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 2015년 조선인들의 강제 노역 피해가 있었던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강제 노역 사실을 적시하겠다던 약속을 여전히 지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약속한 조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13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논평을 통해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된 일본 근대산업시설 등재 후속조치 이행경과보고서와 관련, 세계유산위원회의 거듭된 결정과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들이 충실히 이행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정부는 일본이 작년 7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유네스코-ICOMOS(국제기념물유적 협의회) 공동조사단 보고서의 결론을 충분히 참고하여 일측이 약속한 후속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를 비롯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조치 △정보센터 설치와 같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 등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시설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일본은 계속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에 2018년 6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이어 지난해 7월에도 후속 조치를 촉구하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공동조사단 보고서에는 △각 시설의 1910년대 이후를 포함한 전체 역사 기술이 불충분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석 조치 불충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전시 부재 △1910년 이후 전체 역사 해석 전략 관련 국제 모범사례에 비추어 미흡 △한일 양국간 대화 지속 필요 등의 내용이 담겼으나 일본은 이에 대한 이행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일본은 13일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명시된 이행경과보고서에서 "당시 세계 대부분의 탄광과 마찬가지로 하시마 탄광에서도 모든 광부들의 노동 조건은 가혹했다"며 "그러한 조건이 한반도 출신에게 더욱 가혹했다고 신뢰할 만한 증거는 지금까지 없다"고 주장했다.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한 약속에 대해서도 일본은 당시 국민 징용령이 모든 일본 국민들에게 적용됐다면서, 여기서의 '희생자'는 출신지와 상관 없이 근대 산업 시설에서 고통 받거나 숨진 이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또 지난해 6월 유네스코와 ICOMOS 공동조사단이 도쿄에 위치한 해당 시설을 설명해 놓은 기관인 산업유산정보센터(IHIC)를 시찰하기 전에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은 "(징용은) 당시 일본의 일부였던 한반도 출신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적용됐다. 한반도에서 징용된 노동자들은 봉급을 받는 등 일본 출신과 동일한 환경에서 일했고 노예 같은 노동을 하도록 강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일본의 보고서는 지난해 7월 세계유산위원회가 유네스코-ICOMOS 공동조사단의 보고서를 발표한 뒤 일본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고 올해 12월 1일까지 보존현황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결정문에 따라 작성됐다.
한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의 대법원 배상 판결과 관련, 한일 간 외교적으로 진전된 방안이 있냐는 질문에 임수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일 양국 간에 긴밀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서 어느 정도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범위, 간격을 좀 좁혀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배상 의무가 있는 가해 기업 외에 재단 등이 기금을 받아 기업과 배상을 같이 책임지는 이른바 '병존적 채무인수'등의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여러 해결방안이 있고 그를 토대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확정된 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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