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 공중 훈련 실시에 북한이 전례없는 군사 행동으로 맞서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미 양국은 내년 연합 훈련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북핵에 대한 억제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인데, 긴장 완화 노력 없이 강대강으로 맞붙는 것이 오히려 안보 위기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현지 시각) 미국 버지니아 주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에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뒤 이종섭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발표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대북 맞춤형 억제전략을 내년까지 개정하도록 추진하고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 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
또 양측은 내년 연합연습과 연계해 대규모 연합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양 장관은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양 장관은 "필요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고, 불안정을 유발하는 북한의 행위에 맞서는 조치들을 확대하고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을 찾아 나간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종섭 장관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 전략자산 전개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는 방식을 통해 미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가 있도록 운용"하겠다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양 장관은 "한미일 안보회의(DTT) 등 정례 안보회의체를 통해 3자 안보협력을 지속해서 증진 및 확대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북핵 사용에 대해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비전략핵(전술핵)을 포함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다.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경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편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 양국은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FOC) 평가 결과 모든 평가과제가 기준을 충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FOC에 대한 검증 논의는 '조건1', '조건2'의 능력 및 체계에 대한 한미공동평가 후에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반도 전술핵 배치 고려하지 않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SCM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정부는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오스틴 장관은 핵·재래식 전력, 미사일 방어 능력뿐 아니라 우주·사이버·전자기 등 진전된 비핵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며 전술핵 배치가 아니어도 북핵에 대한 대응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어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가 아닌 그에 준하는 효과가 있도록 운용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필요시 적시에 요청하면 바로 배치된 효과와 동일하다는 차원에서 상시배치 수준 효과를 가져오려한다는 표현을 썼다"며 "무기체계나 항공자산 등은 정비 유지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소수를 배치하면 엄청난 부담으로 올 수 있다. 상시 배치가 쉽지 않다"고 설명헀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은 당초 오는 4일까지로 계획돼 있던 한미 연합 대규모 공중 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5일까지로 연장한 것에 대해 "기존보다 규모를 키웠고, 훈련 연장은 대통령 지침이 아니라 제가 미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해서 하루 더 연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실험 시행 시기에 대해 이 장관은 "과거 중국 의사와 무관하게 핵실험을 한 경험으로 보면 중국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시기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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