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다 불법이지. 민원도, 법도 소용없어.”
김흥석(75) 씨는 군밤, 모자, 채소, 꿀, 과일, 생필품을 가리키며 손사래를 쳤다.
“벌써 20년째야. 역대 시장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19일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관광지. 입구에서 등산로로 향하는 인도와 주차장 주변엔 노점 상인들이 먹거리와 생필품을 팔고 있었다.
이를 본체만체 지나는 이들도 있었으나, 일부 등산객은 노점 앞에서 음식을 먹기도, 물건을 사기도 했다.
가끔은 상인과 노인들이 안부도 주고받았다.
정옥순(70) 씨는 “사람들이 노점상을 불법이라고 손가락질 하는데, 저들도 먹고살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라며 “욕 하지 말고 합법적으로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동두천시의 대표 관광지인 소요산은 이처럼 불법과 생존이 공존한다.
한쪽에선 법 원칙에 맞춰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어떤 이들은 노점상의 생존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동두천시가 이 일대 노점상을 내년 하반기까지 정비하기로 했다.
해마다 7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인 데다, 바로 옆엔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도 있어 불법 노점 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시는 현재 소요산 진입로 인도와 주차장 안에 노점상 20곳, 포장마차 5곳이 영업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내년까지 모두 자진 정비하거나 강제 철거(행정 대집행)할 계획인데,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인도를 불법 점유한 노점상도 있지만, 땅 주인에게 빌려 영업하는 상인들도 일부 있기 때문이다.
시는 우선 연말까지 현장 상황을 모두 확인해 내년 1~2월께 토지 소유주·노점상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진 철거를 유도하되 이를 따르지 않으면 행정 대집행을 할 생각이어서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점 상인들과 충돌할 가능성도 크다.
시 관계자는 “관련 부서와 법령에 근거해 행정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순 없다”라고 말했다.
시가 해결할 사안은 또 있다.
바로 소요산 내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품바 공연이다.
공연장은 입구 왼쪽과 주차장 위쪽에 각각 있다. 공연 주체도 다 다르다.
게다가 땅 소유주도 시가 아니어서 강제 철거가 사실상 힘들다.
시 관계자는 “품바 공연 탓에 소음·음주 행위를 단속하라는 민원이 많다”며 “무엇보다 이들이 공연하면서 노인에게 물품을 파는데,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런 만큼 토지 소유자들에게 협조를 구해 정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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