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 9월 일방적으로 합병을 주장했던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철수를 시작했다.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전략적 요충지인 헤르손은 침공 초기인 지난 3월부터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지역으로 지난 9월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합병을 주장했던 4개 지역 중 한 곳이다. 러시아군의 철수로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을 탈환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합병 주장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9개월째 접어든 시점에서 이번 철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르게이 수로비킨 우크라이나 지역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은 헤르손에 대한 보급선을 더는 유지할 수 없다며 러시아 국영TV를 통해 지난 9일(현지시간) 철수 결정을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이에 동의하면서 군대 철수를 지시했다.
1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군 부대가 승인된 계획에 따라 드니프로 강 좌안에 진지를 준비하기 위해 기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적은 우리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다" 신중한 태도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에 우크라이나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 연설에서 "적은 우리에게 선물을 주지 않으며 선의의 태도도 취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모두 쟁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행동은 말보다 소리가 크다"며 "러시아가 싸우지 않고 헤르손을 떠난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철수하는 것으로 위장한 뒤 우크라이나군을 매복 공격하려는 '덫'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美 합참의장 "러시아군 사상자 10만명 넘어"...헤르손 철수, 평화협상 계기 되나
한편,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9일 뉴욕경제클럽 행사에 참석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로 러시아군의 사상자가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 손실도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여 양쪽의 사상자가 2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도 4만 명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밀리 의장은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에 대해 이 지역에 러시아가 2-3만명을 주둔시켰을 것이라면서 철군에 몇 주까지 걸릴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철군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평화협상의 기회"로 작용하기를 기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철군 발표를 평화협상과 연결시켜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소한 겨울 동안 모든 당사자가 자신의 입장을 다시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타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퇴각이 내년 봄을 대비해 전력을 보강하고 병력을 늘리기 위한 시간 벌기용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초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오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G20 정상회의 지원단장인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 조정장관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G20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의 G20 참석은 관심을 모아왔던 사안이다.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를 G20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젤렌스키는 푸틴이 참석할 경우 G20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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