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기소한 데 이어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상대로 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이재명 대표를 향해 수사망을 좁혀가자, 민주당이 집단 반발하며 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대대적 대응에 나섰다.
박찬대 최고위원을 비롯한 조정식 사무총장,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김의겸 대변인 등은 민주당사와 본청 압수수색이 단행된 9일 검찰의 야당 압수수색 및 야당 탄압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책위원장을 맡은 박 최고위원은 간담회에서 "위기에 몰린 윤석열 정권 구하기 작전이 참 눈물겹지만 결국은 실패로 끝날 것이 뻔하다"면서 "검찰이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초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은 창작물"이라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영장에서 정 실장이 시민단체인 '성남시민모임' 활동을 했고 이재명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일했다고 했는데, 정 실장은 성남시민모임 활동을 한 적 없고, 사무장은커녕 사무실에서 일한 적도 없다"면서 "엉터리로 급조된 영장을 제출할 정도로 검찰이 다급했나 보다"라고 비판했다.
조 사무총장도 "윤석열 정권 검찰의 압수수색은 제1야당을 파괴하기 위한 정치공작 쇼이고 이태원 참사 추모 여론을 덮기 위한 국면 전환 쇼"라면서 "어제 검찰의 압수수색 결과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소리만 요란한 '빈손 수색'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커다란 압수수색 박스에는 찢어진 포스트잇 조각과 파쇄 종이 한 줌뿐이었다"면서 " 민주화 이후 검찰이 야당 당사와 국회를 동시에 막가파식으로 압수수색한 것은 유신 독재에서도 찾기 힘든 폭거로, 대한민국이 정치 계엄 시대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 이름을 영장에 끼워넣고 있다. 김 부원장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재명'이란 이름이 50여 차례 나와 있었고, 어제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에는 제가 세어 보니 72번인가 나와 있었다"면서 "하지만 범죄사실과 관련해 이 대표가 정 실장, 김 부원장으로부터 어떤 내용을 지시하고 보고받았다는 내용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저 영장에 이재명 이름을 무수히 반복해 넣어서 이름을 각인시키고자 하는 대단히 불순한 목적으로 기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른바 대장동 일당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진술이 아니고 유동규, 남욱 두 사람에게만 의존하고 있다. 김만배, 정영학하고는 입장 차이가 있다. 법정에서 서로 다른 진술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것만 봐도 검찰이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있는 내용이 대단히 빈약하고 기초 부실한 내용"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아울러 "정 실장과 유동규와의 관계는 오래된 관계로 묶여있는, 박근혜와 최순실보다 훨씬 밀접한 '경제 공동체'로 똘똘 뭉쳐진 관계"라면서 "이런 관계에서 유 전 본부장이 '나 승진시켜 달라', 하며 3000만 원, 5000만 원 이렇게 뇌물을 줬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서로 논리가 충돌하는 게 많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면서 "준비가 안 된 채 허겁지겁 어려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만들어내고 있다는 인상"이라고 밝혔다.
정진상 "어떤 부정한 돈도 안 받아…검찰의 허구 주장"
정 실장 본인도 이날 민주당 공보국을 통해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단언컨대 그 어떤 부정한 돈도 받은 일이 없다"며 "부정한 결탁을 도모한 사실도 없다. 482억 약정설도, 저수지 운운 발언도 그들의 허구 주장일 뿐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검찰은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로부터 정 실장이 "'대장동 수익금을 저수지에 담가 놓고, 이재명 선거 때 꺼내 쓰자'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정 실장과 이 대표를 '정치적 공동체'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로부터 2014년 이전에 3000만 원을,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5000만 원을, 2019·20년 각각 3000만 원을 받는 등 총 1억4000만 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갖고 있던 대장동 지분 428억 원 중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 실장 몫이 정해져 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러나 정 실장은 검찰을 향해 "삼인성호로 없는 죄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면서 "검찰 정권의 정적 사냥은 실패할 것이고 끝내 이재명의 결백함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는 "당사는 제가 한 번도 근무한 적이 없는데 왜 압수수색을 시도하는지 의문"이라며 "수사상 이익이 없는 행위를 강행하는 까닭은 정치적 이익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합리적 의심"이라고 정 실장은 주장했다.
검찰은 전날 압수수색을 통해 정 실장이 거주하는 아파트 내부와 지하주차장 폐쇄회로(CC)TV 영상, 차량 출입 내역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 실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유동규 전 본부장으로부터 정 실장의 아파트에서 돈을 전달할 당시 엘리베이터 CCTV를 피하려고 계단으로 올라갔다는 진술도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회 당대표 비서실과 민주당사 당대표 비서실 압수수색을 통해 컴퓨터 5대의 로그 기록과 책상을 확인했지만, 정 실장과 관련된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상황과 관련, 검사 출신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뇌물에 대한) 약속만으로도 처벌이 된다"며 "428억 전액이 건너갔으면 물증이 명확하게 있을 것인데, 8억을 제외한 나머지는 약속만 하고 건너가지는 않았다면 '줄게'라고 각서를 쓰거나 약정서를 쓰거나 한 문서가 있다면 또 이게 물증이 된다. 그런데 이건 성격상 그런 걸 쓸 만한 성격의 돈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과연 그런 것과 비슷한 게 있는 건지 그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그 앞뒤를 전후해서 관계자들끼리 문자메시지 등으로 '왜 안 줘' 이런 대화 내용이 나온다면 그건 또 굉장히 공소 유지의 든든한 백업(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하나 또 주의해야 될 건 그 동안 입을 다물었던 김만배 씨가 최근 들어서 좀 적극적으로 진술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며 "제가 보기에는 유동규나 남욱 두 분보다 김 씨가 과연 입을 여느냐, 열면 어떤 식으로 여느냐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만약 뭔가가 있었다면 그 윗단, 키맨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 의원의 지적과 관련, 조상호 민주당 법률부위원장은 간담회 질의 응답 과정에서 "뇌물죄는 약속만 있어도 유죄라는 것은 원론적 얘기"라면서 "저희는 약속 자체에 대한 증거가 전혀 없다는 취지"라고 자신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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