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겨냥한 '방탄국회' 프레임에 대해 "제가 소환조사를 받겠다는데 뭘 방탄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당 차원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정면돌파 자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이같은 대응 기조에 대한 비판적 반응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로부터 '민주당의 임시회 소집 요구에 국민의힘이 방탄국회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제가 소환조사를 받겠다는데 뭘 방탄하나"라고 답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개인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당내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이 이어지자 이 대표는 "다음 질문으로 가자"며 "그 질문은 이미 여러 차례 했고 기존에 답한 게 있어 그걸로 대신하겠다"고 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검찰 소환에 응하기로 했으니 끝난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여전하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대표 리스크가 총선을 앞두고 당 전체에 마이너스가 될 거라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그런 우려를 당내에서 상당히 많은 분이 갖고 있다. 또 이건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라 이미 예견됐던 일이고, 그래서 상당수 의원이 이 대표의 당 대표 출마를 반대했다"며 "그걸 알고서도 당원들이 80% 가깝게 지지를 보내 선출한 당 대표이니만큼 상당히 곤혹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그렇다고 당 대표 보고 '사법적 의혹이 있으니까 물러나라'고 하기도 너무 섣부른 것 아니겠나"면서 "그래서 저는 이 대표가 사법적 의혹에 대한 수사 문제는 철저히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당 대표로서 대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이 대표가) 지금 전국적으로 다니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당원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자중할 필요가 있다"며"당은 철저하게 국민의 민생에 집중해야 되고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은 개별적으로 그 무고함을 밝히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교토삼굴(狡兎三窟)'을 인용해 이 대표와 관련해 당에 '플랜 B'가 필요하다고 암시한 데 대해 이 의원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여러 경우에 대비해 사전에 준비하고 미리미리 마음을 먹고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공감을 표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안이 어떻다고 하는 건 굉장히 민감한 부분일 수도 있고 당내에서 공론화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말씀 드리기 조금 그렇다"고 말을 아꼈다.
비판은 친명계 핵심 인사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YTN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는 당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인 만큼 '내가 대응하겠다'고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날자 <동아일보>도 한 친명계 핵심 의원이 "이재명 대표가 '당은 당이고 (사법 리스크는) 내 문제'라고 당당히 말했어야 했다. 당당하게 왜 말을 못하나", "이 대표가 자꾸 회피를 하니 오히려 당내에서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조금 부족한 게 의연함과 당당함"이라며 "이 대표가 먼저 '(사법 리스크는) 내 문제이니 의원들은 민생에만 집중해 달라'고 말하면 당이 알아서 함께 대응하지 않겠나. 당장 1월 임시국회 소집 문제를 놓고도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나.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결과에 따르겠다. 수사엔 언제든 응하겠다'고 의연하게 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정조사 기간 연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정부·여당에 요구했다.
이 대표는 "오늘 70여일 만에 겨우 이태원 참사 첫 청문회가 열린다. 국민 법정 앞에 관련자들이 한 치의 숨김 없이 진실을 고백해 주시기 바란다"며 "그러나 온전한 청문회 진행과 결과보고서 작성을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침대축구식 몽니를 부린 여당 때문에 시간이 소요됐다. 국정조사 기간 연장에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이 대표는 "청문회와 별개로 이상민 장관은 당장 그 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며 "참사 예방 실패가 명백하고, 유족 명단 관련 위증 의혹도 있다. 민주당의 해임 건의를 수용해서 대통령은 즉각 이 장관을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의 '한미 핵 공동 공동 연습' 발언에 대한 비판도 꺼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미국과 핵전력 공동 기획, 공동 연습을 논의 중이라고 발언하자마자 바이든 대통령이 '노(No)'라고 했다"며 "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한 경솔한 발언은 안보 위기와 경제 혼란에 기름을 붓는 자충수다. 전쟁, 확전, 이런 언사를 쉽게 하는 국군통수권자가 바로 코리아 리스크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련의 사태를 해프닝으로 치부할 게 아니다. 외교 참사, 안보 참사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무능한 현 외교 안보 라인의 전면 개편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 윤 대통령발(發) '중대선거구제 도입론'에 대해 "저는 다당제,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했지만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여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만 구체적 선거제도 개편 대안에 대해서는 "지금은 당내 의견수렴 중이라 제 개인적 의견을 말하는 건 부적절할 듯 하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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