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파면을 요구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1일 이태원 참사를 진행하는 특수본이 있는 서울경찰청 마포청사 앞에서 "진짜 책임자"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수사 촉구서를 특수본에 전달했다. 수사 촉구서에는 이상민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치상·직무유기 등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자회견에는 참사 희생자 유족 10여 명도 참여했다. 유족들은 '158명의 죽음에 묻습니다, 국가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10월29일 국가는 없었고 오늘도 국가는 없습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아들이고 딸이고 국민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특수본 앞에 섰다. 희생자의 사진을 들고 선 유족도 있었다.
희생자 이지한 씨의 어머니는 "특수본이 수사하니 믿고 기다려보라는 말에 지금까지 기다렸다"면서 "하지만 기다릴수록 증거인멸과 문서삭제, 자기 자리 지키기 위한 거짓말과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라며 수사 과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왜 우리의 자식들이 158명이나 돌아올 수 없었는지 우리에게 설명하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참사 당일 상황보고서가 누구에게 전달되었고 왜 묵살되었는지, 보고를 안 한 사람, 받고도 묵살한 사람, 인파를 분산시켜 통행 원활하게 유도하지 않고 인도로 밀어올리라고 지시한 사람들을 명확히 찾아내야 한다"라고 특수본에 요구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류미진(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 박희경(용산구청장), 이임재(전 용산경찰서장), 김광호(서울경찰청장), 윤희근(경찰청장), 오세훈(서울시장), 이상민(행안부 장관), 한덕수(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성역없는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라며 "특히 대한민국 재난안전 총괄부처의 수장,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해서는 파면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중간중간 유족들은 '이상민 장관 파면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참사 이후 이상민 장관의 어깨를 툭툭 친 장면에 대해서 "행안부 장관 어깨 두드려주기보다는 유가족 어깨를 토닥여줬어야 한다"며 "장관에게 애정어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국민 생명 안전하게 보호하지 않은 공직자가 처벌받지 않는 사회가 정상이냐고 유가족에게 진실 어린 말을 했어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이 씨의 아버지 또한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이상민 장관 어깨를 치는 건 경찰들에게 수사를 하지 않으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라고 윤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진짜 책임자는 조사도 안 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특수본이 재난을 예방할 수 있었던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은 이들은 수사 하지 않고 있다고 수사 과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은 "참사 당일 작은 과실만 있는 소방관,경찰관에만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사전 위험 사항 인지했으면서 아무런 재난안전 대책 수립하지 않은 사람들은 수사대상, 혐의대상에도 안 올렸다"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경찰청 차원에서 이태원 핼로윈 대규모 인파 운집이 예상되니까 경찰 배치, 폴리스 라인 등 안전사고 대비해야 한다는 보고가 있고 그에 따른 인파관리도 이루어졌다"라며 "그런데 2022년에는 아무런 대비 계획이 수립되어있지 않았고 이 부분이 업무상 과실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안전대책을 수립을 지시하지 않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행안부 장관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죄 관련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변 '10·29 참사' 대응 태스크포스(TF) 이창민 변호사는 "보고 받지 못해서 적절한 조치 취하지 못했다고 항변하는데 그럴리 없다"라며 용산서에서의 정보보고, 참사 당일 경찰 내부 무전망 등에서의 보고 등을 통해 상급자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수본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은 피의자 입건도 안 해...이상민 장관 조사도 아직 없어
특수본은 현재까지 18명을 피의자로 입건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경찰 쪽에서는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을 비롯해 상황실 상황팀장, 정보부장 등 서울경찰청 소속 3명의 경찰공무원이 늑장 보고, 정보보고서 삭제 혐의 등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용산경찰서에서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비롯해 정보과 과장, 계장, 직원 1명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이 피의자로 입건됐다.
소방 쪽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지휘팀장이 피의자로 입건됐다. 용산구청에서는 박희경 용산구청장, 유승재 부구청장, 문인환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안전재난과장 등이 피의자로 입건됐다.
이 외에도 '무정차 통과 미조치' 의혹을 받는 이태원역장과 불법 건축물 증축 혐의를 받는 해밀톤 호텔 대표이사가 피의자로 입건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소방청지부(소방노조)의 고발로 특수본에서 피의자로 입건했으나 소환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수본의 압수수색에서도 이 장관의 집무실은 제외됐다.
이에 대해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상민 장관은 경찰 인사권을 가지고 있어 특수본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라며 "증거 인멸이나 말 맞추기 등 수사 방해 우려가 큰데 아직까지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참고인 조사도 받지 않은 상황이다. 참사 직후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나 별도의 수사 의뢰를 하지는 않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감찰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소위 '윗선'과 '진짜 책임자'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거나 피의자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라며 "경찰의 수사가 과연 스스로 공언한 대로 '성역 없는 수사'가 될 것인지 깊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협의회(가칭) 준비모임은 1일 국회 본청에서 국정조사특별위원장 등과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민변 측은 "해당 면담은 국정조사에 관한 유가족들의 요청사항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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