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현재 정치권 인사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수사는 '보복 수사'가 아니며 통상적인 수준의 수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시중에 (윤석열 정부가) 정치, 외교, 사회, 문화, 외교, 국방에 다 자신이 없어서 결국 법무부 장관을 통해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획수사, 사정수사, 정치보복, 이런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했다.
한 장관은 이에 "제가 굉장히 버거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보복수사라든가 기획수사같은 걸 할 시간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이 문답과 관련해 "'이재명 수사에 검사 100명, 검찰수사관 500명을 투입했다'고 SNS에 계속 유포되고 있다. 검찰이 이재명 수사에 모든 걸 올인하고 있는데도 이 대표에 대한 혐의는 제대로 나오지 않고 검찰은 무능하다는 취지"라며 "이런 거짓말에 대해서는 법무부에서 팩트체크를 해서 확인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100명, 500명 그렇게 투입할 정도로 검찰에 인력이 많지 않다"며 "그 사안 자체가, 이 분(이재명 대표) 자체가 유명하시지만 사안 자체는 또 그렇게 매스(mass, 덩어리)가 큰 사건은 아니다. 통상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한 장관은 김의겸 의원이 비슷한 취지로 한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도 "지금 사안들의 사이즈가 과거 '적폐 수사' 정도의 사안이 아니다. 지자체, 시(市) 단위에서 있었던 사안"이라며 "야당 대표가 (관련돼) 있으니 주목을 받았던 것뿐, 기본적으로는 시 단위에서 있었던 사안들"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그렇기 때문에 그게 무슨 과거 적폐 수사라든가 (전직) 대통령급에 대한 수사 인력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며 "그건 오해이신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 등이 관련된 사건에 수사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는 민주당 쪽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여당 의원들은 이 대표 등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도읍 위원장은 개별 위원 자격으로 한 질의에서 "대한민국 수사와 감사원 감사는 성역이 없어야 된다"고 한 뒤 한 장관이 "당연한 말씀"이라고 답하자 "민주당 의원님들의 주장을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성역이어야 한다. 이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박형수 의원은 "성남FC 후원금 비리 사건의 구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사건과 동일하다"며 "성남FC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부터 17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았다. 기업들에 현안이 있었다면 그 현안과 이 후원금 사이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제3자 뇌물 사건은 처음 있는 사건도 아니고 여러 가지 법리가 이미 우리 사회에 축적돼 있다"며 "검찰이 사실관계를 밝히고 법리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정치 탄압 수사로 민생 수사가 밀린다는 것은 거짓말이나 가짜뉴스가 아니다. 통계가 말해 주고 있다"며 "지금 성남FC 사건에 집중하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경우, 7월 기소 건수가 전년도 462건인데 올해 260건으로 44% 정도 줄었고, 8월의 경우도 365건이 233건으로 36% 대폭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검수완박은 중요 범죄 수사 못하게 하려는 것"…'n번방' 수익 추징 질의에도 "검수완박 철회해야"
'검수완박' 관련 공방도 계속됐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지난달 27일 한 장관의 한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헌재 공개변론을 두고 "극우 유튜브 수준의 혐오물로 보인다"며 "무슨 근거로 ('검수완박' 추진 의원들에게) 중요 범죄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속마음이 있다고 단정하나"라고 쏘아붙였다.
한 장관은 "저는 지금도 저렇게(변론 내용대로) 생각한다",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쓰는 건 잘못이 아니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권칠승 의원이 지난 9월 작성됐다 파기된 '검수완박' 여야 합의문을 들이밀며 "대한민국 국회의 양대 정당이 전부 다 속으로 중요 범죄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와 속마음을 갖고 있었단 말이냐"고 재차 물었을 때도 한 장관은 "그 생각 아니었나, 진짜? 그럼 이거 왜 했나"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양당의 합의가 헌법 정신, 기존 형사소송법 정신에 위배돼도 그걸 지켜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나"라며 "그래서 애초 합의가 있었지만 국민의힘은 합의문대로의 법률 개정은 사실상 대한민국 형사소송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했고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로 민주당의 일방 통과 법안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이날 'n번방 사건' 조주빈 일당의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지적하는 민주당 권인숙 의원의 질의에도 '검수완박'이 문제라는 답을 꺼내 '동문서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권인숙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팀이 조주빈의 추정 범죄 수익을 100억 이상이라고 했다"며 "검찰은 박사방 조주빈 등에 대해 범죄 수익, 범죄 은닉 등 혐의로 현금 1억 800만 원 몰수, 추징, 보전을 요구했고 법원이 대부분 인용했다. 얼마나 추징됐는지 아느냐"라고 물었다.
한 장관이 "이런 정도 질문하시면서 사전에 답을 안 주시면 제가 이 숫자를 어떻게 맞히겠나"라고 불만을 표하더니 "이런 범죄를 효율적으로 처단하기 위해서 검찰도 디지털 성범죄를 직접 수사하게 해주면 안 되나"라고 '검수완박' 철회를 돌연 주장했다.
그러나 'n번방 사건'에 대해 검찰은 '디지털 성범죄 수사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직접 수사에 나섰었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권인숙 의원은 "지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고 추징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질의 가닥을 다시 잡으려 했지만 한 장관은 "초기에 수사를 직접 할 수 있는 경우하고 나중에 넘어와서 뒷북치는 것은 좀 다르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범계 전 법무장관 등 일부 야당 법사위원들과 한 장관의 감정 싸움도 여전했다. 박 전 장관이 "부천 카툰 고등학생과 관련해 '증오와 혐오의 정서'를 말했는데, 정작 한 장관이 저를 포함한 전임 정부 인사들에 대해 혐오·증오 정서를 갖고 있지 않은지 염려된다"고 꼬집자 한 장관은 "잘 생각해 보겠다"면서도 "위원님도 저한테 안 그러셨으면 좋겠다"고 대꾸했다.
박 전 장관이 "제가 오늘 얼마나 부드러우냐. 제가 안 그러면 장관님도 안 그러시겠느냐"며 "제가 방송 나가서도 '나는 한 장관에게 증오의 정서가 없다'고 한 적이 있다"고 하자, 한 장관은 "제가 다른 방송을 들었나 보다"라고 냉소로 응수했다.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TF 권고에 기속 안 돼…우리 국민 외국인 몰려드는 것 안 좋아해"
이밖에 이날 국감에서는 법무부에 설치됐던 디지털 성범죄 태스크포스(TF) 후속 절차와 한 장관이 주도 중인 이민청 설립 등 정책 사안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 중 법무부 디지털성범죄TF는 추가 권고안, 즉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의 현황·문제점 진단, '딥페이크' 성범죄물 대응 논의, 해외 전문가 간담회 등을 준비 중이었지만 예정 기간보다 두 달여 빠른 지난 6월 활동이 종료된 것으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에 의해 알려졌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도 이날 국감장 질의에서 "지난 7월 법무부 업무보고 때 디지털 성범죄 TF 권고 법률안 리스트를 보여드리며 '살펴봐달라. 중점 처리 법안으로 추진시켜달라'고 했더니 '잘 살펴보겠다'고 말씀을 주셨다"며 "살펴보신 내용 있으면 말해주실 수 있나"라고 물었다. 한 장관은 "스토킹이라든가 현안이 생겼고, 스토킹법 개정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이 재차 "TF 리스트에 11개 법안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다. 특별히 검토된 게 없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좋은 의견 많이 주신 건 알겠는데 저희가 (그 권고에) 기속돼서, 맞춰서 일해야 되는 건 아니"라며 "이(11개 법안) 내용들을 충분히 감안해 업무를 준비하고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또 "전자발찌 전담 인력을 (법무부) 본 직제에 포함을 안 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한 장관은 "제가 확인해 보니 (윤석열) 정부기 출범할 때 각 부서에서 인력 늘리는 것을 굉장히 강하게 제한을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이걸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시(직제 요구)에 넣은 것이고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행안부와 충분히 협의했는데 행안부가 커트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고, 한 장관은 재차 "원 직제를 할(만들) 때는 증원 자체에 굉장히 제한을 하는 분위기가 지금 이 정부하에서는 있었다"며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제가 힘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신당역 살인사건의 사례를 들어 스토킹 범죄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 피해자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제안했고, 한 장관은 "제도에 관한 문제이니 신중하게 검토하고 답을 드리겠다. 대검과 잘 협의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법무부의 출입국 사무와 관련해 "이민청을 지지하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민 정책 기조를 잡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이민 정책 기조를 어떻게 잡아나가고 있나"라고 물었다.
한 장관은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우리 단일민족 특성상 남아있는 부분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솔직히 말씀드리겠다"며 "저의 기본 목적은 이민이라는 난제에 대해 어려운 질문에 답하지 않았던 정부의 입장을 바꿔서 이제 답할 수 있는 기구,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체제를 갖춰나가는 것이 1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국민들이 외국인들이 막 몰려드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 같은 것도 있을 거고 저는 이해할만하고 우선 존중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체 발언 취지와는 별개로 '우리 국민은 외국인이 몰려드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은 인권단체 등에서 외국인 혐오 우려를 제기할 만한 대목이다.
이민정책의 방향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도 한 장관은 "'우수 외국인'을 유치하고 들어오는 외국인한테 예측 가능성을 주되 불법체류자에 대한 엄격한 단속 등(도 필요하다)"며 "최근 우리 경쟁국인 일본이나 대만에서 이민 부서를 확대하지 않았나. 우리도 늦지 않게 백년대계를 만들어야 된다"고 했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법무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지금 윤석열 정부의 대처가 너무 안일하다"며 "2023년도 후쿠시마 대응 예산이 올해 대비 13% 삭감이 됐다"고 지적한 뒤 한 장관에게 "혹시 법무부장관으로서, 국무위원으로서 어떤 대책을 생각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한 장관이 "직접적인 저희 법무부의 업무는 아니다. 말씀하신 상황을 국무위원으로서 그렇게 챙겨보지 못했다"고 피해가려 하자 김 의원은 "혹시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건을) 한 번 검토해 보셨느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현재까지는 검토해 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고, 김 의원은 "큰일났네"라며 혀를 찼다.
한 장관은 추가 발언 기회를 얻어 "제가 몰랐던 것이, 해양 방출과 관련해서 현재 2022년 7월 22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외교부·식약처·환경부·질병청 등이 TF를 구성했는데 법무부가 거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몰랐던 것 같다"고 해명하며 "말씀하신 취지를 저희도 잘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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