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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으로 간 양당제 미국, 과연 제3당 창당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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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극단으로 간 양당제 미국, 과연 제3당 창당은 가능할까?

[장성관의 202Z] ④ 2022년 중간선거로 확인된 민주-공화당내 양극화

많은 이들이 지난 2년간 웨스트 버지니아 상원의원 조 맨친 (Joe Manchin)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민주당의 현안에 매번 제동을 걸어 상원 통과를 가로 막았던 그에게 연방의회 출입 기자들은 “다수당 원내대표 맨친”, “맨친 총리님” 등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단 한 명의 의원이 혼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원의 입안 과정 구조를 비꼰 것이다.

전국 50개 주에서 각 2명씩 선출되는 연방상원은 마치 100명의 대사들이 모인 UN처럼 보일 때가 많다. 각자가 대표하는 주의 이권과 현안을 당론보다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고, 상원만의 독특한 관례와 전통이 그 운영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보수적인 민주당 당원이라고 평가되는 조 맨친 상원의원이 눈에 띈 것도 그가 대표하는 웨스트 버지니아가 다른 민주당 의원들이 대표하는 지역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쇠퇴해가는 석탄산업에 의존하고 미국에서 가장 낙후된 경제 상황 속에 있으며,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유권자의 69%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런 지역구에서 맨친 의원이 62%의 지지율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민주당 내 비판을 감수하며 웨스트 버지니아의 현안을 최우선시하고, 제도주의자로서의 신념을 지킨 덕분이다.

노동조합의 편에 서지만, 사회적 이슈에는 대체로 보수적인 맨친의 입장은 이념적 잣대로는 모호할 수 있으나, 매일 아침 8시 30분 미국의 부채 액수를 확인하는 그의 십수년째 습관을 보면 그가 우선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지난 6월, 임신 중지권 보장을 뒤집은 연방대법원의 판결문에 대해 맨친 의원은 “지난 두 세대에게 안정을 줬던 판례를 뒤집은 대법관들에 경악했다. 가톨릭 신자로서 평생 낙태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지난 50년간 Roe 대 Wade 판결을 통해 사실상 연방법으로 보호되었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안을 지지한다”라고 짧고 강경한 성명을 냈다.

이렇게 당내에서는 눈엣가시로 보일지 몰라도 철저히 본인의 신념과 지역주민들의 여론에 기반해 초당적 협치에 나서는 상원의원은 공화당에도 있다. 맨친 의원이 당적을 넘어 여러 차례 재선에서 공개 지지를 선언한 알래스카의 리사 머카우스키 (Lisa Murkowski) 상원의원, 공화당 소속임에도 연방대법관 인준 시에 임신 중지권·재생산권리 보장에 대한 약속을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수전 콜린스 (Susan Collins) 상원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특정 사안에 따라 일시적이나마 초당적으로 힘을 합치는 의원들은 열 명 안팎으로 지난 20여년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를 여러 차례 해결하기도 했다.

미국 정치에도 제 3지대는 있는가?

이런 의원들을 두고 제 3당 창당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간혹 나오지만,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첫째, 100명의 상원 의석은 제 3당이 만들어지기에는 너무 적다. 동시에 상원에서는 많은 의원들이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당 지도부에 저항하기도 한다. 유타의 마이크 리 (Mike Lee) 상원의원, 켄터키의 랜드 폴 (Rand Paul) 상원의원, 그리고 텍사스의 테드 크루즈 (Ted Cruz) 상원의원 등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15년 만에 미치 맥코넬 (Mitch McConnell)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의 자리에 도전했으나 37대 10 으로 패한 플로리다의 릭 스캇 (Rick Scott) 의원도 비슷한 경우다. 양당 지도부는 지금까지 전략 수립에 이런 이탈을 미리 계산하여 대비하고 또 필요할 때는 어르고 달래며 이끌어왔다.

둘째, 초당적 협치를 도모하는 의원들의 숫자도 굉장히 적다. 사안에 무관하게 상대 당과 거듭 힘을 합치려는 상원의원의 수는 크게 잡아도 다섯 명 남짓이다.

셋째, 맨친 의원과 같이 당내에서 본인만의 목소리를 냈을 때 주목받을 수 있는 경우 자체가 드물다. 본인의 재선이 확실시 되면서 소속 정당이 아슬아슬하게 우위에 있어야만 가능하다. 일례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Alexandria Ocasio-Cortez) 의원은 지난 2020년 1월 <뉴요커>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였다면 조 바이든과 저는 같은 정당 소속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민주당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고 비판했지만, 같은 해 대선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그를 비롯한 많은 진보 진영의 민주당 의원들은 대외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자제했다.

1950년대 이후 제 3당 소속으로 연방의회에 선출된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상원에 두 명의 무소속 의원이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한다. 하원에는 2007년 이후 공화·민주당 소속 외의 인물이 당선된 적이 없고,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꾼 의원이 한 명, 트럼프에 반발하고자 공화당 당적을 포기하고 무소속 또는 자유당 (libertarian)으로 옮긴 의원이 두 명 있다.

물론 연방의회 밖에서도 군소정당 소속 선출직 정치인들이 있지만 그 세력은 굉장히 미미하다. 진보정당인 근로 가족당 (Working Families Party)은 전국 19개 주에 지역위원회가 꾸려져 있으나, 필라델피아 시의원 한 명을 제외하고 당 소속 선출직 정치인 80명이 모두 각 주 민주당에도 소속되어 있다. AOC 등 진보적인 연방의원 4명과 38명의 주상·하원의원 또한 미국 민주사회주의자 연합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에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분류되지만, 당선에 성공한 후보들은 모두 투표용지에는 복수정당소속으로 민주당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보수정당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자유당 (Libertarian Party) 또한 전국에 선출직으로 당선된 후보가 현재 단 한 명이다.

공고한 양당제 구도를 바꾸고자 좌우 이념에서 벗어난다는 기치 아래 앤드류 양 (Andrew Yang) 전 뉴욕시장 후보가 창당한 포워드당 (Forward Party)는 지지율과 당론은 고사하고 그 존재조차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공화·민주당 내 소장파…연방의회는 사실상 4당제

2022년 중간선거를 통해 양당의 의석수 차이가 상원에서는 벌어졌고, 하원에서는 좁혀졌다. 때문에 당내 내홍은 차기 회기에 하원에서 빈번하고 민주당보다는 한 자릿수의 의석 차이로 다수당이 된 공화당에서 집중적으로 보일 것이다.

특히 프리덤 코커스 (Freedom Caucus)라는 하원 공화당 내에서 이념적으로 가장 우파 의원들로 구성된 조직이 지도부의 리더십에 여러 차례 도전할 것이 자명하다. 이미 11월 중순 하원 공화당 내 차기 의장 후보를 선출하는 비밀투표에 현 당내 서열 1위인 케빈 매카시 (Kevin McCarthy) 원내대표에 맞서 프리덤 코커스 직전 의장인 앤디 빅스 (Andy Biggs) 의원이 도전했다. 그는 188대 31이라는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그의 출마를 통해 프리덤 코커스 요구사항의 윤곽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정확한 가입 의원 수를 절대 밝히지 않는 프리덤 코커스에게는 세력을 과시할 기회이기도 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이미 프리덤 코커스가 지난 2015년과 2018년, 존 베이너 (John Boehner)와 폴 라이언 (Paul Ryan) 당시 하원의장을 차례로 정계 은퇴시킨 바 있기 때문이다.

이후 프리덤 코커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매카시 원내대표는 당내 서열 1위에 오를 수 있었고, 지난 3년간 계파 갈등 봉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직 첫날, 그는 짐 조던 (Jim Jordan) 의원을 직접 만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직을 조건 없이 제안하면서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짐 조던 의원은 2016년 프리덤 코커스를 마크 메도우즈 (Mark Meadows) 당시 의원과 함께 설립했고, 메도우즈 의원은 2020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까지 백악관 비서실장직을 맡았다.

매카시는 그 이후 차기 서열 의원으로부터의 도전도 사전에 잠재웠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찰도 해결하며 지금의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 2010년부터 꿈꿔온 하원의장석을 눈앞에 둔 지금 그의 미래에 가장 큰 걸림물이 될 의원들은 역설적으로 같은 해 티파티 열풍을 타고 당선된 의원들과 그들로부터 파생된 새로운 계파다.

지금껏 총 117번 회기가 구성된 미 연방의회에서 양당의 의석수 차이가 10석 미만이었던 경우는 단 13회에 불과하다. 매카시 의장은 차기 회기에서 이처럼 이례적으로 적은 의석수 차이의 다수당을 이끌게 된다. 때문에 민주당의 온건·중도파의 표를 구해볼 수도 있다. 존 베이너와 폴 라이언 의장은 임기 중 총 다섯 건의 예산안과 두 번의 임시예산안 통과에 민주당과의 협치가 필요했다. 당시 그들은 최소 33석, 많게는 59석의 의석수 차이를 가진 상황이었음에도 당내 이탈표를 설득하는 것 대신 상대 당에 손을 내밀었다.

특히 그때와 달리 현재 하원에는 지난 2017년 설립된 초당적 협치 그룹 해결사 코커스 (Problem Solvers Caucus)가 있다. 여기엔 공화당 의원 29명, 민주당 의원 29명이 속해있다. 2023년 시작될 차기 연방의회 회기에서 이 그룹의 영향력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추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10명 중 단 두 명만이 올해 재선에 성공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율이 높았던 지역구에서 올해 당선된 민주당 하원의원은 단 두 명이다. 이는 미국의 정치 성향의 양극화가 심화되었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각 당내에서의 이념적 양극화 또한 반영한다.

역사적으로 적은 의석수 차이, 그럼에도 세를 유지하는 친트럼프 성향의 프리덤 코커스, 그리고 다음 행보를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림자 사이에서 전 공화당 의장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매카시는 어떤 전략을 펼칠까.

▲공화당 지도부들.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왼쪽)과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AP=연합뉴스

* 필자 장성관은 보스턴대학 반인종연구센터 펠로우,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차장, 미국 민주당 청년전당대회 대의원을 지내며 VICE News와 The Star-Ledger 등에 기고했다. 연설문 작성, 정책개발, 커뮤니티 연대 협력 등에 관해 자문을 제공하고 소수자 정치력 신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202Z : 2020년대의 정치와 Z세대 정치를 다루겠다는 의미다. 202는 워싱턴DC의 지역 전화번호 앞자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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