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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은 왜 '비포장 도로'로 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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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은 왜 '비포장 도로'로 향했을까

[장성관의 202Z] ⑥ 조지아주 연방상원 승리와 민주당의 전략

12월 6일 화요일, 길고 길었던 2022년 중간선거가 드디어 끝났다. 과반수 득표 시에만 당선을 확정하는 조지아주 선거법에 따라 치러진 조지아주 연방상원의원 결선 투표의 날이었다. 현직 상원의원인 라파엘 워녹 민주당 후보가 51.4%의 득표율로 당선되어, 연방 상원의 구성은 이제 51 대 49로 민주당의 불안했던 다수당 지위가 확고해졌다.

양당 의원 수가 가부동수였던 지난 2년간, 민주당은 과반수 표가 필요할 때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의존해야 했고 단 한 명의 의원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확실한 과반수를 확보한 상원 민주당은 이제 상임위원회 구성도 공화당과 동등한 비율이 아닌, 확실한 수세적 우위로 운영할 수 있으며 한두 명의 의원이 입안 과정을 제동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여당 입장에선 1934년 이후 가장 긍정적인 결과다.

애틀란타 권역을 제외한 조지아주는 수십 년간 공화당 텃밭이었다. 공화·민주 양당 득표율만 봤을 때는 30여 년 정도 된 기록이지만, 이 지역의 보수적인 정치 성향은 그 역사가 훨씬 오래되었다. 조지아를 비롯한 남부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음에도 당시 인종주의에 기반하여 학교와 대중교통 등 공공시설에서의 인종 분리 정책이 버젓이 이어졌고, 1948년 군 내 인종 분리 철폐, 1964년 민권법 제정, 1965년 투표권법 제정, 1968년 공정주택법 제정 등을 거치며 민주당 내 보수적 성향의 정치인과 지지자들은 당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68년 "남부 전략"을 차용하며 이들을 공화당으로 흡수했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미국과의 계약 (Contract with America)"을 내세우며 1952년 이후 최초로 공화당을 양원 내 다수당 지위에 올리고, 오늘날 미국 보수진영의 주요 입장을 정립한 뉴트 깅그리치 (Newt Gingrich) 전 하원의장도 애틀랜타 근교를 지역구로 두었다.

하지만 2020년 조지아에서 대통령과 연방상원의원 두 명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올해 선거에서도 주 전체를 선거구로 두는 모든 선출직 (statewide office)에는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선 민주당이 자리를 지켰다. 이로써 2024년 대선에서 조지아는 양당에서 많은 자원을 쏟아부을 경합지역이 되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을 "50년 전에 언급했다면 그저 비웃음 받았을 경우의 수"라고 표현했다.

조지아를 경합주로 만든 정치인, 첫 흑인 여성 주지사 후보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이렇게 변하게 된 배경에는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Stacey Abrams)가 있다. 민권변호사 출신인 그는 조지아주 하원의원으로 11년간 활동했고, 2018년 흑인 여성 최초로 주요 정당 주지사 후보에 선출됐다. 그는 흑인 여성을 부통령으로 지명할 것을 천명한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고려했던 러닝메이트 최종 후보 6인 중에도 포함되었고, 2021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렇게 지대한 관심을 받는 것은 비단 그가 최초의 흑인 여성 후보라는 사실만은 아니다. 그는 십수 년째 투표권 보호와 신규 유권자 등록, 특히 소수인종과 청년들의 시민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비영리단체를 운영해왔다. 이런 주제는 그의 의정활동에 중심이 되는 가치이기도 했다.

그는 조지아에서 기존 후보들과 정당에서 정치 무관심층이라 판단하여 공략하지 않았던 주민들을 대상으로 유권자 등록을 지원하고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등 신규 유권자층을 유입시키고 그들의 열의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킨 덕분에 2018년 주지사 선거에서 비록 당선되진 못했지만 5만5000표 차이라는 고무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2020년 대통령 선거 기간에는 약 1000만 회의 가정방문(canvassing)과 수백만 건의 문자메세지 발송 등을 주도했고,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과 상원의원 2개 의석을 민주당 후보로 채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2년 주지사 선거에서도 에이브럼스 후보는 당선되지 못했지만, 선거와 비영리단체 활동을 통해 만든 자료와 전략을 당을 위해 계속 적용하고 있고, 그 과정을 통해 구조적으로 발전하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유입된 유권자들은 이번 12월 결선투표에서도 그 위력을 확실히 보였다. 11월 본선거에서 민주당 워녹 후보는 총 194만1275표, 공화당 허쉘 워커 후보는 190만6192, 그리고 자유당 (libertarian party) 체이스 올리버 후보는 8만1000여 표를 확보했었다. 때문에 결선투표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의 자유당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공화당을 지지할 것으로 여겨졌고, 일각에서는 "자유당 후보가 공화당의 표를 뺏어가 결선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불평도 있었다. 하지만 결선 투표에서 워녹 후보가 워커 후보와 표 차를 더 벌려 당선됐다. 지지층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그들의 열띤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결과다.

'보수 아성' 텍사스에서 도전하는 베토 오로크

에이브럼스의 전략은 2018년부터 세 번의 선거를 통해 그 가능성이 확실히 증명됐기 때문에, 앞으로 공화당 우세지역을 공략하는 민주당 전략의 벤치마크가 될 것이다. 이미 이런 전략으로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공략하는 인물들이 나타났다. 

베토 오로크 (Beto O’Rourke) 전 연방하원의원이 그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018년 텍사스 대표 연방상원, 2022년 텍사스 주지사에 도전했다. 

2018년 전국적인 인지도가 거의 없었던 그가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상대로 출마한 것은 야심 차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로 보였다. 상대적으로 젊고, 유창한 스페인어 실력을 바탕으로 멕시코 접경지역에서 지지 기반 확장 가능성이 있을지 몰라도, 텍사스에서는 1994년 이후 주를 전체로 하는 자리(statewide office)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사례가 단 한번도 없었다. 게다가 오로크 후보가 엘파소 시의원과 연방하원의원 시절 취한 정치적 입장은 상당히 진보적이어서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엔 어려워 보였다. 또 당적을 넘어 협력 관계를 만들었던 소수의 공화당 의원들도 재선에 실패할 정도로 텍사스 내 온건 공화당원들 또한 급격히 사라지는 추세였다.

그럼에도 그는 "254 카운티 투어"라는 순회 일정을 알리며, 선거 기간 동안 텍사스주 내 254개의 카운티 모든 곳을 최소 한번씩 방문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종 구성이 다양하며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도시 지역에 집중하고, 인구밀도가 낮은 그 외의 지역은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 민주당의 기존 선거 전략이었다. 지지층의 투표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접근이, 투표 참여 가능성이 낮은 유권자 또는 지지할 확률이 적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공략하는 것 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텍사스의 선거 결과를 지도로 나타낼 때 공화당을 뜻하는 빨간색이 바탕으로 깔리고 군데군데 민주당 상징 파란색이 섬처럼 표시된 모습이 나타나는 것도 인구 분포와 정치 성향이 도시 지역과 비도시 지역으로 극명히 나눠지기 때문이다. 

2018년 당시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오로크 후보는 무려 70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금했고, 48.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때 텍사스 상원 선거를 목적으로 모금된 후원금은 총1억2505달러로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규모가 컸고, 이전 최대 기록의 약 2배에 달했다. 공화당 선거 전략가 릭 타일러 (Rick Tyler)는 당시 "박빙의 대결이 된 바람에 다른 경합지역으로 갈 후원금과 선거 자원이 텍사스로 쏠리게 되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의 2022년 주지사 도전 또한 큰 반향을 일으켜, 3선에 도전하는 현직 텍사스 주지사는 무려 1억3900만 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썼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오하이오주 대표 연방상원의원으로 출마한 팀 라이언 하원의원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선거기간 내내 박빙을 기록하면서 공화당의 선거 자금이 다른 경합 지역이 아니라 오하이오로 몰리도록 만들어 결국 민주당의 상원 의석 추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선 가능성이 낮게 예상되었으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해, 공화당 상원 선거위원회가 경합지역에서의 신규 후보 당선을 위해 비축해두었던 자금을 오하이오로 방향을 틀도록 한 것이 결국 민주당의 상원 의석 추가에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그리고 2022년에도 오로크 후보는 비록 당선에는 실패했지만, 텍사스 민주당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여주었다. 지지층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온 것 이상으로 등록 유권자 명부를 최신화하고 등록 인원을 크게 늘린 것은 오랫동안 뜻깊은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길버트 이노호사 (Gilbert Hinojosa) 민주당 텍사스 위원회 의장과 훌리안 카스트로 (Julian Castro) 전 연방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입을 모아 감사를 표했다.

"비포장도로 민주당원들"의 길찾기

2021년 여름, 민주당 전국 위원회 제이미 해리슨 의장은 "레드 스테이트 펀도(Red State Fund)"의 출범을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후보가 선거에서 우세한 주(州)에 신규 유권자 등록과 민주당 지지층 확장을 위한 지역 프로그램에 투자·지원금 명목으로 최소 1000만 달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과 2020년 선거를 통해 보여진 가능성이 그 배경에 있다. 전국 각지 "시골" 지역에서 출마하며 고충을 제기한 여러 후보들의 사례 또한 논의에 큰 불을 지폈다.

메인주 상원 역사상 최연소로 당선된 여성 의원인 클로이 맥스민 (Chloe Maxmin)은 본인 저서를 통해 두 번의 선거 경험을 회고하며 "민주당 후보들도 우리 동네와 같이 외진 곳에 발품을 들여 찾아와, 정책보다는 가치에 기반한 대화를 지역 주민들과 직접 만나 나눈다면 보수적이고 시골 지역에서도 당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92년생인 그는 만 25세의 나이의 환경운동가로 민주당 내에서도 굉장히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에도 본인 지역구 역사상 최초로 당선된 민주당 후보가 되었다. "시골 지역의 공화당 지지자들은 너무 무지하다"는 선입견이 시골 지역과 민주당 사이 골을 더 깊게 한다며, 그는 지역 주민들을 가르치려기 보다 배워야 하고 진심으로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주리주 하원에 출마했다 낙선한 민주당 제시카 파이퍼(Jessica Piper) 후보는 지난달 본선거 이후, 본인이 가가호호 방문하며 마주했던 반응을 일부 전했다. 그의 당적만을 보고 지옥에 가라는 저주를 퍼붓거나, 바이든과 민주당에 대한 가짜뉴스에 기반한 비난이 돌아오기 일쑤라고 했다. 지역구 내 모든 집을 방문하기 위해 선거운동 기간 모든 시간을 썼고, 결과적으로 기존 민주당 지지층 외 유권자의 4%로부터 표를 받을 수 있었다. 효율적인 선거운동이 아니지만, 본인의 동네이며 이웃이기에 희망을 버릴 수 없다고 그와 같은 "비포장도로 민주당원 (Dirt Road Democrats)"들은 앞으로도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오와의 제이디 숄튼 (J.D. Scholten) 주하원의원, 그리고 시골 지역의 민주당 연방하원의원 후보를 지원하는 정치활동위원회(Backroads PAC)을 설립한 테드라 캅 (Tedra Cobb) 전 하원의원 후보 등도 수년째 같은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러나 시골 지역에서의 성공은 장기적 시간과 그에 따른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바로 2024년 대통령선거에서도 얼마나 결실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공화당은 반면 오래전부터 타겟 대상층을 다각화해왔고 각 지역위원회에 큰 자율권을 보장했다. 부시 가문의 오랜 자문가이자 공화당 전략가인 칼 로브는 지난 2010년 보수진영의 우선 현안의 실현과 연방의회부터 지방정부까지 공화당 후보들의 선출 가능성을 향후 수십년간 높이기 위해서는 전국의 주의회를 공화당이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레드맵(REDMAP) 프로그램을 시행해, 그 비전을 현실화했다. 현재 연방대법원 내 보수 성향 대법관이 압도적인 다수로 구성된 것도 연방상원에서 그리고 각 주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기에 가능했다.

새로운 공략 대상을 발굴하고 신규 유권자를 유입시키는 일, 그들의 지속적인 정치 참여를 지원하는 일,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 등은 모두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당장의 선거에서의 승리를 넘어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더욱 필요하다. 

▲스테이시 에이브럼스(왼쪽)와 베토 오로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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