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69명 의원 만장일치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채택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이에 대한 의결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박 장관 해임건의안 당론 추진 여부를 논의했다. 의총이 끝난 뒤 위성곤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169명 전체 민주당 명의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국회법상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보고로부터 24시간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돼있다. '오는 29일 본회의 의결이 확실하나'라는 질문에 위 의원은 "아마 처리될 것"이라고 답했다.
해임건의안에 대한 법적 강제 장치는 없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위 의원은 "그건 대통령의 몫일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끝난 뒤 위 부대표는 오영환·이수진 원내대변인과 함께 국회 의안과에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오늘 의총의 가장 핵심 의제는 국격의 훼손, 국익의 훼손, 국민에 대한 위협"이라며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말한 사람이 '내가 뭐라고 말했는데 잘못 알려지고 있다'고 말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무슨 말을 했는지 확인도 안 되는 상황에서 국민 귀를 의심하게 하는 제재 이야기가 나오는 건 옳지 않다"고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이 (외교 참사의) 주범"이라며 "외교안보라인에 제대로 된 책임을 묻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외교 성과는 모래성처럼 쓰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총에서 해임건의안 제안 설명을 한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3국 순방외교에 대해 "역사상 이런 일이 없다고 할 정도의 외교 대참사가 아닐 수 없다"고 총평했다.
진 수석부대표는 영국 방문에 대해 "조문외교를 간다고 했지만 정작 조문하지 못했다"며 "조문을 하지 못한 사유도 대통령실은 교통 통제 때문이라고 했지만 출국 시각 자체가 당초 오전 7시에서 오전 9시로 2시간 지연되었음이 밝혀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국민에게 굴욕감만 안겨줬다"며 "회담이 있고나서 일본은 '간담'이었다고 평가했다"고 한 뒤 "한일간 강제징용 등 외교 현안이 있지만 현안 관련 진전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진 부대표는 "아예 회담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재정펀드 공약회의에서 48초 간 스치든 이야기나눈 게 전부였다"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이걸 자꾸 거짓말로 해명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석수 많다고 해임건의안 휘둘러…냉정 되찾아야"
국민의힘은 "의석 수로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면 민심의 역풍이 불 것"이라고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정감사 상황실 현판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방법이 없지만, 해임건의안도 의사 안건이고 그건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있어야 상정이 가능한 것이다. 합의 없는 상태에서 상정하지 말아 달라고 국회의장께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외교부 장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하는 분"이라며 "거기에 '불신임'이란 용어를 덧씌우는 결정이 있게 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교 활동에 많은 지장이 있을 것이다. 국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불신임 결의안을 자제해 주면 좋겠다"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외국에 나가 '본국에서 불신임된 장관'이라고 하면 협상력에 권위가 실리겠느냐. 그런 점을 민주당에 간곡히 호소한다"며 "민주당이 다시 한 번 냉정을 되찾고 자제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위력이 있는 것이고 꺼내서 휘두르면 효과가 떨어진다"며 "민주당이 의석 수 많다고 해서 해임건의안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 국민들 피로감만 높아지고 자칫 잘못하면 해임건의가 희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해임건의안 당사자인 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익의 마지노선인 외교마저 쟁쟁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외교부 장관으로서 국민과 국익을 위해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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