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여왕 '조문 외교' 당시, 윤 대통령이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지 않고 장례식 참석과 조문록 작성만 한 것이 논란이 되자 정부 측은 'EU 집행위원장 등 다른 나라 정상들도 마찬가지였다. 결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외교안보 분야대정부질문 답변자로 나선 자리에서 "윤 대통령뿐만 아니고 늦게 런던에 도착하신 EU 집행위원장, 파키스탄 총리, 모나코 국왕, 오스트리아 대통령, 이집트 총리 (등도) 다같이 장례식 후에 조문록을 작성함으로써 조문의 행사를 마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뉴욕 현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이와 비슷한 취지의 해명을 했다. 이 부대변인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 다수 정상급 인사가 조문록을 작성했다고 언급했다.
외교부도 같은날 임수석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과 함께 EU 집행위원장, 파키스탄 총리 등 다수 정상급 인사가 조문록을 작성했고, 이후에 확인한 바로는 모나코 국왕, 그리스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이집트 총리,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 다수의 정상급 인사들이 영국 왕실의 안내에 따라서 장례식을 마친 뒤에 조문록에 서명했다"며 "이 분들도 모두 영국 왕실로부터 홀대를 당한 것은 아니다. 참배가 불발됐거나 조문이 취소된 것 또한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 총리의 대정부질문 답변에 대해, 이후 질의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총리의 앞선 답변) 이 말을 듣고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며 "명백히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등 한 총리가 언급한 인사들은 실제로는 웨스트민스터홀 조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당황한 듯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이에 <프레시안>이 해당 국가 정상들의 트위터나 홈페이지 등을 확인해본 결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조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전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새 국왕을 만났고 국장에 참석하셨다. 그걸 조문이라고 생각한다", "장례식이 핵심 행사라고 할 수 있다"고 한 만큼, 정부 측 설명대로 웨스트민스터홀 '빈소' 방문 여부 자체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논란의 해명 과정에서 대통령실·외교부가 사실관계 파악을 제대로 못한 일은 도마에 오를 일로 보인다. 일국의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그것도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 것 역시 그 자체로 충분한 논란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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