정직 6급)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세상을 떠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도교육청은 ‘2022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수감을 하루 앞두고 있었던데다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022년 경기도교육청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에 대한 심사를 받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가 근무하던 부서는 이 시기가 1년 중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때로, A씨를 비롯한 대다수의 직원들은 평일 야간과 주말에도 관련 업무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전해진 그의 비보는 동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지난해 10월 경기도교육청에서 근무 도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A주무관의 유골함. ⓒA씨 유족 측

평소 조용한 성격임에도 많은 동료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신뢰를 받고 있었고,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대한민국의 미래인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컸던 그가 갑작스럽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도교육청 내부에서는 그 배경에 대한 의혹마저 제기됐다.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 결국 도교육청 내부에 있다는 것이었다.

과도한 업무 부담과 상사와의 갈등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홀로 생활하던 A씨가 유서조차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나면서 이 같은 의혹은 덮이는 듯했다.

하지만 A씨의 유족 측이 관련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들을 찾은 뒤 도교육청에 해당 의혹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씨의 동생 B씨는 "형이 발견된 날은 일요일로, 당초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출근해 쌓인 업무를 하기로 돼 있었음에도 이틀 모두 출근하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동료들에 의해 발견됐다"며 "더욱이 형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기 이틀 전에도 늦은 밤까지 초과근무를 하는 등 상당기간 과도하게 근무해 온 점 등 동료 분들에게 전해들은 의혹들과 관련이 있는 내용들도 찾게 됐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 내부에서는 A씨가 자신의 담당업무 외에도 다른 동료들의 업무를 배정받으면서 3명이 담당할 업무를 홀로 담당했던 것이 극단적 선택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A씨의 동료들은 "평소 꼼꼼한 성격으로 일을 잘하기로 소문 났던 A씨는 지난해 1월 해당 부서에 배치된 이후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한다’거나 ‘타 직원 대신 보고까지 하고 있다’ 등의 얘기를 했었는데, 당시에는 직장에 대한 사소한 투덜거림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 이상의 압박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B씨가 도교육청에 제시한 근거들은 A씨의 생전 통화 내역과 동료들과의 SNS메신저 대화 내용을 비롯해 차량 내 블랙박스에 녹음된 음성 및 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도교육청에서 받은 A씨의 담당업무들과 실제 근무시간 등이다.

B씨는 "형이 사망하기 며칠 전 도의회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형이 담당하던 특별교부금의 부적정 집행 여부에 대해 도의원의 질타가 쏟아진 이후 관련 요구자료 작성 및 대책 마련을 위해 새벽까지 근무한 정황과 상사의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이라며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음성에도 ‘항상 책임 여부를 따진다’와 ‘방법이 없어 미치겠다. 죽고 싶다’ 등의 혼잣말을 반복하면서 업무에 의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A주무관의 유족. ⓒ프레시안(박종현)

B씨는 이보다 더 큰 문제는 A씨의 사망이후 보여준 도교육청의 태도라고 꼬집었다.

그가 직접 확보한 자료들을 근거로 도교육청과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내부감사를 요청했지만, 도교육청은 ‘직원들의 심리상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양해를 부탁 드린다’는 등의 답변으로 일관하며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B씨는 "그동안 형의 죽음을 방관하던 도교육청은 결국 제가 제기한 감사요청을 받아들인 감사원이 감사 개시를 통보한 이후인 지난달 중순에야 내부감사에 돌입했다"며 "형이 사망한지 2개월 만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유족들이 바라는 것은 회사일 외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형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된 명백한 원인으로, 만약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대로 부서 내에 어떠한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관련자에 대한 처벌이 아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라며 "유서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갖고 일해 온 형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로 취급받아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B씨의 주장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어떤 사안이든 민원이 접수되면 우선 해당 부서에서 처리하는 것이 원칙으로, 사고 발생 당시 A씨가 근무했던 부서는 국감과 행감 및 예산 심사 등의 일정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즉각적인 내부 조사 실시가 어려웠던 상황"이라며 "감사관실에서도 공식적인 감사만 진행하지 않았을 뿐,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등 주시하고 있던 상태"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부터 내부감사에 돌입하게 된 것은 해당 부서의 바쁜 일정이 마무리됐기 때문이지, 감사원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감사가 시작된 만큼, 유족 등이 제기한 의혹들을 중점적으로 확인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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