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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유족의 격앙된 목소리 "몰랐다는 게 자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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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유족의 격앙된 목소리 "몰랐다는 게 자랑인가?"

[현장] 김광호 서울청장 등 회피성 진술 … '몰랐다' 답변에 현장 유족 항의도  

"아니, 몰랐다는 게 사람이야!"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진술을 마지막으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정회된 직후였다. 정부 증인석 가까이 다가온 이 대표를 국회 경위들이 제지했다. 그는 곧 양팔을 붙잡혀 회의장 밖으로 끌려 나갔다. "내가 범인이야? 저놈들을 잡아야지! 왜 날 잡고..." 흥분한 이 대표가 고성을 내질렀다.

4일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유가족들은 오전부터 분노를 표하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기관 증인들의 명확치 않은 답변과 일부 특위 위원들의 태도 때문이다. 우상호 특위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한 오후 12시 경엔 일부 유족들이 특위 위원과 증인에게 다가가 "이야기 좀 하자"거나 "제발 좀 (철저한 조사) 부탁드린다"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청문회 현장에선 특히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측 증인들의 진술이 '위증'이나 '회피성 답변' 등으로 지목됐다. 인파관리 책임을 지닌 경찰 관계자들이 참사 와 관련해 '보고를 받지 못했다'거나 '상황을 늦게 인지했다'는 등의 진술을 내놓을 때마다 방청석에서 울음과 욕설이 새어나왔다.

이 서장이 "11시에 참사 보고를 처음 들었다"고 말하자 이종철 대표는 욕설과 함께 "(경찰들) 다 허수아비다"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이 서장이 "평생 죄인의 심정으로 살겠다"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그냥 물에 빠져 죽어라"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가 정회된 뒤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이 자리한 증인석에 찾아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광호 서울청장의 진술도 문제가 됐다. 이날 천주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청장은 지난 기관보고 당시 '참사 당일 인파관리를 위해 5개 팀을 배치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0월 28일 하달된 공문을 확인하면 해당 형사들의 활동에 인파관리 지침은 없었다"라며 "이는 위증"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질의에 대해 김 청장은 "인파관리를 위해 경력을 배치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라며 "인파관리를 '했다'라고만 했지 인파관리를 위해 배치했다고 한 게 아니다"라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우상호 특위 위원장이 "이해가 안 되는 답변"이라 이를 꼬집기도 했다.

김 청장은 "(이태원 현장에 출동시켰어야 할) 기동대를 지원하고 지휘하는 권한은 경찰관 기동대 운영규칙에 의하면 서울청장한테 있다"라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권한은 있지만 (참사를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대답했다.

김 청장의 진술에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라는 특위 위원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는 답답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김 청장을 응시했고, 정회가 선포되자 증인석으로 다가가 "(참사를) 몰랐다는 게 자랑이냐" 따져 물었다. 이 대표는 경위들의 제지로 회의장 밖으로 나온 이후 퇴장하는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저하고 얘기 좀 하고 가시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윤 청장은 "회의장에서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한 유족은 정회 후 여당 측 위원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다가가 "아이들 사라지고 나서 12시간이 너무 궁금하다"라며 "제발 (청문회에서) 질문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참사 당일 "어떤 신원조회를 우리 아이들이 받았는지, (시신이) 왜 나체로 부모들에게 인계됐는지" 알아달라며 "같은 편이 되어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조 의원에게 간청했다. 

조 의원은 오후 속개된 청문회에서 "유족 측의 간절한 질문이다. 왜 희생자 시신이 옷이 벗겨진 채로 이송됐는가" 김 청장에게 질의했지만 김 청장은 "별도로 그걸 (파악) 하기에는 여러 조건이 안 돼 있다"고만 대답했다. 우 위원장은 희생자 시신의 나체 이송 문제가 "이전까지 몇 번이고 질의된 내용"이라며 "저녁 시간까지 각 기관과 협력해 해당 상황을 파악할 것"을 김 청장 측에 요청했다.

다만 이날 전주혜, 조수진, 이만희 의원 등 여당 측 일부 특위 위원들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보좌진이 여당 위원들의 사담을 촬영했다"라며 용 의원의 퇴장을 요구하거나 "야당 의원들의 검수완박 일방 통과"를 비판하는 등 그간 유족 측이 중단할 것을 요구해온 '관계없는 질의'를 내놓기도 했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오전 10시 청문회 시작 직후 같은 당 전주혜 의원과 함께 '용혜인 의원의 퇴장을 요구'한다며 야당 측 '도촬논란'을 의제로 올렸다. 용 의원은 이에 대해 "의정 활동 전반을 촬영하는 보좌진이 정회 이전부터 지속하던 기록"이라며 "의도를 가지고 특정 촬영 요구했단 건 사실관계 호도"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해당 안건을 청문회 시작 시간을 넘긴 10시 20분가량까지 지속하자, 유족 측 이 대표는 불만스러운 듯 이 의원 쪽으로 다가가기도 했다.

조 의원은 오후 회의에서 '시신 이송'과 관련한 유족 측 질의를 증인들에게 전달하면서도 △야당의 검수완박 일방 통과 조치를 비판하거나 △방송인 김어준 씨를 "방송 호소인"이라고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종철 대표는 오전 청문회 정회 직후 기자들에게 "유족들은 청문회에 앉아있는 것, 보는 것 만으로도 힘이 든다"라며 방청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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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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