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히잡 시위' 참여자를 연이어 사형시키며 미성년자들에 대한 사형 집행 우려가 대두된다. 당국은 시위대에 대한 두 번째 사형 집행 하루 뒤 400명에 대한 징역형 선고를 발표하는 등 처벌에 속도를 내며 시위대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3일(현지시각)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을 인용해 알리 알가시메흐르 테헤란 검찰청장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폭도" 160명에게 징역 5~10년형이 선고됐고 80명에겐 2~5년형이, 160명에겐 2년 이하의 형이 선고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른 70명에겐 벌금형이 선고됐다. 전날 이란 사법부는 시위 참여자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23)를 공개 교수형에 처했다. 8일 시위 참여자에 대한 첫 사형이 집행된 지 나흘 만이다.
국제앰네스티는 12일 이란에서 최소 20명이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사형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앰네스티는 이 중 11명은 이미 사형 선고를 받았고 다른 3명도 이미 선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6명은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앰네스티가 공개한 명단엔 이란의 프로 축구 선수인 아미르 나스르 아자다니(26)가 포함돼 파문을 낳았다. 지난달 16일 이스파한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해 보안군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아자다니는 사형 선고를 받을 수 있는 6명 명단에 들어 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소셜미디어(SNS)에 "아자다니가 기본적 자유와 여성의 권리를 위한 운동을 벌인 뒤 사형에 직면한 것이 충격적이고 역겹다"며 "처벌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란이 일주일 새 2명의 시위 참여자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면서 미성년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권단체들은 지난달 30일 <미잔>을 인용해 지난달 3일 테헤란 인근 카라즈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10대 소년들 중 최소 3명이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사형 선고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에게는 사형 선고가 가능한 '지상에서의 부패' 혐의가 적용됐다. 뉴욕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센터(CHRI)의 하디 가에미 이사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이란 정부가 거리에서 미성년자를 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수대로 보내고 있다"고 규탄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소된 3명의 10대 소년들 중 2명은 도구를 사용한 공격 사실을 인정했지만 1명은 어떠한 혐의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시위가 시작된 9월17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반정부 시위에서 493명이 사망했고 그 중 68명은 미성년자로 추정하고 있다. 단체는 체포된 학생들의 수는 632명에 이른다고 본다.
또래들의 희생은 청소년들의 시위 참여에 불을 붙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카라즈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사형에 직면한 10대 소년들이 법정에서 어린 여성 시위 참여자가 살해된 것을 추모하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16살 여성 사리나 에스마일자데가 시위 참여 뒤 보안군에게 머리를 맞아 치명상을 입고 숨졌고 같은 달 시위에 참여한 16살 여성 니카 샤카라미도 얼굴에 다수의 골절을 입은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더해 젊은 층이 그들의 부모 세대보다 덜 종교적인 점, 소셜미디어에 친숙한 점도 이들이 시위에 더 많이 참여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아세프 바야트 일리노이대 사회학 교수는 매체에 젊은 층이 "지금까지 이란 시위가 지속되는 것을 보장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소녀들의 경우 "이슬람공화국의 교육 시스템이 이들을 틀에 맞춰 정형하는 데 실패했다"며 소녀들의 생각과 관점이 소셜미디어에 더해 "이들의 시위 참여를 지지하고 정권의 구조적 여성혐오로 고통 받아 온 이들의 어머니들"에 의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이란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끌려간 뒤 숨진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을 계기로 지난 9월부터 진상 규명 및 여성 인권 증진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퇴진과 이슬람공화국 종식까지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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