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핵 개발이 남한의 국론 분열을 불러온다는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에 대해 "유신 시절에나 나오던 이야기"라며 대단히 위험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2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 전 장관은 "(김태효 차장이)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남한의 국론을 분열시키려고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국론 통합을 해야 된다고 하는데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다. 유신 때 이야기"라고 말헀다.
정 전 장관은 "제가 1977년 통일원에 들어갔는데 그 때 북한이 (남한의) 국론 분열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통일원은 국론 통합에 힘을 쓰라고 지시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이 대목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이야기를 국론 분열로 몰아서 반공법으로 때리려는 그런 걱정도 했다"면서 김 차장이 유신 독재 정권의 사고와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21일 김 차장은 통일부가 주최한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공개세미나'에 기조발제자로 참석해 "북한 핵 개발 이유를 보면 정권 유지·강화뿐만 아니라 남북한의 체제와 이념 대결을 지속하는 가운데 유리한 지렛대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충분히 있다. 우리 국론 분열을 시도하고 체제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 전 장관은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며 대북 정책과 관련한 관점 및 방향에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권영세) 장관은 어찌 됐건 담대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걱정하는 정치, 군사 문제도 협의를 할 수 있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미북 관계를 빨리 조정을 해 줘야 되는데 우리가 그런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며 억지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1차장의 주장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은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보실 1차장의 이야기와 방향이 다르다. 여기서부터 국론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것은 민주당에서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도대체 국론 분열이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편 북한이 지난 18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정 전 장관은 "이제 화성-17형 ICBM에 실을 수 있는 소형화·경량화된 핵탄두 폭파 실험을 가까운 시일 내에 하지 않겠나 싶다"라며 핵실험 실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시 미사일 발사에 자신의 딸을 데리고 나온 의도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미국 전역을 때릴 수 있는 사거리를 가진 ICBM을 개발함으로써 지금 10대인 후계 세대들에게 '우리는 이제 미국이 건드릴 수 없는 나라가 됐다. 너희들은 안심하고 살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정 전 장관은 "미국한테는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아들어라' 하는 그 메시지가 동시에 담겨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같은 행동이 미국에 대화를 하자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해야 하냐는 질문에 정 전 장관은 "핵실험을 하고 또 그러고도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ICBM을 또 발사할 것"이라며 "미국이 지금까지의 방관 정책을 바꾸고 적극적인 대화 정책으로 나올 때까지 북한은 계속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의 딸 등장과 관련, 국가정보원은 이를 둘째딸인 김주애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에서 이번 ICBM 발사 때 같이 온 사진 속 (아이는 김정은의) 둘째딸 김주애로 판단한다고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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