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일부 언론매체가 강행한 데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며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한 장관은 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매체의 참사 희생자 명단 일방 공개가 유가족에게 깊은 상처가 되지 않겠나'라는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 질의에 "유족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무단 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어 "'친야 매체'라고 했는데 (명단 공개를 한 곳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던 <더탐사>였다. 그런 단체가 총대 매듯이 국민을 이용하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도 일제히 비판에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이재명 대표와 이태원 참사 유족 간의 면담 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진정한 추모가 되기 위해서는 희생자 명단·사진·위패가 있는 상황에서 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유족들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동의 없이 명단이 공개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안 대변인은 "유족 중에서도 희생자 명단이 공개되고 사진이 공개되면서 제대로 된 추모가 됐으면 좋겟다는 유족이 상당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면서도 "진정한 추모가 되기 위해서는 당사자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이태원 참사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도 언론의 자유라고 보장해줘야 하는가? 이건 자유의 영역이 아닌 폭력이고 유족의 권리마저 빼앗은 무도한 행태"라며 "도대체 목적이 무언데, 어떤 권리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을 기회조차 박탈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라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를 설계했던 것은 민주당이다. 지금은 온라인 매체 뒤에 숨어 방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도 공범"이라며 "유족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빼앗은 온라인 매체와 민주당은 즉각 유족께 사과하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지키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늘 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이 공개됐다. 해당 언론은 이에 대해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며 "참담하다. 누차 밝혔듯이 정의당은 유가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먼저 나설 것이 아니라, 유가족이 결정할 문제라고 몇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 과연 공공을 위한 저널리즘 본연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며 "이번 명단 공개로 또다른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그리고 유가족의 상처가 더 깊어지지 않도록 많은 언론과 국민들께서 함께 도와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온라인 매체 2곳은 이날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번 명단 공개에 유족의 동의는 없었다. 매체 중 한 곳은 이에 대해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하면서도 명단 공개를 강행했다.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은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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