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결론내리고 피해 회복 조치와 관련 정부기관에 사과를 권고했다.
20일 진실화해위는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감학원 수용 아동 전원은 아동인권 침해사건의 피해로, 따라서 국가와 관련 기관들은 선감학원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관련 조례에 따라 신속하고 내실 있는 추진을 통해 피해 회복 조치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1942년 문을 연 선감학원은 40년간 운영된 뒤 문을 닫았고, 그만큼의 시간이 더 지난 오늘에서야 국가에 의해 그 진실이 밝혀졌다"며 "진실화해위는 앞으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피해자가 제 이름을 되찾고 잃어버린 인생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진실을 밝히는데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선감학원 사건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42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교화'를 명분으로 4700여 명의 소년들이 강제노역에 투입돼 구타, 영양실조 등 인권유린을 피해 탈출을 시도하다 희생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해당 사건 피해자 190명으로부터 익사, 구타, 병사 등 아동 인권침해 사례를 비롯해 사망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선감동 산37-1에 매장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이어 지난달 26일 유해 매장 추정지를 특정하고 시굴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기자회견문 발표 △진실규명 결정 주요 내용 발표 △김동연 경기도지사 성명문 발표 △피해자 사과·위로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진실규명 결정 발표 자료에 따르면 피해 아동 4689건의 수용기록을 확인한 결과, 70년대 중반 당시 도지사가 관내 연고자가 없는 아동들에 대해 선감학원에 수용하라는 지시를 내렸음에도 불구, 70%이상의 아동이 연고자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미재학 아동 108명 가운데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동이 96명(89%)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이상(57%)의 아동이 학교를 다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진실화해위는 사망아동 29명에 대한 사망 사유, 사망 추정일에 더해 지난달 진행된 시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의 행위는 아동들이 교육을 통해 사회의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게 아니라 아동을 무능화하는 과정이었다"며 "아동들은 양장·농경·가축·사육 등에 동원됐으며 하루 8시간 가량 노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러한 선감학원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김 지사는 "선감학원은 지방자치 시행 이전 관선 도지사 시대에 벌어진 심각한 국가 폭력"이라며 "큰 고통을 겪은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경기도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 유린에 대해 비록 과거에 자행된 일이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사실 규명과 분명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렸고, 유골이 매장된 터에서는 나름대로 명복을 빌었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특히 △피해자 생활 지원을 위한 생활안전지원금 지급 및 피해자 지원센터 설치 △트라우마 해소 프로그램 운영 및 의료서비스 지원 내실화 △선감원 묘역 정비 및 추모비 설치 등 추모공간 조성 △추모문화제 개최 및 선감역사박물관 운영 △피해 상담 및 사례 발굴 사업 보완·발전 등을 약속했다.
한편 김 지사는 전날 선감동 공동묘역을 찾아 추모공간 조성 및 생활비 지원 등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과 유가족들의 상처 치유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김 지사와 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이 과정에서 김 지사와 한 피해자는 손을 잡자마자 서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영배 피해대책협의회장은 "올해도 벌써 두분이 돌아가셨고, 한 분은 생활고에 힘겨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선감학원을 사회에 알리고 있지만 행정이 느려 피해자들이 늙어 없어지고 있는 사실이 제일 안타깝다. 오늘 내놓은 대책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지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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