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 한국 사회의 우수성은, 정치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는 물론, 첨단과학기술과 문화 예술에서 돋보이는 성과가 빛나는 별들처럼 이어진다. 아쉬운 점은 글로벌 차원의 세계 격변에 대한 빈약한 인식 수준이다. 이는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 심각한 취약점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은 이런 점들을 감안하여 격변하는 미중관계에 중점을 두고 쓴 것이다.
서울에서 벌이는 미중 추격전
미국의 권력 서열 1, 2, 3위가 올해 모두 서울에 출동했다(바이든, 해리스, 펠로시). 이를 지켜본 중국도 서열 3위 리잔수가 서울에 와서 서열 1위 시진핑의 방한을 협의했다. 그들의 관심은 모두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 생산 기술에 꽂혀있다. 남북 분단이나 북한 핵실험은 그 다음이다. 이처럼 그들은 패권의 사활을 건 기술 경쟁의 진검 승부에서 한국을 중시한다.
그들은 한국 방문에서 저마다 우리의 첨단 대기업 방문을 최우선순위로 삼았다. 양국의 기술 경쟁이 한국에서 불을 뿜는다. 이 국면에서 우리가 마땅히 먼저 할 일은, 피땀으로 키워낸 기술이 저들의 사냥감이 아니라 우리의 보물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한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뒤늦게 깨어난 나라'를 거쳐, 미중 양국의 살얼음 같은 '경쟁의 십자로'로 변했다. 거기에 첨단 기술의 '협력과 갈등'도 포함된다.
우리는 한미동맹에 올인 하는 만큼, 중국시장에도 올인 해 왔다. 그렇게 해서 '3050클럽(인구 5천만 이상,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7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일본도 뒤로 젖히는 맹렬한 기세다. 역대 정부들은 좌충우돌을 거듭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똑바로 높은 미래를 향하여 가고 있는 것이다.
패권경쟁의 양면을 모두 보자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가 미중 양대 시장을 동시에,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지상과제다. 이 점에 동의한다면, 그들 양국이 벌이는 희한한 '패권 경쟁'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필수 작업이라는 데 대해서도 수긍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작업의 걸림돌은 만만치 않다. 미중 양국과 얽힌 지난 세기의 역사적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겨져있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가짜 정보가 하루하루 우리의 현실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미중관계를 단순 대립으로만 보는 경향이 마치 상식처럼 퍼져있다. 매우 잘못된 인식이다. 이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못지않게 우리를 좀먹는 '금지된 장난'이다. 마치 4백여 년 전, 김성일과 황윤길을 일본에 보냈으면서도 일본의 침략에 대비하지 못한 참극을 불러들였던 것처럼 말이다.
양국을 보는 시각을 제대로 바로 잡기 위해서는 그들이 벌이는 '패권 경쟁'(전쟁이 아니다!)의 양면을 모두 알아야 한다. 첨예한 대립과 함께 엄청난 협력도 있다. 편협된 시각은 금물이다. 왜 바이든은 시진핑과 그토록 자주 대화를 하는가? 충돌로 가는 데는 대화가 필요 없다. 친절하게도, 그들 두 사람은 매번 접촉할 때마다 이 점을 강조한다. 그래도 매스컴은 대립에 각을 세워 보도한다. 장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과 시진핑, 두 사람이 하는 말에 귀를 막고 골라 들으면 위험하다. 대가는 돌이킬 수 없는 국익 손실이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양면 전략'으로 요약된다. 대결은 북을 치며 시끄럽게, 협력은 물밑에서 조용하게 진행한다. 그들은 성난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금융자본주의를 배경으로, 이미 상호 거대한 투자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이 중요한 사실을 무시한 정보는 '사기'와 다를 바 없다.
미국의 '양면 전략'; 중국은 '3조3천억 달러의 투자 파트너'!
양국의 상호 금융 투자 총 규모는 3조3천억 달러다(2020년 말 현재). 치열한 대립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이걸 믿으란 건가? 백악관이 평소 벌이는 압박과 견제를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규모다. 이 자료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금융 데이터 전문 기업인 로디움 그룹의 발표다. 최근 9개월간 중국에서 달러 채권 1천억 달러가 빠져 나갔다는 뉴스를 사실로 받아들여도 대세에는 흔들림이 없다(중국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지속적으로, 갈수록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GDP의 두 배에 가깝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생각을 간단하게 표현한 미국인이 있다. 하버드대 존 K. 페어뱅크스 교수는 평생 중국을 오가며 연구로 일관한 대학자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은 아편전쟁 이래 거대한 중국을 관리하는 꿈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 미국에게 중국은 그런 나라다.
다시 상호 투자 협력을 보자. 미국의 대중국 투자는 1조2천억 달러, 중국의 대미국 투자는 2조1천억 달러다. 중국의 미 재무부 채권(TB) 매입 1조 달러를 제외하면 양국 규모는 비슷하다. 하지만 이 수치는 미 정부의 공식 통계와는 차이가 크다. 그 이유를 로디움은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의 대미 투자 수치는 큰 차이가 없지만, 미국의 수치는 로디움의 집계가 정부의 공식 통계치보다 무려 6배 가까이 크다. 왜냐면, 투자 주체들이 홍콩과 캐이맨 군도 등 역외 조세 회피 국가를 많이 이용하는 탓이다.
미중 투자의 흐름은 2000년 이후 본격화했다. 초기에는 미국의 중국 투자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중국의 미국 투자가 많았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제재 이후, 중국의 미국 투자는 정체되었다. 지난해에는 중국공상은행과 세계 1,2위를 다투는 JP모건운행이 중국에 100% 지분의 증권사를 세웠다. 이것을 미중 금융 밀착의 증거로 보는 견해도 많다.
직접투자도 거대하다. 애플과 테슬라, 월마트는 미국이 자랑하는 초국적기업 1, 2, 3위다. 그들을 비롯한 미국 대부분의 초국적 대기업들은 모두 중국에 거대한 직접투자의 둥지를 틀고 있다. 그들은 거기서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미국으로 가져간다.
그들은 중국에서 어떻게 제품을 만드는가? 애플의 CEO 팀 쿡에게 '중국제 아이폰에 미국 부품도 있느냐?'고 물으면, '유리판은 미국제'라고 답한다. 미국의 대중국 직접투자 규모는 3천5백억 달러 정도다. 우리 돈으로 1천억 원이 훨씬 넘는 미국 공장 3천5백 개가 중국에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도 1천5백억 달러를 넘는다. 다만, 미국의 제재로 최근 사실상 더 이상의 투자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무역 흐름은 어떤가?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정부 이래 무역은 연평균 6,500억 달러, 하루에 태평양을 건너는 양국 상품이 20억 달러에 가깝다. 2021년 양국 무역은 7,153억 달러로 치솟았다. 이것이 전쟁인가? 금융황제 그린스펀도 지적했듯이, 대중국 무역적자의 상당 부분은, 미국의 초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보내는 상품에서 발생한다. 미국은 기축 통화 달러의 발권력을 무제한으로 활용하는 나라다. 그런스펀은 '미국은 해피한 나라'라고 그의 저서 '격동의 시대'에서 말한다. 무소불위의 영리한 제국인 것이다.
치밀한 양면 전략
이처럼 미국의 전략은 대립과 협력으로 나누어 치밀한 '양면 전략'으로 진행된다. 대립에 따른 이익과 협력에 따른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전략의 큰 틀이다. 그렇게 백년 제국을 이어온 '힘센 사춘기 소년 같은 나라'다.
양면 전략의 속내를 보자. 떠들썩한 대립은 백악관이 지휘하고, 월스트리트는 조용히 시장 협력에 집중한다. 백악관과 월스트리트 양자의 상호 물밑 협력은 물론 긴밀하다. 백악관의 중국 제재와 압박 제스처를 보자. 오바마의 포위 전략(2011, Pivot to Asia)으로 시작된 대립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 바이든의 동맹 전략과 공급망 전략으로 12년째 이어져온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중국 견제의 일환임을 미국 정보기관은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이 패권의 자격을 노린다면 마땅히 통과해야 할 항목들이다.
미국이 겨냥하는 대결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주변국의 중국시장 접근을 견제하고, 가능한 한 독보적인 권리를 향유해야 한다. 또 하나는,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고 미 군수산업의 선순환을 겨냥한다. 국방부 차관 출신으로, '예정된 전쟁'을 쓴 하버드 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전쟁은 우발적으로, 또는 오해에 의해서 터질 수 있다'고 말한다. 주변국들로서는 위협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과연, 이런 치밀한 '양면 전략'으로, 미국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까? 그러나 많은 전문기관들의 견해는 부정적이다. 제이크 설리반 현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중국의 시장 추월을 인정한다(2021.3,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중국의 시장규모는 구매력평가를 기준으로 하면 27조 달러로 미국의 21조 달러를 30% 능가한다고 IMF 통계는 말한다(국제환율 기준으로는 미국이 25% 가량 우세).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은 시장 규모를 제외하면, 종합 국력 면에서 현재 중국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 규모의 확장은 종합 국력의 강화로 나타날 것이다. 중국이 바라는 '미중 다원화시대'가 이런 그림 속에서 어른거린다.
미중 전성시대, 그들은 '글로벌 경제의 최대 공동 수혜국'
서방의 많은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중관계를 대결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한국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적대적 분단이 더해진다. 그래서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하지만 대외무역의존도가 70%를 넘는(2021년 기준) 한국은 저들과 상황이 다르다 '소중하지 않은 시장은 없는 것'이다. 이 점을 놓치고 '높은 중국의존도' 운운하는 나라는 우리 한국밖에 없다. 무책임과 무지의 극치 아닌가!
천문학적 규모의 미중 협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 세계는 이념이 아닌 국익과 실리의 시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은 시진핑에게 중국 (사회주의) 체제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진영 논리의 껍질 안에서 맴도는 타성으로는 격변의 시대를 따라갈 수 없다. 세계 최대의 시장, 최대 무역 파트너를 스스로 벗어던지는 나라가 있는가? 있다면 바보다. 우리에게는 공급망 새판 짜기를 주도하는 미국도 중요하고, 줄기차게 떠오르는 중국도 중요하다. '친미혐중'을 경제에 적용하는 건 자해에 가까운 '금지된 장난'이다.
시장은 냉정하다. 미중 양국을 놓고 '양자택일을 고민하는 나라는 없다.' 이는 한국을 다녀간 미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이 한 말이다(요즘 미국은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연합 군사훈련이 그치지 않는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각료들 중에 해외를 가장 많이 순방했으며, 한국도 두 차례 다녀갔다.
미중 경쟁의 이면을 보자. 양국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베이징대 교수, 미 연준 의장), 그동안, 미중 양국은 가속화하는 글로벌 경제의 최대 이익을 공동으로 누려왔다. 주변국들은 양국의 공급망 사슬에서 한 자리를 꿰차는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유럽의 선진국들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선진국 시장이며, 중국은 세계 최대 개도국 시장이다. 그들 간의 상호 보완 구조는 사상 유례가 없는 절묘한 상황이다. 이런 찬스를 놓치는 상인도 있는가? 바야흐로 '미중 전성시대(G2)'다.
한미, 반도체-전기차 투자에 이상 기류
미국을 보자. 198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은 바닥이다. 그리고 지금은 '메이드인 아메리카'를 부르짖는다.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를 외친다. 바이든은 반도체와 전기차 등 한국의 주력 첨단 산업을 유치하는 데 집중한다. 우리는 미국의 권유를 호의로 받아들이면서도 중국시장 눈치도 봐야 한다. 미국은 보조금 지원을 앞세운다(전문가들은, 미국의 전에 없던 이런 보조금 지원 행태는 사회주의 중국의 기업 지원 행태를 모방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지원 방식 가운데, 한국의 첨단 기술 대기업들이 미국에 활용되는 모양새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 기업을 반중국 전략과 지난 중간 선거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했다.
사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면서도 미국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이상 기류가 나타났다. 미 재무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빌미로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 지급을 국한하면서 아직 북미에 전기차 공장이 없는 현대기아차가 타격을 입고 있다. 이미 전기차 수출이 눈에 띄게 감소했으며 잘 나가던 주가도 멈칫하고 있다. 현대차가 주문받은 수량은 2백만대가 넘는데...
반도체는 더 심각할 조짐이다. 중국 배제를 앞세워, 미 정부는 반도체 투자와 장비 수출에도 선을 긋기 시작했다. 미국 반도체협회조차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배제하고 사업을 하라는 거냐?'고 비판한다. 그러자 미 당국이, 대중국 장비 수출 금지를 1년 유예했다고 들린다. 조변석개가 따로 없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다투던 9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2013).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일부 침해했음을 인정하고, 애플의 스마트폰 제품의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을 위해 막무가내 거부권을 행사했다(2013.8). 상대는 삼성전자였다. 미국은 늘 국제 협상에서 지적재산권 보호를 '전가의 보도'처럼 주장한다. 바로 그 미국의 대통령이, 특허침해 제품의 수입 금지 결정을 거부한 것이다. 쏟아지는 비난은 시간과 함께 사라지면 그만이다. 두 달 후(2013.10), 이번에는 ITC가 삼성 스마트폰에 대한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오바마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런 험로에서 살아남은 기업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출국이고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입국이다. 우리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61%다. 한중 양국은 절묘한 보완 관계이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매우 껄끄럽다. 일찍부터 미국은 한중 밀착을 꾸준히 경고해왔다. 바이든 정부는, 자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되, 중국 투자는 10년간 금지한다고 내걸었다. 어기면 지원받은 보조금은 반환해야 한다. 한중 양국의 '자연적인 파트너십(Natural Trade Partnership)' 관계가 무색하다.
올해는 한중수교 30주년이다. 그동안 7천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안겨준 한중 무역에 먹구름이 다가오고, 미국의 공급망 새판 짜기는 우리 경제에 직격탄으로 다가온다. 최근에는 5개월 연속 무역적가 이어진다. 이런 판에 정부는 '친미'에 방점을 찍는다.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는 한국에 이렇게 조언한다. 미중 양국에 대한 외교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라! 폴 케네디 이외에도 미국의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에 조언할 것이 많다.
미·서방 vs 중·러, 대립 구도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은 한발을 빼고 '대화'를 강조한다. 중국은 '전쟁'에서 빠진 것이다. 다만, 이 전쟁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과학기술 협력에 나서고 있다. 중·러의 첨단기술 협력에는 우주 산업 분야와,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군사 분야의 협력도 포함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수시로 만나 지속적인 협력을 다짐한다. 지난 9월에도 우즈베키스탄에서 두 정상이 만나 서방 대응과 상호 협력을 협의했다. 미·서방측이 중·러 연합을 견제하고는 있지만, 자원 부국인 중·러가 손을 잡고 대처하면 미·서방도 어려움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차전지의 주원료인 니켈도 대거 확보하고 있다. 양국이 자원 협력과 첨단 기술 협력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러시아(소련)는 본래 뛰어난 독자 기술로 이름난 나라다. 구소련 붕괴 후, 미국으로 간 전문가들 중에 펜트코프스키(Мстиславович)가 있다.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가 인텔 CPU의 수석 엔지니어가 된 그는 인텔의 황금기를 열었다. 러시아 과학기술의 미래 잠재력을 가늠케 하는 일화다. 기술전쟁의 격화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맺음말
중요한 것은 우리의 미래다. 무엇보다 편협하지 않은 글로벌 인식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3조 달러가 넘는 상호 투자와 연간 7천억 달러의 무역을 이어가는 미중 양국의 '경제 협력'을 간과하면 한쪽 눈을 감은 것과 같다. 그러면 치열한 대립은 무엇인가? 그것은 거대하고 미묘하게 이어가는 협력에 수반되는 부산물이다. 남북한도 미중 양국처럼 투자를 앞세워 협력할 수 있다. 한반도에 대한 애정이 선행되어야겠지만 거기에 미중 관계에 대한 이해와 인식도 필수 항목이다. 우리 한국 사회가 글로벌 전략을 재정비하는 데 미국의 치밀한 '양면 전략'처럼 좋은 참고는 없다.
필자 한광수는 1979년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중국경제 연구를 시작했고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96년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주중 한국대사관과 한국무역협회, 그리고 SK, 한솔제지, 현대건설 등의 현지 고문으로 일했다. 주요 저서로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2019년), <미중 관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중화경제권시대와 우리의 대응> 등이 있다.
치열한 미중 경쟁 시대에 한반도의 진로를 모색하는 [한광수 칼럼]은 앞으로 월 1회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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