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첫째 주 월요일은 '세계주거의 날'이다. 2022 세계주거의 날을 맞아 10월 1일 서울역과 서울시청 일대에서 주거‧복지단체와 시민이 주거권 대행진을 펼친다. <프레시안>은 세계주거의 날을 맞아 집걱정없는세상연대에서 보내온 반지하 참사, 공공임대주택, 전세 문제 등에 대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일주일 동안 연재한다.
유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 위원회 결의안 ICESCR(1990) 일반논평에는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adequate housing)’의 요소를 명시하고 있다. ① 점유 안정성(legal security of tenure), ② 적절한 주거기반시설 및 서비스(availability of services, materials, facilities and infrastructure), ③ 경제적 적절성(affordability), ④ 최저기준 확보(habitability), ⑤ 접근 가능성(accessibility), ⑥ 적절한 입지(location), ⑦ 문화적 적절성(cultural adequacy)이 그것이다. 요컨대, 주거권이 보장되려면 적절한 주거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전세, 월세 등의 점유형태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거주가능 해야 하고, 당사자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한 임대료 수준이어야 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최저주거기준 등에 부함)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거상황은 이 같은 요소가 충족되고 있을까?
우리사회에서 주거복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으로 타 복지분야에 비해 시작 시기가 매우 늦다. 오랜 기간 주택해결 방식을 시장에 맡겨두다 보니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중도 매우 낮고(*OECD가입국가 평균 12%정도가 공공임대주택이다. 우리나라는 7%정도라고 하며 그중 장기공공임대주택은 5%에 불과하다), 주거로서 적절성이 떨어지는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수도 많다(*‘질병과 죽음으로 내몰리는 취약계층 주거권 보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집’을 보면,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은 82만가구라고 한다). 다양한 비적정 거처에서, 밀집되거나 산재된 형태로, 폭염과 혹한, 폭우의 상황, 그리고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결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처를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주거복지센터는 2000년 중반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이 재개발지역으로 묶였을 당시, 안정된 주거생활에 문제를 가진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우리사회 주거권 의식을 제고해야하겠다는 취지로 민간이 주도해 2006년 태동했다. 10여년에 걸친 민간의 주거지원 성과가 2015년 시행된 <주거기본법>에 녹여져 동법에 주거복지센터가 명시되었다. 이후 주거복지센터 설치가 시작되었고 2022년 현재 전국46개(서울시 26개)가 설치되어있고 시민사회단체로 얘기되는 민간기관이 행정의 위탁을 받거나, 공사가 직접 참여해 운영하거나, 광역단위의 행정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꾸려져 가고 있다. 이제, 시작되고 있다.
주거복지센터는 주거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주민, 시민을 대상으로 가구상황에 맞는 주거관련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특히 주거상실 혹은 주거불안정 상태의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즉 주거위기 가구에 대한 지원으로서 체납주거비로 퇴거위기에 놓인 가구나 연료비 등 공과금체납으로 안정된 주생활에 위기를 겪는 가구에 대한 문제 해결, 주거환경이 열악한 취약계층 집수리, 그리고 재개발 대응 등 임차인옹호, 공공임대 및 주거비지원제도에 대한 안내 등 다양한 주거안정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기본사업으로 탑재하고 있다. 더불어 주거지원을 위한 네트워크구축, 지역주민과 유관기관실무자 주거복지교육, 주거실태조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사람들은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듯이, 취약한 사람들이 생활에 위기를 느끼면 주민센터나 구청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문의하는 게 다반사다. 그리고 주거확보나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주거복지센터로 도움을 청한다. 주거복지센터에 대한 인지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주거 욕구와 결핍이 주거복지센터로 수렴되고 있다. 할 말은 많지만, 본 글에서는 주거권을 보장해야하는 공공부문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생계곤란 등의 위기상황에 처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신속하게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위기상황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 있다. <긴급복지지원법>이 그것이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주거상실의 위기를 느껴 죽음에 몰리는 취약계층에게 가장 시급한 체납주거비지원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건강보험이 6개월 이상 체납되어야 지원을 고려한다. 뿐만 아니라 주거급여에는 월임대료(기준임대료 상한선이 있다)만 편성되어 있어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주거비에 포함된 전기세, 도시개스비, 수도세, 공동주택의 관리비 등은 지원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생계비에서 쪼개어 지불해야하는 형국이다보니 겨울철 도시개스비도 전기세도 아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대표적인 공공임대주택인 영구임대아파트나 재개발임대아파트에서 관리비체납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많다. 선정기준이 매우 낮고(1인가구의 경우 모든소득의 합이 89만 원이하여야 한다), 지원금이 현실적이지 못하는 것(서울시거주 1인가구 최대 주거급여액수는 32.7만원) 또한 주거급여의 한계이며, 주거급여 수급가구의 청년만 시도를 달리해 거주할 경우에 국한해 주거급여를 지급하는 것 또한 한계다. 주거비지원과 관련한 현행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공공임대주택이어도, (반)지하에 위치해 있거나 최저주거기준이 미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정부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많은 부분이 전세임대주택이다. 특히 수도권, 서울의 경우 그러하다. 그런데, 그 지원금으로 확보할 수 있는 주택은 (반)지하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거주하면서 임대인과 곰팡이 문제로 다투기 일 수다. 그런데, 전세임대주택 계약서에는 "주택 자체의 하자 또는 주택사용에 따른 하자로 인한 분쟁 발생 시 임대인과 입주자 상호간에 직접해결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곳에 공공의 역할은 없는 셈이다. 하루 속히 수정이 필요한 조항이다.
한편 기존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중 방수 미달로(*만6세 이상 자녀는 부모와 분리, 만8세 이상의 이성자녀는 상호 분리 등) 최저주거기준이 부합하지 못한 주택에 거주하는 수도 적지 않다. 공공임대주택임에도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상황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이렇게 기존 제도가 부실하다보니, 주거복지센터에는 긴급복지지원제도 대상은 되지만 체납임대료를 해결 못한 가구들, 주거급여수급자이지만 공과금에 늘 시달리는 가구들, 공공임대에 입주했지만 관리비가 체납되어 재계약이 안되거나 관리사무소로부터 압박 받은 가구들이 끊임없이 도움을 청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주거권 보장의 책임을 가진 국가는, 취약계층 주거보장과 관련된 기존의 주거비지원제도와 공공임대주택부터 한계를 짚고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거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긴급복지에 체납임대료 지원을 포괄하는 것, 주거급여에 월임대료 뿐만 아니라 공과금, 관리비 등을 계측해 편성하는 것, 그리고 전세임대주택에 대한 제도 보완 등이 그것이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함으로써, 주거기본법에 명시한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국가가 제대로 보장하기 바란다.
(10.01 주거권대행진 참여신청 및 문의 : bit.ly/1001주거권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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