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대전환의 시대, 한국 민주주의의 모태인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미래-글로벌-청년-시민-교육'의 관점에서 계승 발전시키고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기후위기의 심화,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의 민주주의 설계에 일조하기 위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5.18기념재단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지난 21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미래의 민주주의와 대학의 글로벌시민교육'이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주최했다.
학술대회는 크게 세 개의 세션으로 구성됐으며, 각 세션은 주제 발표 후 패널들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문명전환의 시대와 글로벌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한 제1세션은 이병태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사회로,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발표하고, 이승원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전임연구원과 이영제 한국민주주의연구소 부소장이 토론했다.
'미래 민주주의의 정신적 자원과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제2세션은 권순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의 사회로, 이영재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가 발표하고, 김정한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와 박진우 5.18기념재단 연구실장이 토론했다.
'미래 사회의 민주주의와 대학 세계시민성(Global Citizenship) 교육'을 주제로 한 제3세션은 정복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사회로, 임현묵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원장이 발표하고, 엄혜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정우탁 Global Partnership for Education 한국 대표·이강준 사단법인 시민 운영위원장이 토론했다.
"문명전환의 시대, 정치의 복원을 요구한다"
학술대회 1세션의 발표를 맡은 김윤철 교수는 문명과 민주주의를 함께 문제 삼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문명과 민주주의는 각기 전환기와 위기라는 진단이 내려져있으면서도 함께 논의되고 있지 않다"면서 "문명전환론과 민주주의 위기론은 각기 긴급함과 절박함을 담고 있다. 하지만 긴급함과 절박함이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시야와 시선의 확보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명전환론의 주종은 고령화-인공생명-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지속적 심화와 갈등의 고조-기후위기-4차산업혁명(인공지능혁명)-우주개척의 본격화- 등 인간과 사회와 자연 생태계에 걸친 '환경의 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차지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위기 역시 "대체로 정치를 선거게임으로 한정한 현실 특정 정치세력들의 반지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행태에 초첨이 맞춰져 논의되고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먼저, "문명전환 시대는 정치의 복원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1980년대 이후의 현상들 혹은 경향들(혹은 그 담론들)로, 4차 산업 혁명(인공지능 혁명), 기후위기, 우주개척 등등. 이전에는 문명충돌: 기독교 문명vs.이슬람 문명, 서양문명vs동양문명, 세계화, 정보화, (민족) 국가소멸 사회주의 몰락 등 -국지전, 테러, 이주 난민 등을 꼽으며 "정치는 바로 이러한 물음들에- (전환)시대에 조응하는 특정한 방식으로- 답함으로써 문명을 파괴하거나 건설하는 '총체적 실천-실천의 총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명전환 시대의 의미가 정치의 복원에 대한 요구인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민주주의의 위기는 정치의 죽음"이자 "정치의 주체(주권자)인 시'민'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 "문명적 실천으로서의 정치에 미치지 못하는 정치, 즉 기성 문명 질서 안에서의 정치의 역할과 기능(사회갈등의 체제 내화)마저도 상실(갈등의 사유화-혹은 사사화)했기 때문."
무엇보다 정치현실은, 선거는 "정치·경제지배계급의 사익추구 성향의 표출을 형식적이고 절차적으로 정당화하는 의례로 전락했으며, 정당은 더 이상 (시)민 계급의 정치적 참여와 의사를 응집하고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비판했다. "그리고 보수-진보, 여-야를 가로질러 기성 정치세력들은 '공모관계'를 맺고 있"으며 "'형해화된 제도들의 유지' 속에 '텅 비고 공허해진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정치를 목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렇듯 "시민의 죽음은 정치의 죽음을 장기화한다. 그리고 정치의 죽음은 시민의 죽음을 확산시킨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일단 학술대회의 주제이기도 한 "교육 혹은 교육자", 즉 "우리"에게서 답을 구했다. 그는 "상술한 위기 개념에 기초해 작금의 문명 세계가 결정적 전환의 시대에 있음을 인식하고, 주어진 질서와 틀을 넘어선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갖고 해법을 모색하는 '우리'여야 한다"며 "세계시민교육을 실시하고 담당한 대학과 교육자는 '바로 지금 여기서' 전환하는 문명 세계에 대해 현실의 벽과 인식 틀을 넘어서는 관점에 기초한 위기론과 대안 세계의 상을 담은 메시지를 던지자"고 했다.
"사회적 감성 차원의 5.18 정신 필요"…"민주주의 퇴보 속 세계시민성 키워야"
2섹션 발표자인 이영재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는 "1980~90년대 5.18의 정신적 자원이 뜨거운 불덩이 같은 사회적 열정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하는데경 기여했다면, 이제 정착한 민주주의를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가기 위해 5.18의 또 다른 정신적 자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5.18민주화운동을 미래의 민주주의를 위한 정신적 자원이라는 차원에서 주목"했다.
이 교수는 1995년 '5.18 특별법'과 '헌정범죄시효법' 등 5.18관련 법제정으로 △1961년 5.16군사쿠데타를 비롯해 12.12군사쿠데타까지 소위 '성공한 쿠데타'를 합법적 집권으로 용인해 온 반민주적 정치행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법적인 효력이 확립되었다는 점, △제도적으로 차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타당성 요구에 기초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역진시킬 수 없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이 교수는 "5.18민주화운동으로부터 미래 민주주의를 위한 정신적 자원을 도출하기 위해 5.18을 사회적 감성 차원에서 접근해 볼 것을 제안"하면서 "한편으로 5.18민주화운동은 미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헌정적, 도덕적 차원의 임계점(또는 마지노선) 역할을 할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이 '임계점'을 보편적 공감대의 헌정적·도덕적 경계선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임현묵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원장은 '미래 사회의 민주주의와 대학 세계시민성(Global Citizenship) 교육'을 주제로 한 3세션 발표에서 "국내 불평등도 민주정치로 극복할 수 없는 터에 국경 없는 (기후)위기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오늘의 세계시민이 막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임 원장은 "현재 민주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퇴조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전제정치로 전락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이러한 전제화(autocratization)를 주도하는 세력은 세력화, 이주민을 주된 공격 대상으로 삼아 시민들의 불안과 분노를 선동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에서 글로벌리즘과 토착주의의 대립이 주요 변수로 대두했다"면서 "세계시민성(global citizenship)에 대한 이해가 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임 원장은 ""잘살아보세"라는 성공과 출세의 논리가 여전히 지배하고 약자에 대한 무시와 혐오가 벌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공격이 변격화될 때 이주민-탈북민-조선족 등이 대중의 분노와 적대감을 선동하기 위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맞게 지구적 난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시민들이 세계시민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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