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계기에 체결된 '판문점선언이행 군사분야합의서'(이하 9.19 군사합의) 가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한반도에서 이를 파기하려는 정치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라며, 이들이 이런 측면에서는 '원팀'(One Team)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한반도평화포럼이 주최하고 (사)한반도평화포럼이 주관하며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후원하는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종대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한반도에서 군사합의서를 시원하게 백지화하겠다고 말한 딱 두 명의 정치인이 있다. 한 명은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고 다른 한 명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 선거 후보자"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김여정 부부장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해 버리면서 총참모부에 대남 대적 투쟁 검토하라고 주문하고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듬해 남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군사합의서는 백지화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며 "그러니까 이 두 분은 원팀"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남북 정치인들의 무모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어느 쪽도 선뜻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선언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합의서 안에 대결을 넘어 평화로 가야한다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제가 대통령선거 TV토론 나가서도 (국민의힘 측 참석자에게) 진짜 (9.19 군사합의) 없앨 거냐고 여러 차례 질문을 했는데 대답을 얼버무리고 말더라"라며 "합의서가 갖고 있는 규범의 효과를 부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난 정부의 '정치쇼'라고 이미 폄훼했는데 이어가고 계승하겠다는 말도 할 수 없고 (여당이)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상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와 여당이) 9.19 군사합의에 대해 규범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는 정서적 반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그렇게 반응할 바에는 정전협정까지도 백지화 하겠다고 하는 것이 어떠냐.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라며 9.19 군사합의가 정전협정을 외연적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전 의원은 "북한도 대남 압박을 보다 더 강하게 하면서 군사합의를 백지화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됐을 때 현상 변경의 책임을 북한이 뒤집어 쓰게 된다"며 "9.19 군사합의는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갖고 있는 평화의 장치, 규범으로서의 효과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남북에 있어 부정하지 못하는 하나의 어떤 가치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한이 핵무력을 법에 명시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9.19 군사합의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안타깝게도 지금 한반도는 불가역적인 핵 시대로 접어들었다. 냉정하게 볼 때 비핵화는 사실상 종말"이라며 "앞으로 추구해야 할 단계적이고 가장 절실한 목표는 이 땅에서 전쟁, 특히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 소장은 "우리는 휴전선을 맞대고 있고 한반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NLL(북방한계선) 문제가 여전히 살아있다"라며 "이런 측면에서 한반도가 핵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9.19 군사합의의 중요도는 더욱더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국민의힘과 용산 대통령실을 설득해서 9.19 군사합의를 정쟁의 대상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이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알려야 한다"며 "아무리 듣기 거북한 비난을 하더라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합참의장도 9.19 군사합의 효과 일부 인정…"북한이 행동한다면 10월말" 관측 제기
다만 윤석열 정부에서 아직까지는 9.19 군사합의에 대해 파기 등을 거론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은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9.19 군사합의를 평가해달라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의에 "접경지역에서 우발충돌은 (군사합의)위반 2건 외에 없었고 대신 북의 핵·미사일 전략적 도발은 증대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9.19 군사합의가 현재 북한 대비태세에 영향을 미쳤냐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의 질문에는 "9.19와 현재 상태, 그 당시의 남북 간 또는 북미 간 대화 기조 등은 상호 연관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어느 한 가지라고 얘기하기는 제한이 될 거 같다"면서도 "접경지역에서는 (긴장) 완화가 있었다. 우발 충돌은 없었다"고 말해 군사합의의 효과를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의 7차 핵실험과 관련,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철 서울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행동을 한다면 아마 중국의 당 대회와 미국의 중간선거 이전인 10월 말 정도에 있을 수 있겠다"면서도 "핵실험으로 먼저 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남한이 여러 인공위성을 쏘는 것을 보면서 북한이 (자신들의 위성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하는) 이중 기준 원칙을 얘기를 하는데, 군사 정찰 위성이나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같은 형태의 실험을 할 것이고 거기에 대해 유엔 제재를 가하면 핵실험을 하거나 이럴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바로 핵실험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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