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앞장서는 학생들이 있다.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청년학생 공대위)다. 청년학생 공대위는 8월 18일 휴게실 설치 의무화 법안이 시행되자마자 '대학이 노동자들의 휴게실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릴레이 성명서를 통해 담았다.
노동자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려는 학생들은 계속 움직인다. 서울대학교를 시작으로 매주 청년학생 공대위 학생들이 각 학교 노동자들의 휴게실에 방문한다. 학생의 관점에서 솔직하게 써내려간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 노동자들의 휴식 환경과 단순히 면적이나 온도 수치를 통해 지정한 휴게공간이 아닌, 학생들의 눈을 통해 보는 '휴게공간'의 문제점을 글로 담는다. (필자)
지난 9월, 성공회대 청소노동자들을 만나 휴게실에 방문했다. 2018년 완공된 행복기숙사의 휴게실이었다. 휴게실은 기숙사 지하, 세탁실 옆 공간에 있었다. 구석에 있어 찾으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곳이다. 3~4명의 노동자가 사용하는 이 휴게실은 깨끗한 하얀 벽면에 에어컨, 옷장 등이 있고 바닥은 장판으로 되어 있었다. 창문이 없어서 다소 답답했지만 그나마 공기청정기가 있어서 공기가 탁하진 않았다. 더운 오후였음에도 에어컨 덕분에 시원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정보과학관 휴게실은 지하1층, 화장실 바로 옆에 있었다. 공간은 아주 비좁았고 폭염 속에서 더위를 피할 창문도 에어컨도 없었다. 좁은 공간이 환기되지 않아 높은 온도와 습기로 가득했다. 냄새와 곰팡이로 뒤덮인 휴게실은 휴게공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곳이었다.
작년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이후, 학교는 휴게실을 폐쇄했다. 그곳을 사용하던 청소노동자들은 미가엘관 휴게실로 옮겨졌다. 미가엘관의 휴게실은 넓은 공간에 창문이 있어 환기가 가능하여 그 전의 생활보다는 훨씬 나아졌다고 하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내 청소노동자들은 겨울만 되면 추위에 시달렸다. 전기장판을 개인적으로 구비하여야만 겨울에 차가워진 휴게실 바닥을 겨우 견딜 수 있었다. 여러 개의 전기장판을 사용하면 콘센트들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어 자칫 위험해 질 수도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닥 아래 열이 통하는 판넬이 설치되어 있어 겨울에도 따뜻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있어야만 바뀌는 환경
휴게실의 사용자인 학내 청소노동자들은 지금은 불만 없이 편안히 쉴 수 있는 환경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며 만족해하였다. 행복기숙사뿐 아니라 승연관, 새천년관의 휴게실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의 환경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전기매트를 구비할 필요 없이 열이 통하는 판넬이 바닥 아래 설치되어 있었고, 창문이 없는 대신 공기청정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청소노동자들은 "창문이 없다는 것 빼고는 모두 만족하고 있다"라며 휴식하는 공간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일을 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개선할 점을 요구하면 학교와 용역업체가 귀를 기울인다는 놀라운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서울대의 두 건의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이 다른 학교의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까지 바꾸어놓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다만 노동자들과 일상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학생으로서 마음이 놓이지는 않았다.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여전히 구석에,보여지지 않는 곳에 있었다. 청소노동자의 휴게실 위치가 학교가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최근 신당역에서 한 여성노동자가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야 서울교통공사와 정부가 급하게 해결책을 발표했다. 분명히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인간답게 살고 노동할 권리를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누군가는 동료의 죽음 이후에야 얻는다는 점은 분명히 큰 문제다.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있어야만 바뀌는 환경이 아니라 그 전에 사회가 쾌적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할 권리를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로 받아들이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우리는 다행스러우면서도 씁쓸한 양가적인 감정을 안고 청소노동자분들의 휴게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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