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내용의 트위터 게시물(트윗)이 증가했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이후 표현의 자유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트위터 내에서는 정작 혐오나 극우적인 내용을 다루는 트윗이 증가했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영 일간 <더 타임스>의 지난 2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내용의 트윗은 2022년 85만 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대학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22만 건, 2021년 65만 건이었던 '기후부정' 트윗이 2022년에 들어서 크게 증가했다.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트윗 중 기후위기가 사기라는 의미의 '기후사기'(#Climatescam) 해시태그를 포함한 트윗이 전체 기후위기 부정 트윗의 40%를 차지했다. 특히 머스크 인수 이후인 2022년에 '기후사기' 해시태그를 포함한 트윗의 수가 증가했다. 2022년 이전 기후위기 부정을 다룬 트윗 중 '기후사기' 해시태그를 포함한 트윗은 2%에 불과했다.
국제네트워크인 허위조작정보와 싸우는 기후행동(Climate Action Against Disinformation) 또한 지난 11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본격화된 7월부터 '기후사기' 해시태그를 포함한 게시물이 50만 건 넘게 작성됐다고 분석했다.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트윗은 세계기후변화총회 진행에 맞춰서 그 수가 더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 11월 이집트에서 진행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기간에 '기후사기' 해시태그 사용은 직전 달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더 타임스>는 보도했다.
'기후사기'는 현재 트위터에서 기후(Climate)을 검색할 때 가장 상위에 뜨는 연관검색어로 자리잡기도 했다. '기후위기'(Climate crisis)나 '기후비상'(Climate emergency)보다 더 상위에 검색된다.
허위조작정보와 싸우는 기후행동은 이는 "머스크의 새로운 트위터 검열 방식에 대한 테스트의 일종으로 보인다"라며 "트위터 사용자들은 허위 및 선동적 진술을 포함함 트윗이 규제당하는지 알기 위해서 '기후사기' 내용을 담은 게시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고, 규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사용자들이 기후부정에 대한 게시글을 더 많이 올리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기후부정 늘어나고, 기후과학자들은 떠나고...기후위기 시대 트위터의 목소리는?
환경단체 활동가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방침과 게시물에 대한 방조가 트위터 내 기후부정론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이후 콘텐츠 관리팀을 해고하고, 트위터 내 '지속가능성' 부분을 COP27 개최 2일 전에 해체했다. 또한 기후위기를 공개적으로 부정한 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기후위기에 대한 잘못된 사실을 전파하는 캐나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등의 계정을 복원하기도 했다.
조던 피터슨은 기후위기를 예측한 과학적 방법론은 없다며, 탄소중립 필요성 또한 "터무니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과학자들과 국제사회가 동의한 과학적 사실과는 완벽히 대비되는 주장이다.
이에 많은 기후과학자들이 트위터를 더는 소통창구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트위터에 기후위기에 대한 잘못된 사실 전파가 늘어나지만, 과학적 사실을 공유하던 기후과학자들은 오히려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국립설빙데이터센터 소속 트윌라 문은 <가디언>에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트위터 사용을 멈추고 있다"라며 "트위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기후 과학자들 사이의 연결 또한 무너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펜실베니아 소속 기후과학자 마이클 만 또한 트위터에서 "보이지 않았던 기후부정론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기후 부정 또한 견인력을 얻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기후활동가에 대한 혐오표현 또한 트위터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허위조작정보와 싸우는 기후행동은 지난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트위터에 인증된 계정이 환경단체 활동가를 극단주의자로 묘사하고 그들에 대한 성폭력까지 언급하는 등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고 있다"라며 "이는 곧 현실세계에서도 환경활동가에 대한 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대학 안드리아 바론칠리 연구원은 <가디언>에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화에서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라며 "동의하지 않는 그룹끼리 서로 신뢰가 없고, 상호작용이 없는 시대"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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