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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안치다’와 ‘앉히다’(同音異形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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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안치다’와 ‘앉히다’(同音異形語)

우리 학교 화장실에는 재미있는 표현이 많다. 소변보는 공간에는 “남자가 흘려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죠.”라고 쓴 것이 미소짓게 하고, 대변 칸에는 “젊은이여 당장 일어나라. / 지금 그대가 편히 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 / 네가 사색에 잠겨 있는 동안 / 밖에 있는 사람은 사색이 되어 간다. / 네가 밀어내기에 힘쓰는 동안 / 밖에 있는 사람은 조여내기에 힘쓴다. / 신은 인간에게 똑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 그는 똑똑 했다. / 나도 똑똑 했다. / 문밖의 사람은 / 나의 똑똑함에 어쩔 줄 몰라 했다.”라는 글이 있다. 글이 재미 있어서 사진을 찍어 왔다. 사실 필자는 외국을 다니면서도 화장실에 있는 그림이나 글씨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관하고 모르는 말은 현지인에게 번역을 부탁하기도 한다. 문화문법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것이 화장실 표어이기 때문이다.

위의 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말에는 동음이의어, 동음이체자 등이 많다. 이런 것을 바탕으로 사색(思索)과 사색(死色) 같은 어희(語戲)가 나와 대변을 보면서도 해학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단순한 말장난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 내면에는 한국인만이 지닌 위트와 해학이 담겨 있다.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는 같은 발음이면서 뜻이 다른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위의 ‘사색’같은 말이 그것이다. 한때 ‘사과는 개에게나 주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사과(Apple)과 사과(謝過 :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잘못 따위를 스스로 인정하고 용서를 빌다)가 동음인 것으로 자신의 잘못이 없음을 빗댄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같은 동음이의어 계열이면서 동음이체자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발음은 같은데 글자가 다른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넘어’와 ‘너머’, ‘안치다’와 ‘앉히다’ 등과 같은 것이다. 동음이형어(同音異形語)라고도 한다. 보통은 동음이의어에서 함께 다루고 있다. 아무튼 우리말은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것이 많다 보니 독자들 중에 이와 같은 동음이의어나 동음이체자에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오늘은 ‘안치다’와 ‘ 앉히다’의 의미를 분석해 보기로 한다.

우선 ‘안치다’는 “1. 만들기 위해 솥이나 시루 등에 넣다, 2. 앞에 닥치다”는 의미가 있다. 어린 시절에 가마솥에 밥을 지으시던 어머니께서 늘 “밥을 안쳐야 한다.”고 하시던 말씀이 기억난다. 한때 장모님을 모시고 살던 시절에 찌개를 안쳐 놓고 나가면서 불 좀 봐달라고 하면 넙죽 대답은 잘 하시면서 깜박 잊고 끓이지 않았다는 말씀 많이 들었다. 이와 같이 뭔가 만들기 위해 솥에 넣는 것을 ‘안치다’라고 한다. 예문으로는

쌀을 씻어 안치다.

시루에 떡을 안치다.

어머니의 유해를 은하수공원 납골당에 안치했다.

등과 같다. 요즘은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다 보니 “쌀을 안친다”는 말을 듣기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 많이 쓰던 말이고, 지금도 시골에서는 늘상 하는 말이니 잘 기억했으면 좋겠다.

한편 ‘앉히다’는 “1. 안게 하다, 2. 올려 놓거나 걸쳐 놓다, 3.깨닫거나 익히게 하다”라는 말이다. ‘앉다’의 사동형으로 가장 많이 쓰고 있다. 예문으로는

태호는 아이를 앉히고 청진기를 꺼내 들었다.

이 순경이 옆집 아주머니를 옆에 앉히고 조서를 꾸미고 있던 참이다.

와 같다. ‘앉히다’ 대신에 ‘앉게 하다’를 써도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이와 같이 우리말은 같은 발음이지만 글자가 다른 것들이 많다. 이러한 동음이체자를 헷갈리지 말고 바르게 써야 한다. 발음도 중요하지만 바른 표기 또한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 학생들이 자기소개서(흔히 ‘자소서’란 한다)를 가지고 와서 봐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틀린 글자가 있으면 그 사람의 상식을 의심하게 되니 기본에 충실을 글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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