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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한일 간 군사적 밀월 움직임을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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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한일 간 군사적 밀월 움직임을 경계해야  

[최충웅 칼럼]

한국과 일본 간 군사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물살이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2017년 일본 요코스카 인근 해상에서 첫 한미일 해상합동훈련이 실시된지 5년만에 북한의 미사일 위협 공동 대처를 빌미로 재개됐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이에 관한 의미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국민들은 그 상황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채 지나가고 있다.

특히, 이번 합동훈련은 일본 군함이 욱일기를 펄럭이며 자국 영토라고 우기는 독도 인근에서 실시되었다는 점에서 나라 안팎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야당은 "일본의 군사 이익을 지켜주는 행위로 극단적 친일행위이자 대일 굴욕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국방"라고 맹비난을 퍼붓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사태를 계기로 2017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무효화와 이듬해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로 냉각됐던 한일 관계가 급진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통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무력 도발을 한 목소리로 규탄하고 서로 협력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양국 모두 본격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에 앞서 이틀 전 기시다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직후 "한국과 안보 분야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종료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를 복원할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지소미아의 복원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양국은 이미 몇 건의 군사정보를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내 전문가들도 정보공유를 통해 북핵 및 미사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소미아를 복원할 필요성에 대체로 동조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경우에 우리는 발사 지점을, 일본은 낙탄 지점을 포착하는 데 각각 유리한 장점을 갖고 있어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한미일 대잠전 훈련에 참여한 전력들이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앞쪽부터 미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 미국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한국 구축함 문무대왕함, 일본 해상자위대 신형 준이지스급 구축함 아사히함, 미국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 미국 유도미사일순양함 챈슬러스빌함. ⓒ연합뉴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한일 간 군사적 밀월 움직임에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데도 북한의 위협만 강조해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 문제를 가볍게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고리로 대 중국 억지 전략의 큰 틀에서 한일 간 군사적 밀착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북중러 등 주변국들의 거센 반발로 큰 낭패를 초래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군사정보 교류 협력과 합동 군사훈련은 차원이 다르다. 특히, 과거 침략국인 일본과의 군사훈련은 국민들의 반일정서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민감한 문제다. 더욱이, 자위대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관점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대선 후보 시절 “유사시에 일본군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도 있다”고 발언해 국민들을 깜짝놀라게 했던 적이 있다. 또 김태효 대통령실 안보실 차장은 교수 시절부터 자위대가 유사시에 우리 한반도에 상륙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미국과 손을 잡고 한반도 위기를 빌미로 대 중국 군사력를 강화하는 한편, 유사 시에 한반도 사태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노골화하며 신 군사강국 인프라를 단계별로 착착 진행해왔다. 미일상호방위조약(1954), 주변사태관련법 제정(1999), 미일 공동작전계획 수립(2006),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헌법 해석을 인정하다는 내각 결정(2014), 미일방위협력지침(신가이드라인) 확대 개정(2015), 일본 신안보법 개정, 발효(2016) 등이 줄을 이었다.

특히, 1978년 소련의 침공에 대비해 처음 만들어진 미일방위협력지침은 일본이 외국군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는 물론 주변국에서 유사 사태가 벌어질 경우를 상정해 미군과 자위대 간 역할 분담을 정한 문서다.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군사대국화하려는 일본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결과인 이 지침은 1997년과 2015년 두 차례 확대 개정됐다.

이 지침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는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미군이 한반도에 출동하면 일본이 도로와 항구, 비행장 등 지자체와 민간의 시설과 인력을 동원해 '후방지원'을 맡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한반도 유사시에 미군 병참을 지원하기 위해 상륙한 자위대를 상대로 북한이 도발하면 일본은 무력 공격을 당했다고 판단하고 전투에 돌입할 수도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 등 유사시가 되면 한국군 전시 작전권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 지휘를 받는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이전된다. 그와 함께 거의 자동적으로 주일미군, 나아가 자위대까지 개입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에 대해서 한국 정부의 승인 문제 명문화를 지속적으로 미일 양국 정부에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미국과 일본은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맺자고 제의해왔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악사(ACSA:한일군사물자교환협정)라는 것을 맺어야 한다. 그건 군사물자 및 무기 같은 것을 교환할 수 있는 협정인데, 거기까지 가면 확실한 군사동맹으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고 하면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열도 분쟁으로 대응하게 되는데, 3각 동맹에 따라 우리 군도 출동 하게 된다”며 “또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일본이 한반도에 진입할 명분이 만들어 진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해 일본과의 관계개선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일념에서 너무 조급하게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된다. 한미일 간 군사적 밀월 관계가 급진전될수록 그만큼 북중러를 밀착시키고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양 진영 간의 일촉즉발 대결 구도가 고착되면 될수록 한반도의 평화는 더 요원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상호호혜적 차원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자는 데 무턱대고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사에 관한 추호의 반성 기미는커녕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동원 피해 등 현안에 대해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며 적반하장격으로 고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 만성적 대일 무역적자 등에 대한 대책 마련 등 시급한 현안들을 도외시한 채 근시안적인 군사적 밀월에만 혈안이 되어 밀어부친다면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국민 여론은 더 나빠지고 거센 반발만 초래할 뿐이다.

최충웅 칼럼니스트는 경향신문 걸프전 종군특파원을 지냈다. 문화일보 재직중 북·중 국경 기아현장 밀착취재로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전 언론노조연맹(언노련) 초대 편집위원,전 코리아헤럴드/헤럴드경제 기자협회 분회장, 노조 설립 및 공정보도위원장, 부위원장도 지냈다. 현재는 바른언론실천연대(언실련) 및 새언론포럼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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