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첫날인 4일, 여야 지도부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 서면조사 문제로 정면 충돌했다. 윤석열 대통령 순방외교 중 비속어 논란에 이어 또 한 차례 여야 간 극한 대립이 이어질 태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아침 당 의원총회에서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정치 탄압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미 헛발질로 판명난 북풍몰이를 빌미로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 보복 감사를 시도하고 있다"고 이 사태를 규정하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전임자와 야당 탄압에 총동원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국민을 지키라는 총칼로 경쟁자를 짓밟았던 독재정권처럼, 정의를 지키라는 사정 권력으로 공포 정치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금이 이럴 때인가. 자신을 좀 되돌아보라"라며 "국가 최고 책임자가 며칠 전에 본인이 한 발언조차 기억을 못 한다고 하면서 참모들 뒤에 숨을 뿐만 아니라 적반하장격으로 언론 탄압에 나서고 있다"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권력자는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며 "영원할 것 같아도 권력이란 유한한 것이다. 지금 휘두르는 칼날이 결국 스스로에게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민주당은 민생을 위해서라면 어떤 경우에도 협조할 의사가 분명하게 있으나, 정권이 국민의 기대와 바람을 배신하고 민주주의 파괴를 획책한다면 모든 것을 걸고 결연하게 맞서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대해서는 "사정 기관의 무도한 정치 탄압을 강력하게 저지하고 총체적인 국정을 바로잡을 책임이 우리 민주당에 있다"며 "민생경제 위기를 해소하고 외교안보 무능을 견제해서 국민을 지키는 국정감사가 되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정치적 중립을 스스로 저버린 감사원의 폭주가 도를 한참 넘었다"며 "윤석열 정부의 사냥개임을 자인한 감사원의 칼끝이 끝내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욕설 외교로 논란을 일으켜 궁지에 몰린 이 시점에 다른 조사를 건너뛰고 느닷없이 전 대통령을 향해 서면조사를 통보했다. 이를 용인하고 조장한 뒷배가 없다면 불가능한 명백한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회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을 건의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마저도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거부했다"며 "대통령이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국민께 사과하고 외교라인의 책임자인 외교장관 해임 건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 이어 국회 로텐더홀에서 '윤석열 정권의 외교참사·정치탄압 규탄대회'를 열었다. 민주당 '정치탄압대책위'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규탄 성명에서 "감사원의 직무범위를 한참 벗어난 위법적이고 비정상적인 행태"라며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위법 부당 조사는 수세에 몰린 정권이 국민 눈 돌리기용으로 택한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감사원 앞에서 의원들의 릴레이 1인 시위도 시작했다.
국민의힘 "문재인 조사 거부는 특권 요구, 文은 성역이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감대책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께서 감사원 서면조사에 대해 무례하다고 불쾌감 표시하고 조사 질문서 자체를 반송했다"며 "국가기관이 법에 따라 질문하고 조사할 필요가 있으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특권을 가질 수 없고 응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저는 지금 소수 여당으로서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고, 또 여러 가지 예산이나 법안 때문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입장에 있지만 이 문제는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조사, 수사가 무례하다면 전직 대통령이 특권계급(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문 전 대통령께서는 전직 대통량에 대해서 특권을 인정해달라는 말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성을 내는 게 훨씬 더 이상하게 보인다"고 재차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무례하다고 화를 내신 거 보고 정말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문제 많구나'(했다)"며 "문제가 없으면 답변하면 될 텐데 왜 과민 반응을 보이나 모르겠다"고 공세를 폈다.
주 원내대표는 "더구나 지금까지 감사에서 드러난 과정을 보면, 살아있는 동안 6시간이나 조치할 시간이 있엇는데 조치가 없었다"며 "대통령실 조치가 어떻게 됐는지 묻고 조사하는 건 국민의 권리고 직을 맡은 분은 답변하는 게 의무"라고 주장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대한민국은 현직 대통령도 탄핵시키는 나라이다. 문 전 대통령만 성역인가"라며 "퇴임하고 나서도 특권을 누리겠다는 태도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했다.
다만 보수진영 내에도 회의론이 일부 일고 있다. 4일자 <동아일보>는 '감사원 文 전 대통령 조사, 국감 앞두고 서두를 일이었나' 제하 사설에서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조사도 마무리하지 않고, 전직 대통령 조사를 시도한 것은 조사의 기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경제위기 대응 등을 위한 여야의 협력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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