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정부의 대응과 그 이후의 진상 규명 절차 모습이 이전의 사회적 참사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난 매뉴얼에 따른 훈련과 참사 이후 초기 대응은 미흡했고, 관계기관 간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정부의 역할이 여전히 재난을 막기에는 불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수사에 앞서 재난조사를 진행해 참사의 원인을 파악하고, 종국에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이 있어야 또 다른 재난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회 생명안전포럼과 시민단체 생명안전시민넷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0.29참사, 국가의 역할을 다시 묻다' 토론회를 진행하며 참사 예방부터 대처 전반을 살펴보는 재난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계기관 간의 협업체계, 제도의 한계 등 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해 참사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오지원 생명안전시민넷 법률위원장은 수사뿐만 아니라 재난방지를 위한 별도의 조사가 필수적이라며 "다들 수사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자고 하지만 세월호 참사 때도 수사 결과에만 치중한 결론을 내려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이 같은 문제가 "유족 및 피해자들이 참여할 수 있고, 사회적 교훈으로도 삼을 수 있는 별도의 재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관계기관간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고 오 위원장은 지적했다.
최근 공개된 참사 당일 경찰 무전망에 따르면 참사 발생 이전 74분 전에 서울경찰청 상황실에서는 가장 시급한 출동을 요하는 긴급 상황을 전달할 때 붙는 지령인 '코드0' 무전이 용산서에 전달됐다.
참사 발생 후에도 소방당국은 경찰에 인력 투입을 19회 이상 요청했으나 1시간이 넘어서야 기동대가 투입돼 교통을 통제했다. 경찰·소방 등 기관 뿐만 아니라 경찰 내부에서도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오 위원장은 "관계기관 간의 협조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던 부분과 평상시의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를 조사"해야 하며 "결국에는 재난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또한 이번 참사에 대응하려면 "재난안전체제 전반에 걸쳐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참사 초기 미흡한 대응은 결국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재난안전상황실과 기관들 사이 협조체제 내에서 보고가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행안부를 포함한 대통령실은 왜 손을 놓고 있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국가가 재난을 대하는 방식이 세월호 참사 때와 달라진 것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때 현장 출동한 123정장만 처벌했던 것처럼 관련 지휘라인은 책임회피와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라며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부상 피해자들의 지원과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참사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생명안전기본법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참사 피해자에 대한 권리 보장이 없는 현행법을 대체하는 참사 피해자 권리, 안전사고 판결문 공개 등이 포함된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 구조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경용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의 기본적 의무가 왜 지켜지고 있지 않나"라고 물으며 "국회에서도 생명안전기본법을 비롯한 법률을 입법해야 생명을 최우선 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관련 법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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