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미국, 한국으로부터 포탄 수입해 우크라이나에 제공"

한국,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제공하나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포탄을 구매해 이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최종 사용자가 미국이라는 조건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1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한미 간 비밀 합의를 알고 있는 미국의 관리들을 인용,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mm 포탄 10만 발을 구매해 이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정도의 양이면 우크라이나 군이 몇 주간 집중적인 전투를 치를 수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간 이같은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즉각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지난 8월을 기준으로 미국의 155mm 포탄 재고가 우려할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이번 합의가 이뤄진 배경을 설명했다.

▲ 이종섭(오른쪽)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 3일(현지 시각) 미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제54차 한미 안보 협의회의(SCM)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문은 한국의 이러한 무기 수출이 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용이하게 해준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폴란드는 지난달 한국과 58억 달러 상당의 탱크, 곡사포, 로켓 발사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도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더 쉽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한국정부에 있어서는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자신들의 공약을 지키면서도, 대북 억지를 위한 중요한 동맹인 미국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11일 오전 "미국 내 부족해진 155mm 탄약 재고량을 보충하기 위하여 미국과 우리 업체간 탄약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이는 미국을 최종사용자로 한다는 전제하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무기 수출국이 실제 사용처까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과 미국이 실제 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으로 무기를 제공하게 되는 결과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폴란드에 이어 미국에까지 이어지는 이같은 무기 수출이 러시아와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 한러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살상 무기나 이런 것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주권 문제"라고 말하면서 무기 수출에 대한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 8일 국방성 군사대외사업국 부국장이 담화를 통해 "우리는 러시아와 '무기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지만 백악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상당수의 포탄을 보내고 있고 이를 감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남북이 각각 미국과 러시아에 무기를 전달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냉전적 질서 공고화에 더욱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