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리해고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 파업을 이어간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국가에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경찰의 과잉 진압에 노동자가 저항한 행위를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쌍용차 노동자의 파업 13년여 만이다.
30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국가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쌍용차 노동자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가 내려진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내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같은 결정의 이유로 쌍용차 노동자의 옥쇄 파업을 진압할 당시 "경찰이 특정한 경찰 장비를 관계 법령이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해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직무는 위법"이라는 점을 들었다.
대법원은 이어 쌍용차 노동자들이 경찰 진압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기중기에 손상을 입혔으나 "이는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인한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였던 만큼 "정당방위"라고 판시했다.
이로써 비록 파업에 불법성이 인정되더라도 경찰이 과도한 진압력을 행사한다면 이는 정당화할 수 없다는 판례가 만들어졌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회사의 경영상 이유로 전체 인력의 37%를 감원한다는 정리해고안에 반발해 지난 2009년 5월부터 공장을 점거하는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노사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당시 경찰은 같은 해 8월 4일과 5일 이틀간 헬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경찰특공대를 공장에 투입해 파업을 강제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최루액과 테이저건 등의 물리력을 강력하게 동원했다. 이후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국가 기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고 부상자도 나왔다며 쌍용차 노동자를 상대로 16억8000만 원 규모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이에 1심과 2심은 국가의 손을 들었다. 1, 2심은 노동자들에게 각각 13억7000여만 원, 11억3000여만 원을 경찰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의 경우 경찰 헬기와 기중기 손상 관련 손해액을 1심보다 적게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에서 이 같은 판결이 뒤집어졌다. 대법원이 기중기 손상과 관련해 노조의 책임을 80%로 계산한 기존 판결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만큼, 이번 판결에 따라 노조의 손배액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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