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4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반발하며 전면 중단됐던 국정감사 종합감사가 이날 오후 들어 가까스로 재개됐지만, 상임위 곳곳에서는 여야 대립으로 파열음이 빚어졌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야당 의원이 한동훈 법무장관을 상대로 '특정 로펌 소속 변호사 수십 명과 유흥주점에서 술자리를 했다'는 요지의 의혹을 제기해 한 장관이 크게 반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김의겸 "청담동 술자리에 尹, 한동훈 모여" vs 韓 "김의겸, 허황된 거짓말만"
법사위 소속인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날 오후 법무부·감사원 등 대상 종합감사에 첫 질의자로 나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당시 참석자라는 인물의 육성 증언을 국정감사장에서 틀기도 했다. 다만 해당 인물로 지목된 이는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김 의원은 "지난 7월 19일 밤에 술자리에 가신 적 있느냐"고 질의를 시작했다. 한 장관은 질의 내용을 듣기도 전에 "책임 있는 말씀을 좀 해 달라. 매번 어디서 들었는지 허황된 말씀을 하신다. 어떤 근거로 말씀하는지 질문을 더 해 보시라"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의원은 이어 "청담동의 고급스런 바였고 그 자리에 그랜드피아노가 있었고 첼로가 연주됐다"며 "제보 내용에 따르면 그 자리에 '김앤장' 변호사가 30명가량 있었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 자리, 이 바(bar)에 합류했다고 한다. 기억나느냐"고 했다.
한 장관은 황당하다는 듯 "의원님은 허황된 거짓말만 하고 끝나면 사과도 안 한다"고 김 의원을 면전에서 강하게 비난하고는 "일단 질문을 다 해주시면 답변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자 "이 분은 자유총연맹 총재를 지낸 분이고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동서화합미래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은 분(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권한대행)인데 이 제보 내용에 대해 언론사 기자가 이 분에게 확인을 받았다"고 하고는 해당 인물의 육성을 국정감사장에서 틀었다.
김 의원이 공개한 녹음파일의 내용은 이 전 총재권한대행으로 지목된 이와 언론사 기자라는 이 간의 대화 내용으로 다음과 같았다.
A(김 의원이 기자라고 한 이) : 청담 갤러리아 카페에서 한동훈 윤석열과 김앤장 변호사들이 모인 적이 있었지 않나?
B(이세창 씨로 지목된 이) : 네.
A : 그날 모임 취지가 무엇이냐.
B : 그건 제가 대통령과 한동훈(이 있는)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내가 말할 수는 없죠. 친하고, 예의도 아니고.
A : 야간에 밤늦은 시간이었는데
B : 그렇게 늦지도 않았다.
A : 자정 넘어서 새벽 3시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B : 좌우간….
A : 특별한 안건은….
B : 네, 네, 그런 것 없습니다
A : 그냥 정부 잘 해보자 이런 취지였나?
B : 네, 네. 맞습니다.
김 의원은 이어서 다른 녹음파일을 하나 더 재생했다. 두 번째 파일의 목소리는 음성변조 처리가 돼있어 내용이 정확히 들리지 않았고, 음성의 고저나 말투,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여성인 것으로 들렸다.
두 번째 녹음파일에 나온 이 인물은 "원래 김앤장 애들 모아놓고 하는 거였다. 청담동 거기를 다 빌렸다. (그런데) 한동훈 윤석열까지 다 온 것이다", "경호원도 다 있었다. 한동훈이 먼저 왔고, '노래 하나 하시죠' 했더니 '첼리스트가 연주부터 한 곡 하고'(라고 했다). '첼리스트세요?' 이러면서. '장관님 오셨으니까 클래식으로 조용한 것, 옛날 곡으로 하겠다 했더니 좋다고 하고 노래를 부르더라", "나중에 'VIP 들어오십니다'했는데 그때가 한 시였다. 거기가 청담동 갤러리아 골목이고 차 들어오기 되게 불편한 데였다", "(윤 대통령이) 와서 앉더라. 동백아가씨 하는데 자기가 부르겠다고 자기도 (반주로) 연주해 달라고 해서 연주해 줬다" 등의 말을 했다.
한 장관은 거의 폭발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한 장관은 "저는 뭘 했나요? 왜 안 나오죠?"라고 냉소하더니 "제가 저 자리에 있었거나, 비슷한 자리에 있었거나, 근방 1킬로미터 앞에 있었으면 저는 목을 걸겠다. 의원님도 목을 거시라"고 김 의원을 거세게 압박했다.
한 장관은 "저런 정도를 가지고 (나를) 스토킹하는 사람들하고 야합해서 국무위원을 모욕하는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며 "저 술 못 마시는 것은 아시냐? 제가 거기 가서 술을 먹었단 얘기냐, 저 자리에 있었다는 얘기냐. 저는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고 가야 하는 자리며 회식도 안 간다"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제가 노래를 부르고 새벽 3시 넘어 동백아가씨를 했다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대한민국 법무장관을 모욕할 만큼 자신있는 말씀이냐"며 "저는 (첫 번째 녹음파일에 나온) 이세창 총재라는 사람과 스친 적도 없고, 저 자리에 제가 갔던 적이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한 장관은 "저를 스토킹하는 언론사와 야합해서 한 것 아니냐"며 "혹시 그 스토킹 배후가 김의겸 의원이냐"고 했다. 한 장관은 앞선 국정감사 때 김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장관직을 걸라'고 했던 일을 거론하며 "저는 다 걸겠다. 법무징관직 포함 앞으로 어떤 공직도 다 걸겠다. 의원님은 뭘 걸겠나? 거는 것 좋아하지 않느냐"고 거의 저잣거리 언쟁에 가까운 격앙된 반응도 보였다. "저런 '지라시' 수준으로 국무위원을 모욕해 놓고 국정감사라니 말이 되는 소리냐", "지금까지 김 의원은 이 정도 근거를 갖고 질렀느냐"고도 했다.
한 장관은 이후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이 사안에 대해 물었을 때도 "저는 그런 술자리를 가면서 살지 않았다", "김 의원은 제가 윤도현 노래 불렀다고 하지 않느냐. 나는 이 얘기 자체를 모른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제보자가 현직 법무장관을 대상으로 허무맹랑한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도 합리적 의심 아니냐'고 하자 한 장관은 "김 의원은 계속 그레오시지 않았나"라며 "허위사실이다. 저는 그런 술집에 가지 않는다. 평소 어떻게 사셨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이세창 전 총재권한대행은 이날 해당 국정감사 질의가 보도된 이후 <경인일보> 인터뷰에서 "김 의원이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한 마디로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대행은 "나는 그런 위치에도 있지 않고, 그런 술자리가 있었다는 것도 금시초문"이라며 "7월 20일이면 대통령 일정인데 민간인 신분인 제가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장동 수사 놓고…민주당 "정치보복" vs 한동훈 "중대범죄 아니냐"
때아닌 술자리 논란에 검찰의 대장동 수사 관련 공방조차 가려졌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한 장관에게 "검찰 압수수색에 의도가 있다고 생각된다. 적대적 감정까지 드러내며 야당에 대한 탄압, 정치보복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이날 오전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 제시가 되지 않았다고 절차상 위법을 지적했다.
한 장관은 "압수수색을 막으면 안 된다"며 "계속 앞에 막고 있던 것을 뚫고 들어간 것이고, 검찰에서 적법하게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상황 파악은 안 해봤지만, 검사들이 이렇게 중요한 사안에서 절차를 안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도 했다.
한 장관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수사가 정치보복·야당탄압이냐"고 하자 "토건비리 과정에서 뒷돈이 건네졌다면 중대범죄 아니냐"면서 "그것을 밝히기 위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은 것이고, 구속영장까지 나왔으니 지금은 '정치보복'이란 말이 나올 때는 지난 것 아닌가"라고 답변했다.
한 장관은 민주당의 특검 주장에 대해 "특검은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가 잘 안 될 때 하는 것이라 알고 있다"며 "수사가 성과가 나니까 특검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이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전주혜 의원은 또 "(야당은) 검찰이 유동규 씨를 회유하려 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피의자 측에서 회유당할 위험이 있다"고 유동규 전 본부장의 변호인이 민주당 및 이 대표 측과 연관된 인사라고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이 질의에 대한 답에서 "일반론을 말하자면, 대형 부정부패 사건은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검찰이 증거를 잘 모아 수사할 거라 믿는다"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일반론'이라고 전제하기는 했지만, 검찰이 유동규·남욱 등의 진술 외에 객관적 증거를 이미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정세균·박병석 국회의장과 4차례 만찬을 한 일에 대해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을 추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법관들은 객관성·중립석을 의심받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까마귀 날 때마다 배가 떨어진다면 까마귀가 배를 떨어뜨린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김 처장은 이에 "관례에 따라 있어왔던 만찬으로 이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장제원, 여당 행안위원장에 "회의 이렇게 진행하면 안 돼. 야당 위원장이냐"
민주당사 압수수색 논란은 이날 법사위뿐 아니라 여러 상임위에서 여야 간 마찰을 불러왔다. 야당에서 의사진행발언 등을 통해 오전으로 예정된 감사 예정시각을 넘긴 데 유감을 표하면서도 압수수색의 부당성을 지적하면, 여당에서는 국정감사 본안과 관계없는 정치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구도였다.
특히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민주당이 의석에 '야당탄압 규탄한다'라고 쓰여진 피켓을 설치하는 문제로 고성 대립을 벌이다 오후 들어서도 또 20여 분간 감사가 중지됐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들어오자 "문재인 정부에서는 법원이 영장 발부할 때 청와대가 지시했느냐"며 "떼시라"고 거듭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물러서지 않자, 장 의원은 "위원장님, 우리 나갑시다"라고 여당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에게 권유했다. 이날 오전 행안위가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려 국민의힘 의원들만 의사진행발언 및 질의를 진행한 것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균형을 맞춰 달라는 취지로 발언권을 요구, 이 위원장이 이를 허가하자 장 의원은 다시 "무슨 회의 진행을 이렇게 하시느냐", "민주당 의원만 발언을 하느냐. 민주당 위원장이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행안위는 행정안전부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야당에서 김순호 경찰국장의 '밀정' 의혹을 다시 언급하며 교체를 요구하자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의 신변보호 요청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법원·검찰과 협력해 안전조치 필요성이 있는지 추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무위원회는 금융위·금감원 등을 대상으로,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부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지난 12일 색깔론 발언으로 환노위 국감장에서 퇴장 및 고발조치를 당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날 국감장에서는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환노위 국감에서는 SPC 계열사인 SPL의 강동석 대표이사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모두 강 대표에게 집중됐다. SPL은 지난 15일 20대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이다. 강 대표는 안전관리 미흡 및 사고 발생 후 대응 적절성 여부 등 지적에 "유가족과 종업원, 고객, 국민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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