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재임 초기 드론봇 부대를 창설하고 집중 대응하도록 했는데, 이번엔 대응이 잘 안 됐다"며 북한 무인기 도발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을 비판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새해를 맞아 지난 2일 경상남도 양산시 평산마을에 위치한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고,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격려하는 동시에 안보 불안 등을 우려하면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의원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전날 환담에서 한 관련 발언에 대해 "기존에 있는 방공 레이더로는 (탐지가) 안 됐기 때문에 대통령 재임 시절에 국지형 방공레이더와 같은 작은 범위에서 촘촘히 들여다보는 것을 설치했고, 드론은 이미 20년 전부터 대응이 필요해 점차적으로 역량을 쌓아왔다. 재임 초기에 드론봇 부대를 창설하고 집중 대응토록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응이 잘 안 됐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 무인기 탐지 시스템을 갖췄는데도 현 정부에서 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3일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북한의) 드론 무인기가 서울 항공을 정찰을 했는데 그 시간이 뻥 뚫렸다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셨다"고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서 최고위원은 "과거에 북한의 드론이, 강원도에 작은 정찰기가 왔다가 갔다. 작아서 레이더에 잘 안 잡히는 일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4차 산업을 접목시켜서 SSR이라고 하는, 드론까지 전부 다 잡아내는 레이더를 설치했던 이야기(를 문 전 대통령이 했다)"면서 "드론 부대가 제대로 일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내놓은 언급은,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지난 2017년부터 전혀 이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훈련,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아주 전무했다"고 전임 정부를 비판한 데 대한 반박 성격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 정찰할 드론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어제 사건을 계기로 해서 드론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며 "최첨단으로 드론을 스텔스 화해서 감시 정찰력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안보 공백 책임을 전 정부에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9월 육군은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했고, 초소형 드론을 잡는 무기체계도 2021년 6월 시범 운용을 시작했다. 경찰도 드론 테러 대비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있는 시스템도, 전투단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전하규 현 국방부 대변인도 윤 대통령이 전임 정부에서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지난 달 2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제대별로 임무 수행을 위한 기본적인 훈련은 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